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  사진=의원실 제공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 사진=의원실 제공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비대위 ‘1호 위원회’로 통합당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경혁위)를 출범시키면서 혁신위원장에 초선인 윤희숙 전 KDI 국제정책대학교 교수를 임명했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윤 의원은 자유시장경제주의자로 21대 총선에서 같이 금배지를 단 통합당 윤창현 의원과 함께 ‘포퓰리즘 파이터’로 불린다. 초선으로 통합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지만, 이미 우파 경제학자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대한민국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으로 경제적 약자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줄곧 비판했다.

올해 3월 출간한 저서 ‘정책의 배신’에서 윤 혁신위원장은 ‘좌파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대한민국 경제 사회 정책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비정규직 △국민연금 △정년 연장 △신산업’ 등 6가지 정책을 “겉보기에는 국민을 위한 것 같지만 사실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그늘을 더 짙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한민국 정책은 정치 권력에 종속돼 있고 강성노조와 386세대 등 좌파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수립됐다고 주장해 파장을 낳았다. 

한편 이날 출범한 경혁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가 제안한 ▲함께 하는 경제 ▲역동적인 경제 ▲지속가능한 경제 등의 모토를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통합당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검증할 방침이다. 여기에 최근 논쟁의 중심이 된 기본소득을 포함해 재정 건전성, 사회보장제도 문제점 등도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윤 의원은 경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많은 공부를 한 인사"라며 "방향만 설정하면 잘 끌고 갈 것 같다는 판단으로 맡겼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경혁위원들의 선임에 관한 권한도 대부분 윤 의원에게 위임했다. 

윤 의원도 통합당 경혁위원장 임명과 관련, "대한민국의 발전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제 과제"라며 "미래세대에게 떳떳한 경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최근 불거진 기본소득과 고용보험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이들 이슈 논의가 불붙는 것은 이들 정책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한 정책이지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정부의 역할을 심도 있게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종인 비대위 ‘1호 위원장’ 윤희숙 의원

김 위원장은 경제정책에서만큼은 진보적 입장을 취해 왔다. 1987년 민주화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을 직접 작성해 관철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한국 사회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주요 담론으로 확장했다. 특히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기업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재벌의 폭주를 견제하는 등 균형 잡힌 경제적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경제혁신위원장에 자유경제 신봉자인 윤 의원을 지명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의외라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잘 알다시피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경향이 강한 독일에서 공부했고, 윤 의원은 자본주의 메카인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윤 의원은 시장자유를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기본소득 문제에 대해 입장도 판이하게 갈린다. 김 위원장은 적극 검토와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윤 의원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윤 의원은 지난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감당 못 할 기본소득을 이슈로 만든 것은 실수였다고 본다"며 "민주당의 어젠다를 문 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물론 통합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후로는 다소 완화된 입장으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정책적 공조가 잘 어우러질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우선 김 위원장의 경제적 스탠스를 잘 알고 있는 윤 의원이 정책 구상에서부터 꼼꼼하게 재정 등의 현실적 문제점을 짚어가며 조언한다면 정책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윤 의원은 경혁위원장 임명 직후인 1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요구 사항에 대해 “정확하게 주문한 게 있다. 제가 생각하는 바와 똑같았다”며 “경제가 살아나야 하고, 사회가 보다 포용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일부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좌클릭’한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이 말한 '빵 먹을 자유'는 보수의 뿌리인 자유주의 이론에서 나오는 내용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고 적극적으로 김 위원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 경제학자에서 초선 의원으로

윤 의원은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호로 영입한 인사다. 당시 김 공관위원장은 "원칙과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인 포퓰리즘 파이터"라며 "2010년 국회 보건복지위 약값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복제약 가격 절감 정책 좌절과 관련해 과감한 발언을 했고, 2016년 비상식적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목도한 뒤 최저임금위 역사 최초로 공익위원을 사퇴할 만큼 강단 있고 소신 있는 경제학자"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윤 의원은 별칭으로 ‘포퓰리즘 파이터’라고 불리는 걸 ‘명예’로 여긴다. 현 정부 재정지출의 난맥상을 비난하면서 얻은 별칭이기도 하지만, 소신에 따른 주장이기 때문에 조금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시행한 국민 재난지원금도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똑같은 돈을 주는 건 비합리적”이라며 “당장 어려움을 겪는 가구와 기업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향후 구조개혁에 대비해야 한다”고 정부 정책에 맞서고 있다.  

포퓰리즘에 대한 항전도 예고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가 눈앞에 다가왔고 지금의 청년들은 30년 후 노인 세대를 부양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국가 부채비율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산업, 재정 등에 관한 심각한 문제다. 이런 사실을 감추고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강조한다. 또 “사실을 알리고 대비해야 한다. 힘들면 허리띠를 같이 졸라매고 함께 겪어야 한다. 청년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포퓰리즘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요하면 포퓰리즘과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비록 초선이지만, 영국 마거릿 대처 전 총리처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대처는 수시로 국가 재정에 대해 “세상에 공적 돈이 어디에 있나. 다 개인 돈에서 나온 것”이라며 재정 지출에 대한 엄격성을 주장했다. 탄광노조에 맞선 일화도 유명하다. 대처 재임 당시 석탄 채굴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영국의 많은 탄광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 했다. 대처는 1년 치 석탄을 미리 준비해놓고 개혁에 들어갔다. 곳곳에서 노조와 충돌이 있었지만, 대처는 기마경찰까지 보내 진압했다. 영국에는 ‘탄광 파업을 하면 정권이 바뀐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대처는 그걸 이겨냈다. 

윤 의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딱 그런 리더십이다”라고 말한다. 

▲ 윤희숙 이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美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박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교육부 규제완화위원회 위원. 21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서울 서초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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