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단시간 원 구성 합의 업적, 박근혜 탄핵 → 조기 대선 거치며 진흙탕 싸움으로 물거품
극렬한 정파싸움 결과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 기록... ‘일하는 국회’ 위한 실용적 입법 반드시 필요

 

#〈공정뉴스〉는 20대 국회를 돌아보며 5편에 걸쳐 주요 사건과 입법 활동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 20대 국회 성적표를 바탕으로 21대 국회의 나아갈 방향도 함께 짚어본다.
 

#시작만 위대했던 20대 국회

“최악의 국회를 만들어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만든 장본인은 자유한국당이다.”(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외치면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동물국회를 재연하는 추태를 보이는 등 용두사미(龍頭蛇尾)로 임기를 종료했다. 결국 20대 국회가 남긴 것은 극한정쟁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20대 국회도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야당이었던 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과 20대 국회 교섭단체(민주당·한국당·국민의당) 초대 원내대표들 간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면서 개원 약 한 달만인 7월, 관련 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논의가 속전속결로 추진됐다.

하지만 9월 첫 정기국회를 시작하자마자 여야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대치를 이어갔다. 9월 24일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손잡고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강력 반발하면서 사상 초유의 여당 대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여당이 국정감사까지 보이콧하는 촌극을 보였지만, 결국 정세균 의장의 사과와 사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재개된 국정감사에서 미르·K 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여론만 최악으로 치닫게 됐다. 결국 여당인 새누리당도 여론 악화를 고려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면서 11월 17일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전, 후반기, ‘극과 극’ 행보

20대 국회는 전반기와 후반기 평가가 엇갈린다. 전반기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정도로 국회가 위상을 갖고 제 역할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후반기는 정쟁과 진영 싸움으로 얼룩진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제1야당인 통합당은 삭발과 단식 등 극한 투쟁 방식으로 일관하면서 무조건 여당의 발목을 잡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0대 국회 전반기는 통합당 내에서도 개혁파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설 정도로 국회는 제대로 된 위상을 갖출 만큼의 노력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후반기에는 민생 관련 법안들은 거의 발목 잡히고, 패스트트랙과 관련 국회에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며 “후반기는 2년 내내 정쟁과 진영 간 싸움만 벌였다. 민주화 이후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20년 의정활동을 마무리한 통합당 정병국 의원의 마지막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도 20대 국회에 대한 일반적 평가가 그대로 녹아있다. 정 의원은 “결국 국회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정치가 국가의 미래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되돌아보니 국민의 절실한 민생을 위해 거리로 나가고, 의사당을 점거하고, 몸싸움을 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가장 일 안한 국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대 국회의 입법 실적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하는 국회법'까지 발의해놓고 '가장 일 안한 국회'로 기록될 판이다.

지난달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인 법안은 모두 1만5456건에 달한다. 특히 발의된 법안 중 이날까지 처리된 것은 35.6%에 불과하다. 17대(51.0%), 18대(44.5%), 19대(41.9%) 법안 처리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폐기된 법안은 ▲16대 국회 882건, ▲17대 국회 3582건, ▲18대 국회 7220건, ▲19대 국회에선 1만190건이었다.

낙태 처벌 조항의 경우,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후속 입법이 필요한 데도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이처럼 헌재의 판결로 국회가 꼭 개정해야 하는 법안은 모두 30건에 달하고, 9건은 벌써 처리 시한을 넘겼다.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이른바 '한국형 실업부조' 정책도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아 무산됐다.

공수처법 후속 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7월 출범에 적신호가 커졌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공약으로 냈거나, 아니면 매 회기별 주요 중점 법안에 관해 어떻게 성과를 냈는가에 대한 보고서를 내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4년 20대 국회의 법안 심사 현황을 살펴보면 19개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 포함) 내 법안소위원회(발의 법안을 검토하는 첫 단계)는 총 702회 개최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임위 한 곳 당 1년에 10번꼴로 법안소위가 열린 셈이다.

4년 동안 19개 상임위에 제출된 2만4000여건의 법안 중 소위에 상정된 법안은 1만2381건이었고, 처리한 건수는 7106개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총 1847시간16분의 시간이 걸렸는데, 법안 하나당 심사 시간은 8.95분에 불과했다. '날림 심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임위 가운데 기획재정위와 환노위가 각각 86번, 72번 열려 법안소위 개최 횟수 1, 2위를 기록했다. 반면 문체위가 개최 횟수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 4년 동안 문체위는 법안소위를 총 5번 열었고, 겸임 상임위원회인 정보위가 6번의 소위를 개최해 뒤를 이었다.

이처럼 20대 국회가 의정 활동에서 '태업'을 반복한 원인은 대통령 탄핵, 패스트트랙 정국 등을 거치며 여야 간 대립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 장외 투쟁을 시작하자 논의는 국회 밖으로 옮겨갔고, 법안 심사 대신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문제는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으면 상임위원회에서 적체되거나, 졸속처리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법안소위는 수석전문위원이 법안의 내용과 쟁점을 설명하면 이후 의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찬반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법안소위를 자주 열어야 쟁점법안에 대한 정당 간 견해차를 좁히고, 비쟁점 법안은 신속하게 통과시킬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불출마 의원은 본회의, 상임위와 소위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도록 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법안소위를 주 1회 꼭 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해 4월에도 법안소위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하라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를 지키지 않아도 벌칙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입법 주체인 의원들이 스스로 옭아맬 법을 만들 가능성은 작다"면서 "'일하는 국회법'도 태업에 따른 불이익이나 벌칙을 강제하지 않는 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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