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웅(초선) 의원.
미래통합당 김웅(초선) 의원.

미래통합당은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당 미디어특별위원회 주최로 '총선 평가 및 미디어환경 분석 세미나 토론회'를 열렸다. 토론자들은 ‘시대변화 부적응’ ‘코로나19 대응 미흡’ ‘공천 실패’ 등을 패배 원인으로 지목하고 통합당이 지금처럼 수구적인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면 민심이 등 돌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를 치르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웅(초선) 의원은 “엊그제 대학생들을 만나 왜 통합당을 안 찍었는지 물어봤는데 통합당이 더 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표를 많이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변 상황을 전했다. 이어 "통합당이 국민에게 다가가려고 무슨 노력을 했느냐“며 "젊은 친구들은 단 한 명도 코로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에서 총선 참패 원인을 놓고 아직도 코로나 탓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우리 당이 부인하고 싶어 하지만 세상에 뒤처져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통합당 초선 중 당내 활동이 많고 언론의 주목도 높은 의원을 꼽으라면 단연 김 의원이 첫 손에 꼽힌다. 얼마 전 JT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작가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반발해 과감히 사표를 던진 열혈 검사로 일찍부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가 검찰을 떠나는 모습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논란에 더해져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검찰에서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김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한 1월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개혁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며 “평생 명랑한 생활형 검사로 살아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늘 통제되고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김 의원의 상품성에 주목했다. 15일 출범시킨 통합당 '정강·정책특위'에 김 의원 참여를 요청하고 그동안 보수정당이 소홀했던 저출산, 복지, 노동, 교육 분야 등의 정책을 가다듬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주문했다.   

■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작가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법률 전문가이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인물난에 시달리는 통합당으로써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

보수진영에서는 검찰개혁에 강렬 반발해, 법무연수원 교수로 전출될 때부터 눈여겨보면서 영입에 공을 들였다. 통합당에선 보기 드문 전란도 순천 출신에다 검사를 지냈고, 현 정부 검찰개혁에 대해 치밀한 논리로 반박하는 실력파라는 점에서 차세대 보수 정치인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여기에 <검사내전>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점도 한몫했다. 검찰 내 평판도 좋았고 검사로서는 갖기 힘든 미담도 심심치 않게 대중에 회자됐다. 김 의원은 자신을 생활형 검사라 칭하며 피의자든, 피해자든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했다.  

검사 사퇴의 변에서 그는 “혹자가 대중 앞에서 정의로운 검사 행세를 할 때도 저는 책상 위의 기록이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권세에는 비딱했지만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혼과 정성을 바쳤습니다”라고 했다.   

<검사내전>은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래 18년간 검사로 살아온 김 의원의 자서전적 이야기이다. 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된 세상살이, 사람살이를 담담하게 풀어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검찰 내부에서도 책의 출간으로 검사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는 책에서 서민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더불어 실존적 부조리에 대한 냉소를 잊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조사실에선 자신은 기름밥을 먹고 사는 기름쟁이라고 하소연했던 사람이 피해자 구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호화로운 아파트에 살면서 비싼 외제 차를 두 대씩이나 굴리는 몰염치에 분노한다. 

또 우리나라에서 제일 흔한 범죄인 사기죄에 대한 단상도 털어놓는다. “대부분의 사기는 피해자의 욕심을 이용한다”면서 맨정신으로 들으면 누구나 말도 안 되는 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들이 본능처럼 갖고 있는 욕심과 욕망 때문에 속고,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때론 복지국가라는 이유로 범죄자의 갱생과 재활 지원에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정작 피해를 보고 벼랑 끝에 내몰린 피해자에겐 지원책이 없다는 현실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다. 특히 정의를 외치는 많은 단체와 변호사 중에 정작 피해자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데 더 분노했다. 

하지만 지금도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동료이자 후배인 일선 검사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이에게 화해를 강요하지 말라’라는 이야기 속에서 “검사로서 자긍심과 꿈을 가지라고도 한다.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형사부 검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꿈이 아니라 잠이다. 잠을 자야 꿈이든 뭐든 꾸지 않겠는가”라며 격무에 시달리는 검사의 현실을 에둘러 비판했다.    

■ 1호 법안은 ‘정보경찰 분리법’

"지금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수사하면 그게 항명이 되고 탄압받는 세상이다. 그래서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은 사기꾼 때려잡는 일이다, 대한민국 사기공화국 최정점에 있는 사기카르텔을 때려잡고 싶다."

김 의원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밝힌 소감이다.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부르며 극단적인 불쾌감을 드러낸다.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해 겉으로는 검찰의 막강한 권한 조정이라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검찰의 힘을 누그러뜨려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보고 있다. 

또 현재 정부·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검찰개혁도 '중국식 공안제도'를 따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중국처럼 정보경찰과 수사 경찰이 한 몸이 돼 권력을 휘두르는 구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상적인 검찰개혁으로 검찰은 권력형 비리나 증권 범죄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건들에 대해서 수사 지휘에 전념하고, 경찰은 미국의 제도처럼 행정, 사법, 정보경찰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1호 법안도 경찰의 권한을 조정하기 위한 ‘정보경찰 분리법’을 준비하고 있다. 참여연대도 정보경찰 폐지를 꼭 필요한 제도 개선의 하나라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잘못된 유습들이 형사사법 구조에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경찰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유명 작가이자, 피해자를 따뜻하게 돌보는 ‘생활형 검사’에서 공격과 대립이 난무하는 국회로 무대를 옮겨 의정 생활을 시작한다. 

의원회관에 정식 입주한 9일 그는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초임 검사에서 초선 국회의원으로 직업이 바뀌었고, 저를 둘러싼 환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저희 미래통합당은 그대로 멈춰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변화해야 합니다. 통렬히 반성하고 포용하며 누구보다 앞서서 당의 변화를 이끌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바뀌어도 단 하나만큼은 바꾸지 않겠습니다. 20년 전 첫 검사실 앞에서 품었던 초심을 검사복을 벗는 순간까지 잃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 의원실로 첫 출근하면서 품었던 초심을 절대 잃지 않겠습니다.”


▲ 김웅 이력
서울대 졸업. 제39회 사법시험 합격.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제32대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장.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대외연수과장. 인천지방검찰청 공안부장검사.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송파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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