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변호사 채용률 매우 저조... 사외이사 하는 일 없이 급여만 챙겨 도덕적 문제
국토부 산하기관, 사외이사 비율 높고 경력 다양... 원전 관련 기관, 탈원전론자 사외이사 임명 아이러니


#〈공정뉴스〉는 지난달 대기업 법무팀과 사외이사의 현황과 주요 문제점을 살펴봤다. 이번엔 그 연장선으로 공공기관의 법무팀과 사외이사에 대해 간략히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기안전공사, 법무팀 신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법무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조직개편 때 본사 법무팀을 신설했다. 전기안전공사는 그 동안 별도 전담조직 없이 변호사 1명이 법무 업무를 해 왔다. 하지만 회사 내부 법무 역량 강화와 외부 사업 때 위험 관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직원 1명을 충원하며 팀 형태를 갖췄다.

신설 법무팀은 경영진 의사결정에 필요한 사안의 법률 검토와 업무 수행 중 발생한 법률분쟁에 대한 소송, 정관과 사규 제·개정 때 법률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법무팀장을 맡은 윤지현 변호사는 “법무 관련 업무를 체계화해 공사 안팎의 모든 법률문제에 대한 창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변호사 채용실태

공공기관 중 1명 이상의 변호사를 채용한 곳은 10개 중 4곳이며, 총 채용 인원은 62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2017년 공공기관 330개를 대상으로 변호사 채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기관 중 변호사를 직원으로 채용한 곳은 국민연금공단, 예금보험공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 133개 기관(40.3%)이었다.

반면 한국조폐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대한석탄공사 등 59.7%에 달하는 197개 기관은 변호사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33개 중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57개 기관은 변호사 1인,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51개 기관은 2인~5인, 한국소비자원 등 16개 기관은 6인~10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등 9개 기관은 11인 이상을 채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직원은 주로 소속기관의 법무팀 등의 소속으로 5급 이상의 직급을 가지고, ▲법제 현안 검토 ▲법률상담, 자문 ▲계약 심사 ▲소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변호사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34개월로 조사됐다.

대한변협은 “이 같은 공공기관 운영 실태는 우리나라 법치행정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협회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변호사 자격을 둔 공무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법무담당관제도의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은 이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도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채용해 공공기관의 업무 수행 적법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권익 보호 또한 향상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사외이사, 놀면서 돈 받기

대구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사외이사들이 수도권 인사들로 채워진 가운데 기관별로 보수규정의 차이가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사외이사의 지급보수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간 3천만 원 이하로 맞춰져 있다. 하지만 실제 지급되는 보수는 기관마다 차이가 크다.

더구나 일부 기관의 경우 회의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월급처럼 보수를 지급해 이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일부 수도권 인사들은 이사회 참석률이 5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9곳의 대구 이전 공공기관 중 2018년 사외이사에게 회의 참석 수당만 지급한 곳은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장학재단이었다. 이들 기관은 회의 참석 수당 30만~55만원을 지급해 1인당 연간 지급 총액이 1천만 원을 넘지 않았다. 같은 해 한국정보화진흥원 사외이사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외이사의 연간 지급액은 330만원이었다. 다른 기관들도 345만~620만원 정도였다.

반면 매월 100만~250만원을 지급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감정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5곳의 사외이사들은 적게는 1천500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 원의 연봉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은 이사회 참석과 관계없이 매월 250만원을 지급했다. 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은 매월 업무수행보조비 명목으로 200만원, 회의 참석 시에는 참석 수당 30만원(회당)을 추가 지급했다.

2018년 10월 선임된 한국가스공사 한 사외이사는 9차례 회의 중 2차례 불참했지만, 모든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외이사와 똑같은 1천712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 이사는 9차례 회의 중 4차례 불참하는 등 회의 참석율도 낮았다.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평균 참석률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61.6%로 가장 낮았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사들이 다수여서 회의 날짜를 정하기 어렵다. 학회나 강의 등으로 한 두 명 정도가 회의에 불참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해명했다.

비상임이사, 여성 편중 심각

비즈니스워치가 공기업 36개(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기준)를 대상으로 임원 및 관리직(1~2급) 현황을 조사했다. 공공기간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나온 최근 임원현황과 직급별 현황자료를 참고했다. 공기업 임원은 크게 상임이사(기관장 포함)와 비상임이사(비상임 감사위원 포함)로 나뉜다. 각각 민간기업의 사내이사, 사외이사에 해당하는 역할이다.

분석결과 36개 공기업에는 지난해 2월말 기준으로 382명의 임원(상임·비상임 합산, 공석 제외)이 재직 중이었는데, 주목할 점은 임원 성별의 편중이다. 분석대상 36개 공기업의 여성임원 41명 가운데 1명(장옥선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사장)을 제외한 40명은 비상임이사였다.

정부 정책 기준에는 상임·비상임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임원비율을 맞추기 위해 비상임이사 만 여성으로 임명해도 문제는 없다. 다만 공기업 여성임원이 비상임이사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정책 풍선효과’가 아닌지 고민해야할 대목이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사외이사 현황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의 사외이사 수가 평균 6.6명으로, 2명 수준인 민간기업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공기관 중 상당수는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정부 지침에 못 미쳤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감정원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국토부 산하 12개 공공기관의 평균 사외이사 수는 전체 이사 수의 54.5%(선임직 포함)에 달했다.

이는 자산 규모 1000억 원 이상 상장기업 1087개사(2017년 12월 결산. 금융감독원 조사)의 평균치인 38.7%에 비해 1.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공공기관별로는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의 사외이사가 각각 8명으로 가장 많다. 비율로 따지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66.7%로 가장 높다. 반면 한국감정원,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은 각각 50%로 가장 낮았다.

현행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 운영에 관한 지침'(제29조)에는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 임명 시 임명권자는 여성 비율이 비상임이사 정수의 100분의 30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가 권장하는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지키고 있는 곳은 12개 공공기관 중 한국감정원,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3곳에 그쳤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우 6명의 사외이사 모두 남성들로 구성됐다.

조사 대상 12개 공공기관의 사외이사 연봉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2940만원)를 제외하곤 11개 기관이 3000만원으로 동일하다.

이들 12개 기관의 사외이사는 모두 79명으로, 이 중 전직 관료 출신이 16.5%인 13명이고 ▲교수 11명(13.9%) ▲언론인 7명(8.9%) ▲정치인 6명(7.6%) 등이다. 사외이사 중에는 청와대 경호실 출신, 주류회사 현직 임원도 있다. 2명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출신 사외이사를 둔 공공기관도 있다.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를 교체하지 못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의 경우 2명의 사외이사가 2018년 6월 계약상 임기가 끝났지만, 9개월 만인 지난해 3월에야 교체됐다. 통상 임기 만료 2개월 전에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모집공고를 통해 후보자를 뽑은 후 공공기관운영위원회(기획재정부)의 심의·의결을 거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길게는 수개월씩 늦어지곤 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원전 관련 기관, 반원전론자들 사외이사 입성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등에 업고 반원전론자들이 정부 요직은 물론 에너지 공공기관에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2018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노금선, 최승국, 박철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중 최 사외이사는 서울특별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 녹색연합 사무처장,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현재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원전을 건설·운영하는 한수원 이사회에도 원전 반대론자가 입성했다. 한수원은 2018년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부 교수, 강래구 더불어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장, 김규호 경주대 관광레저학과 교수 등 3명을 새 사외이사(비상임이사)로 임명했다. 김해창 교수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섰었다.

김 교수 등이 합류한 한수원 이사회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부지 매입 단계였던 신규 원전 4기 건설 백지화를 결정했다.

한전 자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2018년 이종은 지역문화공동체 경남정보사회연구소장을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남동발전에서 시민단체 출신이 이사로 활동하는 첫 사례였다. 동서발전은 같은 해 박경호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사와 이경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 두 명을 신규 비상임이사로 뽑았다.

남부발전 역시 하재훈 인본사회연구소 운영위원을 새 사외이사로 선택했다. 주로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회사가 환경·시민단체 출신을 이사로 선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시민단체와는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발전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단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공단은 2018년, 5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새 이사는 신근정 서울시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간사, 정희정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위원, 조승문 미디어플랫폼협동조합 시그널 이사장 등으로, 줄곧 탈원전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출신들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등이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며 “내부 채용 프로세스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정부 관계자들이 사외이사를 뽑는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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