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윤주경 의원.
미래통합당 윤주경 의원.

88년 전 4월29일 중국 상해 훙구 공원에서는 일제가 상해사변 승리를 자축하는 승전기념식이 열리고 있었다. 그날 윤봉길 의사는 품에 안고 있던 도시락 폭탄을 행사장 단상에 던져 일본군 수뇌부 다수를 죽게 하거나 중상을 입혔다. 행사에 참석했던 시라카와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과 가와바타 상하이 거류민단장이 당일 현장에서 즉사했고 노무라 해군 사령관은 다음 날 사망했다. 중국 중앙군 사령관 장개석은 이 거사를 두고 “중국 100만 대군도 못 한 일을 한국 청년 한 명이 해냈다”라고 감탄했다. 

윤 의사는 거사 전 두 아들에게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하여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윤주경 의원이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다. 윤 의사는 2남 1녀를 뒀지만, 1남 1녀는 일찍 사망했다. 장남 윤종 씨만이 후사를 남겼고 윤 의원이 윤종 씨의 6녀 1남 중 첫째다.

지난 2월 윤 의원은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총재의 제안으로 정치에 발을 디뎠다. 입당식에서 윤 의원은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선열들의 독립운동은 후손들이 망국노라는 말을 듣지 않고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서 정정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을 만들기 위한 위대한 여정이었다”며 “독립운동의 정신은 정의와 양심, 자유‧민주와 평화였다”고 했다.

또 국회의원 선출에 대해서도 "할아버지 찬스로 국회의원이 된 것은 맞다"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가 아니었다면 독립운동사 연구기반을 튼튼히 하고 독립운동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정치라는 영역에 발을 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솔직한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윤봉길 의사 후손, 그리고 첫 여성 독립기념관 관장

윤 의원은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에 취직해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할아버지와 관련한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매헌 윤봉길 월진회 이사 등으로 활동했으며 독립기념관 이사도 거쳤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4년 9월, 여성 최초로 독립기념관장에 올랐다. 

윤 의원에게 독립기념관장은 새로운 인식과 도전의 기회였다. 유명 독립운동가의 자손이었지만, 늘 행동거지를 조심하라는 부모님의 당부 속에 평범하게 성장한 윤 의원은 독립운동 관련 연구의 문제점을 이때 몸소 경험하며 심각성을 깨달았다. 독립관장을 맡으면서 매번 재정 상태를 걱정해야 했고 독립운동 연구에는 늘 연구 인력과 자료가 부족했다. 심지어 일부 자료는 중국이나 일본 쪽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도 겪었다. 그만큼 독립운동에 관한 준비도 연구도 부족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윤 의원은 독립관장 시절 ‘독립운동가 인명사전’ 편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2015년 4월 독립기념관 산하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에 편찬위원회를 출범시켜 1만 6000여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생애를 사전 형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윤 의원은 이때 겪은 어려움을 두고두고 토로했다. 국내에서는 아무리 찾아봐도 독립운동사 전공자가 50명이 조금 넘는 정도여서 원고 요청도 관련 자료 정리도 정말 힘들었다. 연구자 수가 적으니 원고의 질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독립기념관 내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원은 10여 명에 불과해, 방대한 독립운동가 관련 자료 정리에 애를 먹었다. 그는 2017년 독립기념관장직에서 퇴임한 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독립기념관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윤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신분으로 다시 독립기념관 이사직을 맡게 될 전망이다. 독립기념관 이사회에는 당연직으로 여야 국회의원이 1명씩 참여하게 되는데, 야당은 윤 의원을 독립기념관 이사로 내정한 상태다.
 
그는 지금도 독립기념관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는 수시로 “많은 국민이 독립기념관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독립기념관은 우리 국민이 힘을 모아 만든 곳이다. 이런 100만 평짜리 별장을 가진 국민이 어디 있겠나? ‘독립기념관은 전 국민의 별장이다”라고 말한다. 

■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윤 의원은 21대 국회 출발과 동시에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들과 함께 정치개혁 모임인 ‘초심만리’를 결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통합당 초선 의원 11명이 참여한 이 모임 ▲시대변화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당구조로의 변화방안 ▲여의도 연구원을 미래 대한민국의 정책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혁신하는 방안 ▲당원이 당의 주인으로서 교육받고 책임에 준하는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 ▲공천과 인재영입 방식의 시스템화 방안 ▲청년세대를 선거용이 아닌 정치리더로 양성 및 성장시키는 인재육성 방안 등을 개혁과제로 설정했다. 윤 의원의 활발한 의정활동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1호 법안’으로는 ‘독립운동 연구기관 내실화와 국가유공자의 예우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독립운동사 정립을 위한 법안을 만들고 싶다. 예산과 인원을 차근차근 늘리고 꾸준히 연구해나가야 한다”며 “독립기념관은 계속 사료를 확보하고 있는데 연구하기는커녕 아직 번역도 못 한 사료도 많다”고 탄식했다. 

또 독립운동가 예우에 대해서도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가 아직도 부족하다. 분야별로 경로우대증보다도 못한 경우도 있다. 전에 한 분이 혜택을 받으려면 경로우대증을 내밀 수도 있는데 자존심 때문에 내밀지 못했다고 얘기하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라며 “독립운동가 후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예우를 받는 분도 일정 수준 이상의 대접을 받도록 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21대에서 원하는 상임위원회는 독립기념관이 속한 정무위원회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국회 활동을 하는 의미를 김구 선생님 며느리가 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국회에 독립운동가 후손 5명만 있으면 이 나라의 모습이 많이 달랐을 거다.”

▲ 윤주경 경력
이화여대 화학과 학사. 18대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제10대 독립기념관장. 독립기념관 이사. 매헌 윤봉길 월진회 이사. 21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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