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대리점의 의사에 상관없이 '끼워팔기'를 강요하거나 판촉비용을 전가하면 무조건 위반으로 간주하는 규정이 마련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대리점법에서 규정한 불공정거래행위의 법 위반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대리점분야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을 다음달 9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제정안은 ▲지침의 적용 범위 ▲위법성 심사의 일반 원칙 ▲개별 행위 유형별 위법성 심사 기준 등으로 구성됐다. 우선 대리점 거래의 요건인 재판매, 위탁 판매, 일정 기간 지속되는 계약,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거래 등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핵심은 위법성 심사 기준이다. '구입 강제 행위'는 의사가 없는 상품을 구입하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주문을 강요하거나, 주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거나, 주문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정하는 행위도 포함했다. 위법성은 대리점 의사에 반해 상품을 구입하도록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

[제공=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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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리점 주문량이 본사 할당량에 미달하는 경우 주문 내역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이를 채우는 행위도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행위'는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대상으로 했다. 판촉비를 전가하거나 직원 인건비·기부금·협찬금 부담을 강요하는 행위도 포함했다.

[제공=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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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촉 행사 계획을 대리점과 협의하지 않고 수립한 뒤 이 비용을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는 행위, 실질적인 고용주로서 매장 판촉 사원을 관리했음에도 급여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시키는 행위 등도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신규 가입자 유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업무 위탁 수수료를 이월해 지급하거나 감액하는 행위,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상품·용역 공급을 중단하는 행위, 반품 조건부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행위도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제공=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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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계약 기간 중 수수료 지급 기준이나 위탁 판매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대리점에 불리하게 바꾸는 행위, '거래처를 다른 대리점에 양도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대리점의 파견 사원을 철수시키는 행위, 대리점 의사에 반해 영업 직원을 본사 직영점이나 다른 대리점에서 일하도록 지시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법 위반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에 자동 갱신 조항이 있음에도 이를 거절하는 행위,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상품·용역 공급을 중단하거나 공급 물량을 줄이는 행위 또한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제정안은 지난 15일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발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지원을 위한 공정 경제 제도 개선 방안'의 세부 과제 중 하나다. 공정위는 이 제정안을 19일부터 오는 6월9일까지 행정 예고한 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위원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이 행정 예고안에 의견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찬·반 의견 및 사유, 제출자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적어 공정위 대리점거래과에 내면 된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 제정으로 대리점거래분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마련돼 법 집행의 일관성이 확보되고 본사의 예측가능성도 높여 법 위반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수익이 감소한 본사가 이를 이유로 대리점주에게 할 수 있는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사전에 예방·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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