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안보 진용을 개편하며 이인영 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지원 전 의원을 발탁했다. 일부 언론은 박 전 의원의 국정원장 지명을 놓고 이번 인사의 ‘화룡점정’을 찍었다며 놀라워했다. 21대 총선에서 패한 후 정계 은퇴까지 고려했던 박 전 의원은 국정원장 호출로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잡게 됐다. 

박 전 의원의 국정원장 지명을 누구보다 기뻐해 준 사람은 그와 한판 대결을 펼쳤던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적 거목인 박 전 의원, 25년간 목포에서 시민운동을 빛냈던 윤소하 정의당 전 의원과 백척간두의 싸움을 벌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지원 대표님의 국정원장 내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또 “박지원 대표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남북관계 최고의 전문가”라며 “무엇보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햇볕정책을 몸소 실천해 온 최고의 적임자가 국정원장에 내정됐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승리하며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정치 9단' 'DJ 비서실장'으로 통하던 3선의 박 전 의원을 단박에 거꾸러뜨리면서 정치적 위상도 한껏 높였다. 김 의원은 6만2065표(득표율 48.7%)를 얻어 4만7528표(37.3%)를 득표한 박 전 의원에게 신승했다. 정치 9단을 상대로 한 뜨거운 경쟁을 반영하듯 선거인 수 18만 9655명 가운데 12만 8720명이 참여해 67.9%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정치 초년생인 김 의원이 목포에서 승리한 것은 파란을 넘어 호남 지역의 정치역사를 새로 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의원의 등장은 목포를 대표해온 권노갑, 한화갑, 김홍일, 박지원 등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들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을 의미하며 DJ 정신을 이을 새로운 젊은 정치지도자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막내였던 김 의원을 선택함으로써 DJ 정신을 잇는 동시에 세대교체까지 이루게 됐다. 

김 의원은 총선 승리 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새로운 목포발전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박지원 후보의 경륜, 윤소하 후보의 헌신을 잊지 않고 잘 이어받아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목포의 봄날을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 김대중 정부의 막내

정치 신예 김원이 후보가 목포에서 정치 거목 박지원 후보를 쓰러뜨렸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만큼 박지원 후보의 저력이 막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J 정치의 본고장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목포 유권자들이 결국 세대교체와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하면서 정치 9단의 '이름값'은 정치 신인의 패기에 밀리고 말았다. 

목포에서 4선 도전에 나선 박 후보는 선거유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아스팔트에 엎드려 큰절까지 하며 승부를 걸었으나, 유권자들은 외면했다. 이른바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의 퇴장은 '동교동계'의 정치적 쇠락과 함께 목포와 호남에서 DJ를 이을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의미했다. 목포와 호남의 정치역사가 새로 써지는 순간이었다.  

김원이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 비서로 처음 정계에 입문해 23년 동안 김대중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 김근태 전 의원 보좌관, 윤은혜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 차관급 서울시 부시장에 오른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23년간의 정치 여정 속에서 세 사람의 정치적 스승을 만난다. 김대중 대통령, 김근태 의장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들이다.

호남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우상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꼽지만 김 의원은 김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마지막 참모였다는 깊은 인연이 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는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하며 대통령을 곁에서 모셨다. 그런 인연으로 지금도 김대중 정부 청와대 막내로 불린다. 

그에게 김대중 대통령은 두 가지 의미로 가슴에 남아있다. 하나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결국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요즘 표현으로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과 같은 의미다. 또 하나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갖추라'는 말씀이다. ’평등한 세상‘을 실현해내기 위해 정치 현실에선 상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스승은 김근태 의장이다. 그에게선 민주주의를 배웠다. 김 의장은  '따뜻한 시장경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역설했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횡포가 가장 심각했던 2000년대 중반 김 의장은 노사정이 모두 함께하는 사회적 합의 뉴딜을 제안했다. 예를 들면 재벌들의 숙원인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노동의 안정성도 유지하도록 협약하는 것이다. 이를 시민사회와 정부가 함께 보장하자는 거였다. 김 의장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본 모습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공존이었다.  

박원순 시장과는 최근까지 함께 일하며 호흡을 맞췄다. 박 시장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일을 시키는 장점이 있다. 2017년 대선 전까지만 해도 박 시장의 서울시는 박근혜 정부 치하에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으로써는 서울시만큼 일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실제로 초기부터 박 시장을 도와 시정을 함께한 인사들이 대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갔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현옥 전 인사수석,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 등이 그들이다. 

■ ‘목포 의대 유치와 대학병원 설치는 목포의 30년 염원 사업’

김원이 의원은 지난달 4일 1호 법안으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총선 기간 공약 1호로 삼았던 목포대 의대 설치를 실천하기 위한 법률안이다. 이번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의학‧치의학 또는 한의학 전공학과를 신설하려는 대학이나 전문대학이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기 전에 별도로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방식을 거친 경우 평가인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평가인증기구의 인증 결과가 1회 이상 공개되기 전에 입학한 사람에게도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인정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달 17일에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첫 번째 질의에서도 지방 의대 설립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김원이 의원은 질의를 통해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지역 간 의료 격차는 더 심각한 수준이며, 의료 격차는 국민건강 격차로 직결된다“며 "의사 인력 확충과 더불어 감염병 전문의사 양성이 필요하며 지금이 최고의 적기다. 보건복지부가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꼭 이루고 싶은 법은 또 있다. '지방분권법' 개정과 '지방청년지원특별법' 제정이다.

‘지방분권법’은 지방 정부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지방의 예산 편성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현재 지방의 재정은 중앙 정부의 도움 없이는 운영이 힘든 상태다. 세금을 징수할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앙 정부의 교부금엔 사용처가 정해져 내려온다. 항목이 다 정해지면 유연성이 없고, 지방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좁다. 이런 문제가 풀려야 지방마다 각자의 특성에 맞게 예산을 쓰면서 성장해갈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법이다. 

‘지방청년 지원특별법’은 지방에 청년들이 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법이다. 지방이 더 이상 수도권에 청년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창업하거나 취업을 하면 지원금뿐만 아니라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도 함께 제공하며 도와야 한다. 현재로썬 격차가 너무 크다. 지방청년을 고용하는 기업들에도 인센티브를 주도록하는 내용을 법제화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청년수당만 해도 재정이 넉넉한 서울과 경기도가 제일 먼저 시작할 수 있었지만, 지방은 주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주는 실정"이라며 "지방청년들 입장에선 마음이 어떻겠나, 이런 차별을 없애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 김원이 이력
성균관대학교 졸업. 김대중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 김근태 의원 보좌관. 윤은혜 교육부총리 정책 보좌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21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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