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사상 최대 규모 M&A 시장 형성, 장기불황 극복차원 적극적 거래 시도
올해 코로나로 인해 주춤... 경기악화로 주력-비주력 사업 구분 없이 M&A 시도

 

#〈공정뉴스〉는 3부작에 걸쳐 우리나라 대기업의 대표적인 M&A 사례를 돌아보고, 최근의 트렌드도 살펴본다. 또한 앞으로 대기업들이 어떤 자세와 방법으로 M&A를 해야 할지 고찰해 본다. [편집자 주]

2020 M&A 트렌드, ‘비핵심사업부’?

"기업발(發) 구조조정 매물에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핵심사업 투자재원을 마련키 위해 비핵심사업부를 팔려는 노력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임원은 올해 M&A 시장 전망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대기업의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매물이 다수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에 이어 대기업의 비핵심 사업 정리 움직임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가장 활발하게 매각에 나섰던 LG를 필두로 CJ와 현대차, 롯데, 두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사업 재편에 따른 M&A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 기업은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LG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사업 재편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그룹 사업을 전체적으로 점검한 뒤 비주력사업부는 시장에서 매각을 위해 태핑(수요조사)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하우시스 자동차소재부품사업부 매각 작업이 신호탄이다.

CJ 역시 CJ제일제당의 사료사업부 매각을 계속 추진하면서 다른 비핵심사업부 정리를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도 강관사업부를 팔기로 했다.

기업 입장에서 비주력사업 매각은 대내외적 위기 속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과제다. 미·중 무역 분쟁 여파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비핵심 계열사나 사업부를 과감하게 정리해 확보한 매각 자금은 곧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이다.

대기업이 탄탄하게 다져온 비주력사업 매물은 유동성이 넘치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기업엔 그룹 내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계열사, 사업부문이지만 역량 있는 FI(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해 기업가치 제고에 힘쓴다면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쓸 수 있다.

소수 지분 매각을 통해 FI를 끌어들여 협력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기업과 FI 서로 윈윈 하는 거래가 되도록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물론 구조조정 매물은 딜 성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성장성이 없거나 적자를 내는 '돈 안 되는 사업부'만 내놓는다면 거래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은 LCD용 유리기판 사업부 매각에 실패했다. 수천억 원대로 기대됐던 매각 자금도 손에 쥘 수 없었다.

결국 매도자와 인수자, 자문업계가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딜 구조 설계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올해 M&A 시장에선 어려움 속에서도 꽃피운 의미 있는 M&A거래가 많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2020 M&A 트렌드, 간판 계열사?

M&A 시장이 연 초부터 들썩였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웅진코웨이 등 대형 매물이 새 주인을 찾은 데 이어, 올해는 대기업 중심으로 굵직한 매물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어서 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비주력 계열사 중심으로 M&A가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 간판 계열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진단이다.

국내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지난 1월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산업 전반적으로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구조조정 및 포트폴리오 정리를 위한 매물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며 “롯데와 CJ·두산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LG가 수처리사업, 전자결제사업, LG CNS 소수지분 등을 잇달아 매각하며 비핵심사업을 정리했다면, 올해는 다른 대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IB업계가 주목하는 대기업들의 특징은 모두 ‘비상경영’을 선언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거나 주력 산업군의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포한 CJ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CJ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우량한 신용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쉬완스 지분 70%를 1조9,000억 원에 매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잇달아 단행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크게 늘었다.

CJ그룹 전체 순차입금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13조원에 달해 이자 등 금융비용만 반기 기준 5,080억 원에 이른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공격적 M&A에 따른 자금 부담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고 있어 본업에서 대대적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도 본업인 유통업이 흔들리고 있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합병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롯데는 계열사를 정리하는 것보다 금융계열사 매각, 호텔롯데 상장 추진 등으로 마련될 실탄을 대형 M&A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동빈 회장은 삼성과 빅딜 등 고비마다 초대형 M&A를 성사시키며 신성장 모델을 제시해왔다. 지난해에도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나서 전기차 배터리 등 전자재료사업 진출을 추진했었다.

지난해 말 두산건설을 상장 폐지하는 초강수를 둔 두산의 행보도 관심이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내 주요 증권사 및 회계법인 등이 두산건설 외 다른 계열사를 추가로 정리하는 방안을 그룹 경영진에 다수 전달해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두산타워 등 관련 자산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0 하반기 M&A 트렌드는...

코로나19 여파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M&A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수’ 주체였던 국내 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 주체로 바뀌면서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데 따른 흐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유상수 PwC삼일회계법인 거래자문(CF) 리더는 “코로나19라는 돌발악재에 올해 1분기는 지난해와는 다르게 대기업 중심의 유동성 확보 기조가 강화되면서 M&A 거래 규모가 급격히 감소했다”면서 “1분기 국내 M&A거래규모는 글로벌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대비 36%, 국내 기준으로는 51% 급감한 3조 원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2분기에 거래 마무리가 예상됐던 크고 작은 딜들이 무산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추진하던 58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의 미국 호텔 15곳 인수가 취소됐고, 지난 4월 자금 조달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유 CF리더는 M&A 거래 규모 급감 원인으로 대기업의 ‘태세 전환’을 지목했다. 그는 “급격한 위기 상황으로 인해 기업들은 사업계획 전면 수정 등 비상경영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공격적인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던 대기업 그룹도 올해 관련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진행하던 M&A도 연기, 중단하는 등 투자보다는 유동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 2분기 이후 M&A 거래 감소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반기에 두산, 대한항공 등 사업 악화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그룹사 중심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목적의 M&A가 예고된 상황이다.

여기에 당장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는 않더라도 사업의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비핵심 자산,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와 함께 코로나 시대 이후 시장 대응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M&A를 검토 중인 대기업 그룹 또한 여럿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코로나 사태 이후 생산 거점을 재조정하려는 M&A 움직임이 하반기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 CF리더는 “코로나 19사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이슈를 경험한 기업들 중심으로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또는 ‘차이나엑시트’ 전략을 고민 중인 기업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 품질, 유연함을 겸비한 최적비용 국가로의 생산 거점 전환에 대해 높은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중국 내 생산 거점을 보유한 기업들의 차이나 엑시트 및 생산 거점 재조정, 국내 복귀 등으로 인해 M&A 시장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9, M&A 사상 최대

지난해 국내 기업의 M&A 규모가 사상 최대인 37조 원대를 기록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사업의 성장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2016년 이후 보류했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재개한 결과다. 국내 기업들은 급성장한 사모투자펀드 등에 기업을 팔고,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일경제 레이더M이 2019년 국내 기업 경영권 M&A를 집계한 결과 총 37조7601억 원 규모가 거래됐다. 이는 오비맥주,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 삼성-한화 빅딜 등 굵직한 딜이 있었던 2014년 31조3713억 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 기록이다.

기업들은 저성장 국면 장기화에 따른 국내 사업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매물을 쏟아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주요 경제정책 결정이 중단되고, 대기업 총수들이 잇달아 검찰에 불려가며 의사결정이 어려웠던 국면도 진정세를 보이면서 기업 인수가 활발해졌다.

유료방송 독과점 논란이 해소되며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기업가치 5조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8000억 원) 등의 거래가 성사됐다. 지주사 규제 해소를 위한 롯데지주의 롯데카드·손보 매각도 있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SKC코오롱PI, 서브원, LG유플러스 결제사업부 등이 줄줄이 매각됐다. 해외에서 기회를 찾기 위한 국내 기업의 해외 M&A도 여전하다. 현대차그룹-미국 앱티브 합작, LG화학-미국 GM 합작, SKC-쿠웨이트 PIC 합작 등이 연달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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