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선정, ‘비공개 밀실추천’으로 논란 키워... 노조, 홈쇼핑전문가 아닌 중앙회 ‘낙하산’ 우려
전임대표 모두 임기 못 채우고 낙마... 김 신임대표, 선임 의혹으로 리더십 발휘할지 미지수

김옥찬 신임대표
김옥찬 신임대표

 

#〈공정뉴스〉는 지난 10년 간 홈앤쇼핑에서 벌어진 여러 불공정 행위에 대해 3편에 걸쳐 살펴본다. 또 최근 불거진 신임대표 선임과정 의혹도 파헤쳐본다.

#신임대표 선임 과정 논란

홈앤쇼핑은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를 연 초부터 지금까지 8차례 연 끝에 지난달 19일 2020년 제5차 이사회를 개최해 김옥찬 KB금융지주 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김옥찬 체제가 시작된다.

지난달 14일 업계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보추천위)를 구성하고 중소기업중앙회, 농협경제지주, 중소기업유통센터, IBK기업은행 4곳에서 후보를 추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표 선출을 앞두고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최종삼 전 대표가 2개월간 공모를 통해 선출됐던 것과 달리, 이번엔 주요 주주들을 중심으로 한 비공개 방식으로 선출된 것이다.

위원장과 3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주요 주주 4곳을 중심으로 대표 후보 추천을 받아 중앙회의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과 농협 측의 하준 전 현대그룹 전무를 최종 후보자로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사회에서는 두 후보자가 제출한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 등을 검토한 후, 내부 논의를 거쳐 김 전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결정했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신임대표 선정과 관련 “대표 선정절차가 비공개로 전환된 것, 마감 시한이 변경된 것 등과 관련해선 모두 이사회와 후보추천위원회 등에서 결정된 내용”이라며 “내부적으로 전달받은 사안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옥찬 대표이사 내정자, 출발 전부터 삐끗

김옥찬 홈앤쇼핑 대표이사 내정자가 경영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부터 노조의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및 플랫폼 사업에 별다른 경험이 없는 데다, 단독후보로 추천되는 과정에서 김기문 중앙회 회장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홈앤쇼핑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하는 중요한 시기에 플랫폼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사람이 CEO가 된다는 데 걱정이 크다”며 “대표이사 후보추천위는 플랫폼 전문가를 선임하기 위해 공모제가 아닌 추천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지만, 그 설명과 결과가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금융에서만 잔뼈가 굵은 인물로 홈쇼핑사업 이해도나 플랫폼사업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김 내정자 추천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사안을 정리한 뒤 공식 성명서를 이른 시일 안에 내기로 했다.

김 내정자는 전략과 재무, 글로벌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지만, 홈앤쇼핑의 홈쇼핑 및 플랫폼사업과는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 또 홈앤쇼핑의 부채비율은 2018년 말과 2019년 말에 각각 30.2%, 30.4%로 크게 낮은 수준이다. 별다른 재무적 문제점은 없어 재무 전문가로서의 역량이 크게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가 대표이사로 결정된 주된 이유는 7개월 넘게 CEO 공백 사태를 맞고 있는 홈앤쇼핑의 경영안정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내정자는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을 지녀 ‘덕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굵직한 회사에서 경영을 해본 경험이 있어 이전 대표이사들의 중도사임 등으로 어수선한 홈앤쇼핑 내부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홈앤쇼핑은 2011년 3월 세워진 뒤 대표이사를 맡았던 전임자들이 대부분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NS홈쇼핑 대표이사였던 이효림 전 대표가 홈앤쇼핑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홈앤쇼핑의 대주주인 중앙회 등과 불화설이 나돈 뒤 1년3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그 뒤 2012년 김기문 중앙회장과 중소기업중앙회 비서실 출신인 강남훈 당시 홈앤쇼핑 부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홈앤쇼핑을 이끌었다. 이후 2013년부터 강남훈 단독대표체제로 꾸려졌다. 하지만 2017년 강남훈 전 대표가 채용비리 의혹으로 자진사임 한데 이어 그 뒤를 이은 최종삼 전 대표도 채용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홈앤쇼핑 대표이사 ‘잔혹사’는 중앙회 등 정부 입김이 들어가는 단체들이 홈앤쇼핑의 지분 80%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낙하산 인사’ 등 정권과 유착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다, 정권교체에 따라 내부 파벌이 생기면서 서로 견제하거나, 물어뜯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홈앤쇼핑은 지난해 말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꾸리고 자문위원회를 통해 쇄신을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추가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등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김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운 가운데 일각에선 선임 과정에서의 잡음 때문에 김 내정자가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게다가 선임과정에서 마감시한이 일방적으로 미뤄져 이미 김 내정자를 염두에 두고 절차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홈앤쇼핑과 관련해 많은 의혹에 휩싸였던 김기문 중앙회 회장이 김 내정자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김 내정자 본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기문 중앙회 회장
김기문 중앙회 회장

 

김기문 회장은 홈앤쇼핑 설립 때부터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는데, 지난해 중앙회장으로 돌아온 뒤 홈앤쇼핑 이사진 해임과 측근들의 선임을 시도했지만, 주총에서 부결되는 논란도 겪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김기문 회장이 홈앤쇼핑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26억7267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2015년엔 홈앤쇼핑이 김기문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제이에스티나(당시 로만손)에 차움병원 고급회원권을 넘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에 오를 때도 ‘낙하산인사’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번에도 김기문 회장이 밀어준 후보라는 꼬리표가 탐탁지 않을 수 있다.

홈앤쇼핑 노조 관계자는 “책임질 임원들이 비어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반직원들만 남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며 “김기문 회장이 홈앤쇼핑을 아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홈앤쇼핑을 중앙회의 자회사쯤으로 여기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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