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법관’, 피고인 무시·모욕... ‘대법원장’, 전자법정입찰비리 판사 보호
-‘정운호 게이트’, 사법비리 조직적 은폐... ‘성창호 판사’, 청탁인정·뇌물불인정 비리 감싸기

성창호 부장판사(가운데)
성창호 부장판사(가운데)

 

#〈공정뉴스〉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판검사 비리의 최신사레를 알아보고, 그 문제점과 원인을 분석해 본다. 아울러 비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도 3부작에 걸쳐 살펴본다.

“우리 제발 정의나 자존심 따위 버리자. 촌스럽게 왜 그러냐?” 2017년 초 개봉해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더킹>의 주인공인 검사 ‘한강식’의 대사다. 극 중 한강식은 겉으론 모든 검사의 존경을 받는 ‘스타검사’다. 하지만, 실상은 정관계 인사들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는 권력의 숨은 설계자다.

<더킹>뿐만 아니라 <부당거래>, <검사외전> 등 고위직 검사들의 부정부패를 다룬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계에서 유난히 ‘비리 검찰’이라는 소재가 흥행하는 이유는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우수법관 VS 하위법관

서울변회는 지난해, 2018년 1~12월 서울변회 회원 변호사 2132명이 참여한 1만7879건의 법관 평가표를 바탕으로 우수법관과 하위법관을 선정했다. 서울변회 측은 “5명의 법관이 적절치 못한 재판진행으로 하위법관에 선정됐다”며 “하위법관은 선정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키 위해 10명 이상의 회원으로부터 평가 받은 법관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법관의 사례 외에도 당사자가 원치 않는 무리한 조정 강권, 변호인의 변론기회 박탈, 편파적 진행, 이유 없는 소송 절차 지연 등이 부적절한 사례로 지적됐다”고 말했다.

반면 우수법관으론 21명의 법관이 선정됐다. 서울변회 측은 “충실한 심리와 공정한 재판 진행이 우수 법관의 요건이었다”며 “충분한 입증기회 제공, 합리적이고 상세한 설명, 충실한 판결문 작성, 신속한 재판 진행 등이 기본적인 바탕이었다”고 말했다.

우수법관으로 꼽힌 판사 중 김배현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유성욱 서울서부지법 판사는 평균 100점을 받았다. 이 외에 우수법관에 선정된 판사들도 평균 9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21명의 평균점수는 96.02점으로, 최하위판사 점수인 46점과 50점 이상 차이를 보였다.

한 변호사는 우수법관으로 꼽힌 한 판사에 대해 “중요한 증인신문일을 간과해서 1시간 이상 재판이 지연됐음에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피고인과 변호사를 질책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급하고 당황한 마음에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할까 염려해 위로하고 달래주며 검사와 증인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에서 피고인이 정말 크게 감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하위법관'으로 꼽힌 한 판사는 법정에서 증인신청 시 “5분을 초과하면 녹음기를 꺼버리겠다”는 등 고압적으로 진행했다. “어제 한 숨도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니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말라”며 모욕적인 말도 일삼았다.

또 다른 한 판사는 피고인에게 “나(재판장)는 소주 몇 병을 마셔도 안 취한다”, “결혼 예정인데, 배우자 될 사람은 (죄를) 아냐” 는 등 사건과 무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판사가 피고인을 무시하거나 압박하는 사례가 넘쳤다. 한 판사는 “왜 무슨무슨 일을 했어요?”라고 이유를 물어봐 놓고는, 이유를 대답하려고 하자 “네,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또 다른 판사는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며 증거신청을 하자 “내가 오늘 구속영장을 써 왔는데,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 잘 생각해보라”며 주장 철회를 압박했다.

심지어 한 판사는 재판 방청을 위해 법정에 출석한 피고인 가족을 즉흥적으로 기립시켜 질문 하고, 그 가족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통화기록을 검색하기도 했다. 소송 진행 내내 원고와 피고에게 아무런 질문과 확인도 하지 않다가 판결문에 원고와 피고 주어를 다르게 쓴 판사도 있었다.

인사이동을 앞둔 1~2월에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재판 연기’도 문제 사례로 꼽혔다. 선고기일을 앞두고 아무런 이유 없이 다시 변론재개일을 잡아 선고를 늦추는 식이다. 한 변호사는 “재판부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판결 선고만을 기다리던 소송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변회 측은 “앞으로도 법관평가 활성화에 힘을 쏟아 묵묵히 법관의 사명과 사법정의를 실현해 가는 훌륭한 법관을 널리 알릴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 법관에겐 경각심을 일깨워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자법정 입찰비리’, 대법원장이 책임자 판사 두둔

지난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710억 원대 전자법정 입찰비리 사건의 관리 책임을 맡은 판사들을 징계하지 않았다. 전자법정 입찰비리는 대법원이 17만 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의 수법으로 전직 대법원 관계자가 만든 업체와 짜고 예산을 빼돌린 일이다.

비리는 경향신문이 2018년 8월 시작한 탐사보도로 드러났다. 이후 검찰이 경향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해 관련자 9명 구속 등 24명을 기소했다. 뇌물과 횡령 액수만 40억 원에 이른다. 국고손실은 수백억 원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은 “전산장비 사업 특성 등을 고려해 (전산정보 전문가가 아닌 판사에게) 지휘·감독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자법정 입찰비리 사건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난 대법원 전산정보관리국 관리책임자는 부장판사인 국장을 비롯해 판사 3명이다. 비리가 시작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판사 14명이 근무했다. 역대 국장은 이정석·최창영·이영훈·정재헌 판사다.

전자법정 비리 사건 관리 책임 판사들에 대한 징계 불가라는 김명수 대법원장 판단에 대해 법조계 여러 인사들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이 대법원에 입찰비리 수사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책임자인 국장과 심의관(판사)에 대해 징계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텐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직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은 수사의뢰한 대법원장이 자기 임기에 벌어진 뇌물 범죄는 묻으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10년 가까이 조직적으로 뇌물을 받아가면서 1000억 원 넘는 세금을 빼돌리고, 이런 사실이 드러나 징역 10년 등을 받아도 그 책임자에게 경고조차 하지 않은 사람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처음이다.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관해, 이 사건 관련자들이 자신이 회장이던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어서라는 지적이 있다.

전자법정 비리를 은폐한 정재헌 국장과 박진웅 공보관, 이 사건을 부실감사한 김흥준 윤리감사관이 모두 우리법 회원이다. 정재헌 국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한 최측근이기도 하다. 한편 이 사건 주범인 강한수 전산정보관리국 정보화지원과장의 변호를 우리법 출신이 만든 로펌에서 맡았다.

대법원은 전산정보관리국 책임자들이 전산 비전문가인 판사라 징계하지 못한다면서도 지난해 다시 판사들에게 이 자리를 맡겼다. 전산정보국장에 부장판사인 김형배 판사를 보임하고, 대규모 범죄가 드러난 2018년 당시 전산정보관리국 심의관이던 유동균 판사도 유임시켰다.

대법원은 “전산정보관리국장도 향후 외부 개방화 또는 비법관화를 추진할 주요 보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左), 김명수 현 대법원장(右)
양승태 전 대법원장(左), 김명수 현 대법원장(右)

 

#‘정운호 게이트’발 사법농단

2016년 법조계를 흔든 ‘정운호 게이트’로 불거진 법조 비리는 ‘양승태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몇몇 판사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법원에 제출한 신광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에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겨 기소된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은 법원에서 외부로 새어나갔다.

2016년 9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뇌물 등 금품수수 혐의로 당시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를 기소했다. 현직 판사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이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김 부장판사는 2014∼2015년 네이처리퍼블릭의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들을 엄벌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정 대표로부터 영국 자동차 브랜드인 랜드로버사의 레인지로버를 포함해 총 1억8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를 받았다.

검찰 기소에 앞서 2016년 4월, 양승태 대법원은 ‘법관 비리’ 은폐를 시도했다. 당시 ‘양승태 법원행정처’는 현직 법관의 비리가 밝혀질 경우, 양 전 대법원장과 사법부의 위신 추락을 우려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처장 주재 실장 회의에서 법관 비리 발생 시 별도 매뉴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응 매뉴얼엔 사법부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전략 수립’, ‘언론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기사거리 제공’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법원 내부에 대한 검찰 수사 관련 대응책 마련에 필요하니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통해 검찰의 수사상황 및 방향 등을 확인해서 보고해 달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

임 차장 지시를 받은 신 부장판사는 관련 내용을 조의연·성창호 동법원 영장전담판사들에게 전달하면서, ‘수사기록 중 법관 관련 수사보고서, 조서 등 중요자료를 복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두 영장전담판사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신 부장판사와 조의연, 성창호 판사는 2016년 5~9월 서울중앙지법 자신의 사무실에서 수사기밀 및 영장재판 자료를 수집했다. 이후 총 10회에 걸쳐 위 내용들을 정리한 문건 파일 9개 및 수사보고서 사본 1부를 임 차장에게 보냈다. 조 판사와 성 판사는 2018년 11월 임 전 차장 기소에 앞서 8월께 공무상비밀누설죄 피의자로 입건되기도 했다.

 

 

#성창호 판사, 비리 감싸기 판결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와 무궁화클럽, 정의연대, 개혁연대 민생행동 등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창호 판사는 동료 판사의 비리를 덮기 위해 수사기밀을 누설했음에도 구속되지 않았다”면서 “성 판사는 앞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에서 ‘자백유죄 부인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에 따르면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청장 재직 당시 IDS홀딩스 김성후 대표의 2인자로 불리는 유 모 씨로부터 이우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 김 모 씨를 통해 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구 전 청장은 뇌물을 받은 후 경찰관 윤 모 씨를 IDS홀딩스 사건을 담당하는 영등포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으로 발령했다. 또 다른 경찰관 윤 모 씨에게는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고소사건을 배당했다.

하지만 구 전 청장은 재판 내내 뇌물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3,000만원 중 500만원은 뇌물 공여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고, 나머지 2,500만원은 ‘배달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다만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특정 사건에 배당한 혐의는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청탁은 들어줬는데, 뇌물은 받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뇌물을 제공한 유 모 씨와 전달한 보좌관 김 모 씨는 자백해서 유죄고, 혐의를 부인한 구은수 전 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성 판사가 유출했던 정운호 게이트 사건 주범인 최유정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의 사무장 이 모 씨의 판결문에는 IDS홀딩스 관련 내용이 나온다”면서 “동료 판사의 비위를 덮어주기 위해 성 판사가 유출했던 정운호 게이트 수사 자료에 IDS홀딩스 로비 판사들의 명단이 들어있지는 않았을지 강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탁은 들어줬지만, 뇌물은 받지 않았다는 판결은 IDS홀딩스 1만2,000여명 피해자들 가슴에 못을 박은 판결 중 하나”라며 “지금이라도 검찰은 IDS홀딩스 전방위적 로비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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