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안전공사, 회계직원이 자기 돈 쓰듯 공금 횡령.
철도공사는 수익 뻥튀기 해 성과급 파티
조직 내부관리- 금융당국 감시 허술... 피해는 국민의 몫

#〈공정뉴스〉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회계부정 사례를 돌아보고,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 돼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개선방안도 살펴본다.

 

곳간을 열어놓고 도둑이 들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회계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특히 장기간 적은 인원으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경우 회계비리에 취약하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회계 담당 직원 자유롭게 횡령
 

 

한국전기안전공사가 회계업무 담당 직원이 수년간 공사의 재무회계 시스템을 조작해 공금을 횡령해 왔는데도 내부 감시와 감독소홀로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업무기강 해이가 심각한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한 직원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전기안전공사의 부정회계 방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자금관리와 견제가 너무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아가 조성완 사장의 방만 경영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된다.

지난 4월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전기안전공사 회계담당자인 A씨는 정상적인 거래처 송금방식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방법으로 공사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횡령해 왔다.

먼저 A씨는 통합정보시스템(재무회계)에서 사업예수금, 선급비용 등 회계 상 일시적으로 처리되는 계정과목과 예수부가가치세, 선급부가가치세 등 매출과 매입 거래 시 발생하는 세금 항목을 이용해 허위의 회계결의서를 작성한 다음 결재권자의 결재를 얻었다.

이어 통합자금 관리시스템인 ‘사이버 브랜치(Cyber Branch)’에서 본인이 단독 결제하거나, 결재권자를 기망해 결제 하게 한 후, 본인 또는 지인명의 계좌로 공사의 자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횡령해 왔다.

또한 횡령한 금액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월 결산 또는 부가가치세 신고 시 회계 결산자료와 세무자료를 일치시키려고 기 집행비용을 감해 전세권으로 대체하기 위한 허위의 회계결의서를 다시 작성했다.

연말 결산 시에는 전세권에 더해진 금액을 본인 또는 지인 명의로 공사 은행계좌에 입금하고 상계 처리함으로써 횡령 행위를 은폐했다.

A씨는 전기안전공사의 회계담당자 업무 순환 및 업무 범위 규정에서도 예외적이었다. 공사의 회계규정시행세칙 제78조에 따르면 ‘회계담당의 업무 계속기간은 3년 이하로 하며, 업무 변경 후 1년 이내엔 회계업무를 재 수행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A씨는 회계업무를 담당하지 않아야 하는 기간에도 실질적으로 회계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횡령을 일삼았다.

이에 회계책임자의 사후관리 적정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회계책임자는 일일결산이 완료되면 책임자의 간인 등을 이용해 증빙 서류의 이상 유무와 사이버 브랜치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일일전표현황일지’에 결재해야 한다. 이는 회계부정 예방을 위한 ‘사후통제 활동’이다.

그러나 회계책임자들은 A씨의 일일전표현황일지 출력물에 대한 결제를 ‘일별’이 아닌 ‘주별’, 또는 ‘월별’로 한꺼번에 결재했다. 회계책임자들은 금전사고를 예방키 위해 관리자로서 정당한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과실 또는 부주의’로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것이다.

전기안전공사 감사실은 A씨와 회계책임자들에 대해 감사규정 제25조(감사결과 통보)에 의거 징계처분을 요구한 상태다.

공사 감사실 측은 “회계부정의 허술한 통제와 전산회계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업무상 횡령 행위가 특정감사 결과 드러났다”며 “제도적 문제점을 파악해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안전공사가 국민 세금이 투입된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혈세가 누수 되는 것을 막지 못한 경영진에 대해서도 화살이 돌아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기에 더욱 회계부정 방지에 힘을 써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개 직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관련자들뿐만 아니라 누수 된 혈세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 있는 사과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 수익 뻥튀기해 성과급 잔치
 

지난해 한국철도공사가 2018년 순이익을 실제보다 4000억 원가량 부풀려 1000억 원대 적자에서 3000억 원 흑자로 둔갑시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철도공사가 흑자 공공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사실상 분식 회계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감사원이 지난해 철도공사 등 공공기관 23곳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결산 감사'를 실시한 결과, 철도공사는 2018년 회계 처리 과정에서 수익 3943억 원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사는 2018년 당기순이익을 2893억 원으로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1050억 원 적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결산 감사를 통해 "철도공사는 법인세법상 수익을 잘못 산정해 부채 3943억 원을 적게 산정한 반면, 수익 3943억 원을 과대 산정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의로 그런 게 아니다. 경영 평가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레일의 '4000억 순이익 뻥튀기' 지적이 나오자 코레일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회계 업계에선 '대표 공기업의 국가적 망신'이란 지적이 나오는데, 코레일 측은 단순 실수라는 식으로 해명한 것이다. 고의성이 드러나면 분식회계라는 '중대 범죄'지만, 고의성을 빼도 '중대 과실'이다. 결산 공시는 코레일 내 회계 업무에 숙련된 재무처·총무처·감사실이 담당한다.

철도공사 외부 감사인인 대형 회계법인 삼정KPMG의 부실 회계 감사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외부 감사인 삼정KPMG는 국내에서 두 번 째로 큰 회계 법인이다. 이들이 관련 법인세법 조항도 모른 채 4000억 수익을 실수로 부풀렸다는 것은 중·고등학생도 쉽게 납득 못 할 일이다.

철도공사 측은 "법인세법 개정 내용을 공사와 회계법인이 인지하지 못해 수익이 과다 계상됐다"며 "감사원 감사를 거쳐 장부상 수익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코레일이 경영 부실, 회계 부정에도 태평한 것은 정부가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뒤늦게 "책임을 통감한다"며 '회계 체계 개선 TF'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기재부가 경영 평가 등급을 재산정하고, 다른 공공기관들의 결산도 점검하겠다고 한 뒤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6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18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2017년(C등급·보통)보다 한 단계 오른 B등급(양호)을 받았다.

전직 국세청 간부는 "이번 사례는 기업 경영 실적을 좋게 보이려고 이익을 부풀린 사실상의 '분식 회계'"라며 "잘못된 실적을 토대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각종 금융 혜택 등을 받으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는 것"이라고 했다.

철도공사의 '4000억 수익 뻥튀기'는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경영·회계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철도공사는 만성 적자에도 불구하고 2018년 직원 1명당 평균 1081만원의 성과급·상여금을 지급했다. 직원 2만8000여명에게 총 3000억 원 이상을 지급한 것이다. 임원은 3500만~5500만원씩 받았다.

철도공사의 부채는 2015년 13조4502억 원에서 2018년 15조5532억 원으로 2조원 이상 늘었다. 2016년 2265억 원 적자에 이어 2017년엔 적자액이 8555억 원으로 급증했다.

다른 공공기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방만한 경영·회계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총 339곳 중 감사원의 결산 검사 대상은 23곳에 불과하다. 한국전력 등 일부 공기업은 상장까지 돼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지 않는다.

공공기관 대부분이 회계 처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뜻이다. 대형 회계 법인의 한 간부는 "공공기관 회계 감사는 감시하는 눈이 적은 편이라 회계법인들이 쉽게 생각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전지방 국세청에서 퇴직한 충남 논산지역 A세무사는 "어느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는 공기업에서 회계를 담당하는 이는 다 아는 것인데도, 이렇게 적자를 흑자로 꾸민 것은 범죄에 가깝다"라며 "철저히 규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손태청 세종바로만들기 시민연합 대표는 "일반기업의 회계는 소숫점 하나까지 쥐 잡듯이 한다”며 ”코레일 처럼 국가 및 공공기관이 회계를 속여 성과급이나 상여금을 받는 것은 국민의 눈속임을 떠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문책 및 수사를 의뢰해 부정, 부조리를 차단해야한다"고 말했다.

#양평공사 분식회계 사건

지난해 국세청이 339개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에 나선 것은 공공기관의 분식회계를 통한 실적 뻥튀기와 이익 줄이기를 통한 탈세가 만연해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실적 평가가 성과급은 물론 기관장 거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성과를 과대 포장하는 편법이 되풀이 되고 있어 이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였다.

과거에도 공공기관들이 재무제표를 분식회계 해 실적을 부풀리는 사례가 각종 감사 등을 통해 드러났다. 대표적 사례로 경기도 양평군 산하 공기업인 양평공사의 분식회계 논란을 꼽을 수 있다.

양평군에 따르면 양평공사는 2013~2017년(2016년 제외)사이 당기순이익 상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지급비용(채무)을 실제보다 적게 책정해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킨 것이다.

또한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자산재평가로 순자산을 늘려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춘 사실도 적발됐다. 이처럼 양평공사가 분식회계를 한 이유는 지방채 발행 시 행정안전부의 사전승인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제62조 및 행안부 ‘2016년 공사채 발행 운영기준’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이 공사채를 발행하고자 하는 경우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거나, 3년 이상 계속 적자면 사전에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양평공사가 정상적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면 3년 이상 적자에 부채비율 200%를 넘겨 공사채 발행 시 행안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했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민간기업보다 더 엄격한 회계기준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부합하는지만 볼 게 아니라, 외부감사를 통해 그것이 실제와 맞는지 더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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