청와대 처분 권고에 다주택자 벗어났지만 ‘재테크 실력’ 월등
강남재건축단지-풍선효과 수도권지역서  ‘알짜배기’ 움켜쥐어

다주택자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퇴근 집 두 채 중에 서울 반포아파트를 판다고 했다가 다시 청주 아파트를 내놨다고 말을 바꾸면서 서울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남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다주택자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퇴근 집 두 채 중에 서울 반포아파트를 판다고 했다가 다시 청주 아파트를 내놨다고 말을 바꾸면서 서울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남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집값안정에 사활을 걸고 7월 국회에서 강력한 부동산대책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강화된 종부세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처리가 무산됐던 것을 7월 국회에서 재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 발표에도 집값이 폭등해 정부·여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민심이반 흐름이 나타나자 지난 3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공식 사과하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더욱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이른바 ‘반포아파트 사수‘ 여진이 만만치 않다.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와 달리 ‘똘똘한 한 채’를 노 실장의 선택이 ‘강남불패’라는 그릇된 신호만 시장에 남겼다는 비판이다. 또 솔선수범하지 못한 노 실장과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들의 요지부동 행태에 국민적 냉소마저 흐르고 있다.  

다주택자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퇴근 집 두 채 중에 서울 반포아파트를 판다고 했다가 다시 청주 아파트를 내놨다고 말을 바꾸면서 서울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남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장들의 상황은 어떨까? 

■ 국토부 산하기관장들도 ‘똘똘한 한 채’ 다수

행정안전부 전자관보의 올해 3~6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고한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을 보면 국토부 산하기관장들은 대부분 1주택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의 다주택 처분 권고에 2주택자를 벗어났다.

하지만 산하기관장 중에는 노 비서실장과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 등 요지에 ‘똘똘한 한 채’의 소유자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 폭등의 수혜를 보고 있는 기관장들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의 최전선에서 공공기관의 수장이 스스로 ‘강남 집은 팔면 안 된다’는 투자전략을 입증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토지택공사(LH)의 변창흠 사장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현대오페라하우스 전용면적 129.73㎡를 보유하고 있다. 구입 시기는 2006년 6월로 당시 5억23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거래되진 않았지만, 현재 시세는 약 10억 원 중반대로 알려졌다.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본인 명의의 주택이 없고 배우자가 서울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37㎡를 보유하고 있다. 신고 당시 4억2900만원이었으나, 지난 5월 7억5500만원(9층)에 실거래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6월 당시 5억 원대 거래된 기준으로 약 2억5000만원(34%) 가량 집값이 올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 청와대 참모 즉시 교체와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 청와대 참모 즉시 교체와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손병석-권병윤 등 강남 재건축단지 붙들고 있어

노 실장과 마찬가지로 강남 재건축 단지를 붙들고 있는 공기업 사장도 있다.

국토부 1차관을 지낸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16억5000만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쌍용대치2차 아파트 120.76㎡를 배우자와 공동소유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1983년 준공돼 38년차로 지난 2017년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했다. 직전 거래는 지난해 10월로 22억8000만원에 거래돼 손 사장이 신고한 16억5000만원 대비 6억3000만원(38%)이나 올랐다.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역시 재건축 대장주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들고 있다. 권 이사장은 이 아파트를 17억8000만원에 매입해 5억3000만원에 전세를 주고 있고, 강남구 도곡렉슬 아파트에 전세(15억5000만원)로 살고 있다. 권 이사장은 주택 외에도 토지만 11억2058만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산의 상당부분(33억7000만원)이 건물과 부동산이다. 교통안전공단은 경북 김천에 있어 현지에도 이사장 숙소가 따로 있다.

은마아파트나 대치쌍용 모두 투자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단지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긴급보고를 받을 때 규제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투기성 주택보유자에 해당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서 자리를 옮긴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13억7600만원 상당의 서울 용산구 LG한강자이 아파트 134.82㎡ 1채를 보유 중이다.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달 거래된 25억7000만원으로 무려 11억9400만원(87%)나 폭등했다. 이 아파트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17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6월 10억 원 가까이 급등했다. 김 사장은 국토부에서 건설 분야 직책을 두루 거친 인물로 여성 최초로 국토부 첫 여성 기관장이 됐다.

■ 구본환-손창환, 풍선효과 뚜렷한 ‘똑똑한’ 수도권 소유 

강남이 아니더라도 정부 규제의 풍선효과가 나타난 수도권 지역의 똘똘한 한 채를 남긴 기관장도 보였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해 세종시 도담동 세종힐스테이트 아파트 전용면적 84.94㎡를 처분하고 경기 의왕내손 이편한세상 127.96㎡ 아파트만 남겨 1주택자가 됐다. 구 사장이 남긴 의왕내손 아파트는 재산 신고 당시 7억45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 9억3000만원에 거래돼 약 2억 원 가까이 폭등했다. 의왕시는 지난 2·20 대책에서 조정대상으로 신규 지정된 곳으로 현재 이 단지의 호가는 10억 원까지 올랐다. 문 정부 출범 당시에는 6억 원대 초반에 그쳤으나, 3년 동안 무려 4억 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구 사장은 세종시 주택을 매도한 금액으로 배우자 명의의 같은 지역 상가에 투자했다.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도 규제 풍선효과로 상승한 지역인 경기 군포 산본동 롯데묘향아파트 133.08㎡ 1채를 보유하고 있다. 신고 당시 3억8100만원이었으나, 최근 6억 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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