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 상승·오너 의지 등 M&A 이유 다양... 금전적 이득 되면 법정관리기업까지 군침
구체적 조건 꼼꼼히 따져봐야 성공적 M&A 가능... 노동자 노동권도 고려한 M&A 돼야

 

#〈공정뉴스〉는 3부작에 걸쳐 우리나라 대기업의 대표적인 M&A 사례를 돌아보고, 최근의 트렌드도 살펴본다. 또한 앞으로 대기업들이 어떤 자세와 방법으로 M&A를 해야 할지 고찰해 본다. [편집자 주]

M&A 왜 할까...

대기업이 M&A를 하는 이유는 미래가치 때문만이 아니다. 2014년 진행된 한화와 삼성 간의 M&A가 좋은 사례다. 당시 삼성은 그룹 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유가 있었다. 또 한화는 기존 비즈니스와 시너지가 나는 사업을 인수한다는 명분이 있어 삼성의 화학과 방위산업 관련 4개 계열사를 약 2조 원에 한화로 넘기는 거래가 성사됐다.

그로부터 5년 후, 이 4개 회사는 2014년 대비 영업이익이 약 8배나 상승하면서 한화그룹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다. 이 결과를 보고, 미래 가치를 바탕으로 과감한 승부를 건 한화그룹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간단히 말할 일이 아니다. 삼성은 매각대금을 받아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에 투자하면서 경쟁자들과의 ‘초격차(超格差)’를 실현, 글로벌 시장의 선두에 섰다. 즉, 삼성도 계열사들의 미래 가치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선택과 집중’이 적절한 전략이라 판단해서 매각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한화뿐만 아니라 삼성도 M&A의 승자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대기업은 단순히 미래 가치만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고려해 M&A 결정을 내린다. ▲그룹 차원의 자원 배분, ▲경영진 선호, ▲내부의 정치적 이슈, ▲정부 규제 같은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 가까운 예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금산분리 정책으로 인해 롯데그룹이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를 매각한 사례(2019년) 등이 있다.
 

 

법정관리기업 M&A 왜 할까...

그렇다면 도대체 빚에 허덕이다 스스로 경영도 못 하는 기업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발채무, 예상할 수 없었던 채무를 말한다. 기업이 자금 차입 과정 또는 거래 과정에서 보증서를 발급받는 일이 있다. 주로 건설사들이 공사를 하면서 하자보증이나 이행보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증기관들이 보증서를 발급하고, 거래에서 사고가 나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준다. 대신 갚은 보증기관은 보증서를 발급해 달라고 했던 기업에 대신 갚아준 돈을 청구한다. 이를 구상권이라고 한다.

M&A를 하는 과정에서 현재 인수기업이 장래 거래에 대해 사고가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고, 현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아직 구상청구를 하지 않으면 인수기업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인수되는 회사의 보증기관이나 보증인들이 청구하는 이 채권은 인수한 회사가 그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

비단 우발채무뿐만이 아니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실사 과정에는 회계전문가와 법률전문가가 같이 참여한다. 회계전문가는 부외부채나 우발채무가 없는지와 회사의 가치를 조사하고, 법률전문가는 과징금이 없는지를 면밀히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부외부채는 실제로 채무가 있지만, 회계장부에 표시하지 않은 채무다. 과징금은 공정거래법상 위반으로 부과되는 제재금이다. 보통 과징금은 매출의 10% 정도를 부과하기 때문에 한 해 영업이익을 모조리 환수당할 수 있다. 장래에 발생될 채무나 드러나지 않은 과징금이 있는 회사를 인수할 경우 인수회사가 받는 타격은 치명적이다.

반면 기업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법원은 일정 기간을 정해 채무자 기업의 채권자들에게 법원에 채권을 신고 받는다. 이 신고 받은 채권신고를 기초로 누구에게 얼마를 변제할 것인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자들이 법원의 채권을 신고한다는 것은 채무자 입장에서는 채권자가 누구이고, 채무가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을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대상 기업이 얼마의 채무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인수해야 할 채무의 규모가 인수가액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법정관리기업은 이렇게 신고를 받는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고스란히 정리된다.

법정관리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채무가 감면된다는 것이다. 채무자 회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법원은 회계사로 구성된 조사위원을 회사로 파견해 회사의 재정 상태와 장래 영업 가치를 수치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조사위원의 조사에 따라 채무자 기업이 장래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산출되면 그 수익에서 회사운영에 필요한 제반비용을 공제한 나머지를 일반적으로 10년 동안 매년 상환하게 된다. 다만 모든 채무를 상환하진 않는다. 회사의 장래 10년 동안의 이익 중 상환여력의 한도에서 상환하게 된다. 여력이 되지 않는 채무는 회생계획안에서 면제된다.

법정관리 기업을 사려고 하는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없다. 법정관리기업이 아닌 정상적인 기업을 인수하려고 한다면, 채무 감면은 있을 수 없다.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기업이 법정관리 기업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수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M&A는 인수대상기업의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인수가액에는 경영권 프리미엄도 포함된다.

법정관리를 받는 기업은 본래의 기업가치 외에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최저일 뿐이다. 법정관리 기업은 최저가격과 최고가격의 범위가 설정된다. 인수기업은 그 범위 내에서 입찰에 임한다. 기업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 법원이 조사위원을 파견해 채무자 기업의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따져본다.

청산가치는 채무자 기업이 파산했을 때 채권자들에게 나눠 줄 자산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다.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채무자 기업이 파산하지 않고 계속 사업이 지속되었을 때 산정되는 가치다.

예컨대 X라는 회사가 파산을 한다면 채권자들에게 나눠 줄 재산이 100억 원이다. 이 회사를 파산시키지 않고 계속 영업 시켰을 때 채권자에게 나눠줄 수 있는 돈이 140억 원이라면, 이 회사의 인수가액은 100억 원에서 140억 원 사이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은 붙지 않는다.

김판섭 법무법인 현우 DIP연구소장은 “법정관리 회사가 가장 쌀 때는 청산가치가 계속 기업가치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다. 이 경우 기업은 파산해서 자산을 채권자들에게 모두 나눠 줘야 하지만 법원은 이때도 M&A를 하도록 한다”라며 “이런 조건의 회사를 인수하는 기업은 당연히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가격만을 주고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세금적 이익을 위해 법정관리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법정관리 기업에 이른 회사는 수년 동안 적자인 경우가 많다. 적자기업은 결손금이 이월돼 이익이 생겨도 법인세 납부가 면제된다. 이월결손금 공제라고 한다. 이월결손금 공제는 최장 10년 이내에 결손금을 현재의 이익에서 빼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예컨대 어느 기업이 2018년 기준으로 매년 손실이 발생해서 누적된 결손금이 100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회사가 2019년에 10억 원의 이익을 내도 이에 대한 법인세(현행 법인세는 과세표준 금액의 22%) 2억200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적자기업은 이 누적된 적자금액을 소진할 때까지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대부분 법정관리기업을 인수하려는 회사는 법정관리 기업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크다. 이와 달리 이렇게 세무 이익만을 위해 기업을 인수하는 회사도 있다. 국내 대형 회계업계의 한 파트너 회계사에 의하면, 2015년도 삼라마이더스 그룹이 법정관리 기업인 동아건설 인수 당시 동아건설의 이월 결손금은 약 3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삼라그룹의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이익금에서 3000억 원을 공제하고, 그래도 남는 이익이 있으면 법인세를 납부하게 된다. 따라서 3000억 원까지는 이익이 생겨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결과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당시 동아건설의 한 관계자는 “이익이 나는 회사가 동아건설을 인수하면 이와 같은 이월결손금의 혜택을 누릴 수 없어, 삼라그룹 산하 우방건설과 인수가 아닌 합병 방식으로 회사를 결합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우방건설과 합병한 동아건설은 합병 금액이 약 380억 원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삼라그룹은 인수가액 380억 원으로 3000억 원을 벌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세무이익을 얻었다. 결국 삼라그룹은 동아건설을 품에 안으면서 건설사업 다각화와 세무 이익을 취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M&A 접근법

회사의 exit는 창업자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사항이지만, 계획한대로 반드시 이뤄지지는 않는다. 특히, 회사의 M&A은 IPO와 같이 기본적인 요건도 없기 때문에 더욱 계획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유명 IT회사, 대기업, 사모펀드 등 회사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들이 어떤 생각으로 인수할 회사를 찾는지 안다면, 조금이라도 M&A의 기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연히 회사가 자신의 분야에서 매출 혹은 대체 가능성 등에서 우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 그 회사는 그 분야에 진출하려는 회사로부터 인수대상 1순위로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 M&A 기회를 갖는데 가장 좋은 방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시점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도 M&A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먼저, 대기업의 경우 직접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 오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함에 따라 직접 거래처를 발굴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기보다 관련 사업을 잘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인수해 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다음으로 특허, 노하우와 같은 무형 자산도 M&A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특히나 노하우는 정량적인 관점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직접 축적한 노하우는 대기업 등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입장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다. 빠른 속도로 변모하는 시장과 트렌드를 감안하면 시간과 노하우는 생각보다 훨씬 큰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사항들은 어찌 보면 매출이나 이용자 수와 같이 외부에서 쉽게 보이는 수치가 아니라 회사 내부적으로 확인 가능한 근본적인 사항일 수 있다. 때문에 단기간 내에 형성되기 어려운 것일 수 있다.

예전에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과 과정 등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던 것 같다. 회사 운영과 성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M&A 달인 되기

경쟁자가 많은 대형 M&A 입찰에서 오너십은 중요한 요소다. 월급쟁이 CEO는 모험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그룹의 실무진이 본 입찰 서류에 최종 가격란을 연필로 적어놓고 회장에게 넘겼다. 회장은 만년필로 가격란을 채워 실무진에게 넘겼다. 자금 조달 등을 책임져야 하는 실무진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동봉된 서류를 봤다.

실무진은 비명을 질렀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경쟁자를 따돌리는데 성공했고, 자금 마련에 애를 먹기는 했지만 결국 성공적인 M&A 작업을 수행했다.

이처럼 오너의 감각과 결단력에서 실무진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김승연 회장, 박용만 전 회장 등을 꼽는다. 비록 실패의 길을 걸었으나 강덕수 회장도 목표 매물을 찾고, 자금조달 방법을 제시하는 데 탁월했다고 전해진다. 반면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은 실무진의 의견에 상당히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든 ‘M&A의 달인’과 ‘승자의 저주’라는 평가는 결과론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강덕수 회장, 윤석금 회장 등도 달인이라는 칭호를 얻었을지 모른다.

사실 영업부진으로 차입금 부담을 안게 된 두산그룹 박용만 전 회장이나 많은 돈을 쏟아 부은 태양광이 언제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평가도 유보해야 한다.

M&A로 일가를 이루고, 천운을 타고났다는 SK그룹도 해외에만 가면 고개를 숙인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이동통신이나 에너지 업체 지분을 인수했으나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의 운도 국내에서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M&A 달인은 진정 없는 걸까. 오너는 아니지만 전문 경영인으로 탁월한 M&A 수완을 발휘한 CEO가 있다. 바로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한국P&G 사장 출신인 차 부회장은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끌었다. 코카콜라음료부터 시작해 다이아몬드샘물, 더페이스샵, 한국 음료, 해태음료 등을 연달아 인수하며 보수적인 LG그룹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는 단시간 내 적자 회사를 흑자로 전환하는가 하면, 인수자금 유출로 악화된 재무구조도 곧바로 복구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LG생활건강은 식음료는 물론 화장품에서도 확고한 시장 지위를 차지했고, 해외 사업도 날로 번창하고 있다.

물론 인수대상이 모험이라고 부를 만큼 큰 규모가 아니라는 점과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곳만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시기 섞인 비판도 있다. 하지만 오너가 아닌 CEO로 일군 탁월한 실적임은 분명하다. 그런 차 부회장은 M&A에 보수적인 LG그룹의 기업문화까지 바꿔놓았다.

차 부회장은 ‘M&A 달인’을 위한 몇 가지 요건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흙 속의 진주 발견 능력 ▲옵션이 덕지덕지 붙은 대규모 차입 지양 ▲덩치에 맞는 M&A ▲구체적인 재무개선 방안 ▲인수대상의 구체적인 수익 확보방안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M&A 시 노동권 존중해야

한국기업의 인수·합병이 2010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 등 노사관계를 충분히 고려치 않아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세차익만을 노린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특히 인수·합병 후 약속을 어기거나 법을 위반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에 대한 제재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이학영·박주민·이용득 의원과 민변, 참여연대 등이 지난해 개최한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권 침해 문제 진단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모색’ 토론회에서 “기업의 인수·합병은 기업의 필요에 의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다른 기업을 인수해 해결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용관계나 노사관계에 대한 대책이 미흡해 갈등이 생기고,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킨다”고 진단했다.

인수·합병은 기업의 물질적 자산만이 아니라 인적 자산까지 인수해야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고용승계와 노사관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인수·합병 후 구조조정은 기업의 경영진과 채권단,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그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쌍용자동차 인수·합병 과정에서 30명이 사망에 이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희생이 뒤따랐고, 한국합섬(파인텍)이라는 건실한 회사가 인수·합병과정에서 공중분해 됐다”며 “또 1700여명이 근무하던 현대디스플레이(하이디스)라는 회사가 사실상 사라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사회적 손실이 발생했는데, 그 편익을 취한 것은 소수의 기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쌍용자동차는 중국 상하이차 인수 직후부터 기술유출 등 시비가 꾸준히 있어 왔으며, 상하이차는 4년 후 경영을 포기했고, 산업은행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그 후 2009년 77일간의 파업부터 2018년 노사합의로 복직되기까지 사회적 손실이 막대했다.

그런데 정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09년 정리해고 당시 쌍용차 등기이사의 평균연봉이 2억7200만원을 기록해, 경영자가 정리해고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지 않았다. 또, 2014년 2월 고등법원은 쌍용차 정리해고의 주된 근거였던 ‘경영상 위기’를 근거로 한 회계분석이 잘못됐다고 판단, 해고무효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풍산그룹이 고용 및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하고 풍산마이크로텍 지분을 하이디스에 매각했지만, 경영악화 이유로 임금삭감 제안과 이를 거부한 직원들을 정리 해고한 사례 등 인수·합병 시 노동권이 침해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권 침해의 특징으로 ▲인수·합병 목적이 회사의 정상적 운영이 아니라 단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정리해고는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을 때 할 수 있지만, 실제 경영상 긴박한 위기는 주관적이며 애매모호하고, 사용자 의도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

▲대부분 사례에서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사전조치로 명예퇴직(희망퇴직)을 활용하고, 이를 거부한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방식으로 명예퇴직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인수·합병은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중 하나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이익만 고려될 경우 자칫 노동자의 노동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인수·합병 등 기업 매각 시 물질적 자산뿐만 아니라 고용과 근로조건, 노조가 있는 경우 단체협약이 승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또, 시세차익만을 노린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인수·합병 이후 최소 기간을 설정해 즉각적인 재매각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기업을 매각할 때 빠른 매각과 제 값 받고 매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수기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수 하려고 하는지, 인수 이후 단기간에 미칠 파장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과정에서는 경영진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과정, 이후 운영에 있어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아울러 인수·합병 이후 약속을 어기거나 법을 위반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제재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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