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비리 낙마 시 혈세와 행정차질로 모든 피해 지역주민이 감수
정당공천제 폐지, 지방의회 감사·주민소환제 강화, 지자체장 도덕적 자성 등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시켜야

 

#〈공정뉴스〉는 지자체 실시 25주년을 맞아 지자체장의 사건사고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25년이 지났음에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비리사례를 살펴보고, 비리 척결의 묘안에 대해서도 분석해본다.

#비리 폐해는 누구에게...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후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장과 연루된 부정부패와 비리, 인사전횡 등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털기만 하면 걸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각종 이권 개입, 청탁 받고 금품을 챙기다 철창신세 진 단체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범행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1995년 시작된 민선 1기부터 민선 6기인 지난 2017년까지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은 전국에서 모두 364명이다. 이 기간 중 선출된 단체장(1474명)의 24.7%에 달한다.

민선 6기만 한정해도 금품수수와 선거법 위반 등으로 50여명이 재판 받거나, 사법 처리됐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단체장만 광역 1명, 기초 30명에 달했다.

이들 단체장이 비리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자리를 물러나면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 혈세로 충당된다. 2015년 4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2명, 광역의원 35명, 기초의원 72명 등 모두 119명을 새로 뽑았다. 이 과정에서 298억 5800여만 원이 소요됐다. 이 비용은 해당 지자체 예산에서 전액 집행됐다.

한편 당선되는 순간부터 재선을 위한 선거용 행정이 지자체에 깊숙하게 자리 잡혀 있다. 생산적이고, 능률적인 장기적 안목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인사권을 고삐로 잡고 공직자들을 자기편, 자기사람 만들기에 바빠 유능한 공무원들이 승진에서 배제되는 일도 허다하다. 전시적이고 과시적인 모방행정, 선심행정이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공무원 서열·평점 조작, 인사서류 허위 작성, 특정 공무원 승진 지시 등을 하다 법망에 걸리기도 한다. 지자체장이 사법 처리되면서 행정 공백이 우려되기도 한다. 실제로 주요 사업은 물론 행정에 큰 차질을 빚기 일쑤다.

#비리 척결 제도의 문제점

몇 해 전 서장원 포천시장, 이교범 하남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비리 문제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었다. 하지만 지방 의회 행정사무 감사나 주민소환 제도 등 직·간접적인 감시와 견제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서장원 포천 시장은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추행한 뒤 무마하려고 금품까지 건넨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교범 하남 시장도 가스 충전소 인허가 비리 등 무려 네 가지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전직 군수 4명이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전북 임실에선 2015년 현직 군수가 또 같은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이처럼 최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비리 문제는 끊이질 않고 있다.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 주최 정책토론회 발표문을 보면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자치단체장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 민선 4기 때는 무려 10명 가운데 4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방 의회나 상급기관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노건형 경기 경실련 사무처장은 “사무 감사 기간이 법으로 제한돼 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 행정 전체를 감사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의원들도 그 기간에 모든 사안을 꼼꼼하게 감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민소환제도 등 직접적인 주민 통제 제도는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즉 제한된 기간 안에 서명부의 유효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투표까지 시행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2015년 지방자치단체 시행 20주년을 맞아 단체장 비리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염불인 상황이다. 청정 풀뿌리 자치를 위해선 지방의회 감사 강화, 주민소환 제도 요건 완화 등 실효적 감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리 척결 비법, ‘제도&자성’
 

 

지자체장들의 비리는 ▲인, 허가, ▲관급공사 발주와 관련한 금품수수, ▲이권개입 사업, ▲인사 청탁 대가 등 다양하다. 지방분권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비리 지자체장과 토호 세력 간 결탁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지방의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지역 토호세력들이다 보니 내부 감찰이 제대로 이뤄 지지 않는 사례가 다반사다. 단체장들의 일탈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의회, 지역 시민단체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천 과정 투명화, 다당제 등 정치구조 개혁도 필요하다.

민선 지자체장의 권한은 관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아졌다. 하지만 감시기능이 권한의 확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현재 지자체장에 대한 감시 기능은 감사원 감사, 부패방지위원회 고발, 검찰 수사 등이 있다.

하지만 명백한 위법 행위가 적발돼 사법처리하는 것 외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민소환제나 지방자치법에 명문화돼있는 주민투표제의 세부 규정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자체장이 금전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우선 정당공천을 둘러싸고 금전 거래가 오가는 문제를 고쳐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돈을 많이 써야 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 폐지, 지방선거의 완전한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수십 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중앙정치와 중앙정부가 좌지우지 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정치가 활성화돼야 한다.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지역정치가 활성화 될 수 있다. 지방의원 공천도 투명해야 정직하고, 능력 있는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다. 그래야 지방정치, 지방분권이 발전할 수 있다.

현재는 지방의회가 사실상 양당구도여서 지자체를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방분권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다양한 정당에서 지방의원을 배출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공론화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단체장은 스스로 도덕성과 선명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이권과 금품의 유혹에 넘어갈 위험이 크다. 막강한 권한을 쥐고 행정을 책임지는 자치단체장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청렴과 도덕성이 단체장 선출의 중요 기준이 돼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민선 지방자치제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권, 인사권, 각종 인허가권 등 단체장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분산시키고, 적폐 수준에 이른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선거 악습을 혁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자체장 인사 전횡 척결

2018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들의 인사 전횡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발표해 “해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자치단체의 인사부정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공직사회 부패 단절은 정권 의지에 달린 문제”라며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인사행정 전문성과 대표성, 정치적 독립성 보장과 인사위원의 명확한 자격기준 마련, 외부위원 참여 의무화 ▲인사 관련 위원회 정례화‧실질적 심의기구화, 사전심의로 다면평가 활용 ▲승진심사 대상자‧심사기준‧심사위원 공개로 투명성 확보, 상위 승진 후보자 탈락 시 사유 명시 등 인사 비리를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공무원노조는 성명에서 최근 드러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인사 관련 논란을 사례로 들었다. ▲5급 사무관 승진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군수가 검찰에 기소된 부산 기장군, ▲근무평점제도와 연공서열 원칙이 무시된 채 이뤄진 경북 상주시 정기인사, ▲도청간부의 시군배치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 갈등을 빚고 있는 경상남도 등. 이들 지역에서는 단체장의 인사 비리를 규탄하는 시위와 집회가 이뤄졌다.

노조는 “인사행정의 일관성, 객관성과 공정성은 직원의 사기진작, 업무능률 향상, 건전한 조직문화 배양으로 이어져 결국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지역 및 국가 발전으로 귀결된다”며 '자치단체장들의 특혜성, 선거용 인사부정'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감사원 특별점검 묘수

정부가 좀체 뿌리 뽑히지 않는 지역 토착 비리를 근절코자 칼을 빼들었다. 감사원은 2018년 ‘지방자치단체 전환기 취약 분야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단체장 선거를 도운 대가로 인사 특혜 제공, ▲인허가 혹은 계약 비리, ▲회계부정 관련 제보 들어온 곳, ▲언론에서 비리 의혹 제기한 지자체 등 모두 58곳이 대상이었다.

감사원은 지방행정감사 1·2국 감사인력 86명을 투입해 20일 동안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같은 기간 특별조사국 감사인력 41명을 별도로 투입해 지역 토착비리 기동점검도 시행했다. 감사원은 “공직자의 이권 개입과 복지부동 등 기강 해이가 우려 된다”면서 “이번 감사가 특별점검이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점검 대상이 된 인사 비리로는 ▲단체장 선거 조력자의 부당채용과 승진 청탁, ▲지자체 산하기관 직원이나 계약직·별정직 공무원 부당채용, ▲단체장 측근 공무원에 대한 근무평가 조작 등을 꼽았다. 또 문서에 잘 드러나지 않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간 ‘권력형 비리’도 살펴봤다.

아울러 감사원은 지자체의 주요 정책·사업 추진에 대한 특별점검에도 나섰다.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 공직자들의 무책임과 무사안일 등으로 주요 정책·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지거나, 지체된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점검했다.

감사원은 지난번 특별점검에서 토착비리를 엄중하게 문책해 공직기강을 세울 방침이었다. 하지만 제도상 미비점이나 불합리한 규제·관행에 따른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행정면책제도’에 따라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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