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들이 규칙을 정하는 사회에서 공정이란 힘없는 외침입니다. 공정한 차별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 지금 우리는 공정이 아니라 불평등을 외쳐야 합니다”                                                              -장혜영 공개정치선언문 中-

지난 5월 17일, 4·15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여 만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조기 퇴진을 선언했다. 총선에서 자신을 포함해 모두 6석에 그친 선거 결과에 쇄신책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지나 20년 동안 진보 정당의 얼굴로 활동했던 정의당은 과거에 매몰된 운동권식 당 운영으로 새로운 정책 개발에 실패했다는 당 안팎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날 심 대표는 2021년 7월까지인 대표 임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혁신위원회 구성을 통한 당의 변화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당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아젠다 혁신, 새로운 리더십으로의 교체를 위한 독립적인 집행 권한을 갖는 혁신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라고 당에 제안했다. 

꼭 일주일 후인 24일, 정의당은 혁신위 출범을 알리며 혁신위원장에 장혜영(초선) 의원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포스트 심상정을 상징하는 정의당의 얼굴로 비례 초선인 장 의원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장 의원은 2019년 10월 정의당에 입당한 정치 초년생이다. 21대 국회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장애 동생과 함께 생활하며 장애아 인권운동에 힘쓰는 한편, 독립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1년 ‘명문대 기득권을 비판한다’며 연세대 4년을 자퇴했다. 당시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이별 선언문’이라는 대자보를 남긴 채 교정을 떠났다. 

정의당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하는 장 위원은 당시 혁신위 발족식에서 “정의당의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정의롭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다시 규정하는 일”이라며 “진보정당이란 무엇인가. 코로나19 시대에 진보정당이 가져야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하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 어떤 혁신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가치를 이뤄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모든 걸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 기득권을 버린 자퇴생 그리고 장애인 인권 운동가

장 의원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영화감독, 작가, 크리에이터, 싱어송라이터, 장애인 운동가, 페미니스트. 이제는 정치인으로 불린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의당의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특히 'SKY 자퇴생' 사건으로 유명하다. 2010년 3월 고려대학교 김예슬, 2010년 10월 서울대학교 유윤종, 마지막으로 장 의원이 2011년 11월 14일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 ‘이별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를 중퇴했다. 당시 대자보에 "학교보다 더 좋은 게 있어 학교를 그만둔다" 며 "여러분 학교를 사랑하십니까? 아니라면 왜 굳이 여기에 있습니까?"라는 문구를 담았다.

장 의원을 상징하는 또 다른 사건은 시설에 머물던 장애 동생과 17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 생활하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몸소 경험하며 장애인 인권 운동에 뛰어든 일이다. 줄곧 시설에서만 생활하던 동생을 장애인 인권운동 단체인 '장애와인권발바닥'의 인권운동가의 권고에 따라 함께 생활하며 평범한 일상을 통해 동생의 자립을 돕고 있다. 2019년 YWCA 한국여성지도자상 젊은지도자상을 수상했다. 한국장애인인권상도 받았다.

장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 부양의무자 기준 철폐 투쟁 등에 동참했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비록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었지만 장애인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과 배려는 아직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정치 입문은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는 YTN과 인터뷰에서도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시민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존엄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다”며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길에 대의정치라는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 21대 초선 국회의원이자 정의당 혁신위원장의 무게

장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과 '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제도 보장 및 65세 연령 제한 폐지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정치 입문이 장애인 지원을 위한 정책 마련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관련법 제정에 힘을 쏟아야 하지만, 당 혁신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장 의원이 입법을 고민 중인 ‘차별금지법’은 정의당의 5대 입법과제 중 하나다. 정의당은 지난 3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그린뉴딜추진특별법 제정 ▲차별금지법 제정 ▲비동의강간죄 도입 등 5대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중 차별금지법은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 의원이 대표 발의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당에서는 20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심상정 안’을 중심으로 마음만 먹으면 신속한 ‘차별금지법’ 발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장 의원의 둘째 고민은 혁신위 성과다. 혁신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방향은 딱딱한 이미지의 정의당을 부드럽고 상냥한 대중 정당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이라는 틀에 갇혀 경직된 정당은 이미 수명이 다했다는 주장이다. 과거 소수가 뭉쳐 독재에 대항하던 운동권 시절의 유물이 장벽이 돼 시민과 당을 분리해놓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혁신위는 오늘도 '상냥한 정의당'의 탄생을 위해 당원과 시민의 의견을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장 위원은 21대 국회에서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로는 기획재정위원회를 1순위로 꼽고 있다. 비록 원내 교섭단체가 아니어서 정의당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지 미지수이지만, 장애인을 위한 복지도 결국 국가 예산 문제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복지란 곧 예산, 복지란 곧 증세 이슈와 결부되는 만큼 국가의 재정 문제를 제대로 다뤄보고 싶다는 게 장 의원의 각오이자 결심이다.

▲ 경력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졸업. 2011년 연세대학교 4년 자퇴. ‘어른이 되면’ 감독. 정의당 원내부대표. 정의당 혁신위원장. 21대 정의당 의원(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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