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변호사보다 '회사원' 등 부정적 인식 높았지만 젊은 법조인 사이서 인기
최근 워라밸 현상-높은 초봉-대기업 채용 증가 영향으로 지원인력 증가세 뚜렷
-‘법률 자문·송무·준법 감시’ 3대 업무, ‘소통능력·네트워크 구축’ 능력 필요


가히 ‘법조인 전성시대’다. 행정부 수반인 문재인 대통령부터 법조인이다. 5부 요인 중 한 명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입법부인 국회에선 법조인 출신이 50명에 달한다. 재적의원(293명)의 17%다. 비단 헌법기관만이 아니다. 재계에서도 법조인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각종 수사와 소송에 대비, 판검사 출신 전관(前官)들을 중용하기도 한다.

한국법조인대관과 각 기업 사업보고서 등을 참고해 10대 그룹 상장사에서 근무 중인 변호사 임직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은 대부분 법무팀에 몸담고 있다. 외형상 법무팀 소속이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 그와 관련한 업무를 맡는 게 대부분이다. 대기업 법무팀에 법조인 전성시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이에 〈공정뉴스〉는 대기업 법무팀의 현황과 출신 성분을 살펴보고, 최근 트렌드인 사내변호사에 대해 분석해 본다.

법조계 NEW 트랜드 ‘사내변호사’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내변호사가 급증해 300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법경영 문화가 강조되면서 사내변호사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근무환경을 우선하는 젊은 변호사들의 트렌드가 합쳐지며 나타난 현상이란 분석이다.

2018년 한국사내변호사회(회장 이완근)에 따르면 2017년 연말 기준 회원 수가 1821명을 기록했다. 2011년 527명이던 회원이 2013년 1130명, 2015년 1539명, 2016년 1723명으로 증가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기업에서 일은 하고 있지만 사내변호사회에 가입하지 않은 변호사들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사내변호사 규모는 한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만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사내변호사가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준법경영 문화가 강조되고 있는데다, 각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법률 리스크가 다양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모 대기업 법무팀에서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각 기업에서 법률자문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를 사내변호사가 담당하게 되면 비용절감 효과와 회사 내부 구성원의 책임 있는 법률검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도 점차 사내변호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개념 정립을 이뤄가고 있어 최근 몇 년 새 사내변호사의 업무영역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내로라하는 대형로펌에서 사내변호사로 이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A대형로펌에서는 2017년에만 10명이 넘는 변호사가 기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대형로펌에서 사내변호사로 이직한 한 변호사는 "과거만 해도 법조계 내부에선 사내변호사를 '변호사'라기보다 '일반 직장인'으로 보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며, "사내변호사들이 법무파트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기업의 중요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져 10년 후의 비전을 보고 기업체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윤세리(65·사법연수원 10기)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사내변호사는 더 이상 법원, 검찰, 대형로펌에 취업 못했을 때 선택하는 피난처가 아니다"라며, "국가경제의 발전과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에 따라 사내변호사는 앞으로 변호사업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사내변호사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병수 쉐퍼드멀린 한국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준법경영을 중시하는 미국 기업들의 법무부서(Legal Department)는 영향력이나 위상이 매우 높다"며, "특히 법무실장(General Counsel)은 아무나 될 수 없고, 연봉도 상당하며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전했다.

달라진 위상을 반영하듯 로스쿨생들 사이에서도 기업을 선호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로스쿨 출신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예전에는 법원이나 검찰, 대형로펌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을 함께 선택지에 두고 고민한다"며, "특히 상경계열 학부 출신들이 이 같은 경향을 뚜렷하게 보인다. 서울대 등 주요대학 로스쿨생들 가운데에도 삼성그룹 등 대기업 변호사 공채를 미리부터 준비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고 했다.

사내변호사 선호 현상이 부는 데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각광받고 있는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 대형로펌에서 최근 대기업 법무팀장으로 옮긴 한 변호사는 "로펌에서 일할 때는 업무량 때문에 가족들과 대화 나눌 수 있는 날이 손꼽을 정도였다"며, "수입은 조금 줄었지만 안정된 생활 속에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건강도 회복돼 만족한다"고 했다.

일부 대기업의 높은 초봉도 매력요인으로 손꼽힌다. 한 사내변호사는 "최근 법무관을 마친 새내기 변호사가 유명 전자회사에 들어가며 세전 연봉 8500만원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연말 인센티브를 더하면 1억 원을 훌쩍 뛰어넘으니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관계자들은 ‘안정성’을 사내변호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국내 10대 그룹 중 한 곳인 A그룹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B씨는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돈 받으며 월급쟁이를 하고 싶어 하는 변호사가 의외로 많다”고 했다. 채주엽 한국사내변호사회 부회장(변호사·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 전무)도 “신참 변호사들이 기업을 택하는 건 돈보다 안정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사내변호사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 채 부회장은 “대형 로펌보다 20~30% 낮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1년 차 사내변호사는 최저 연봉이 500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급여를 따질 때 전제조건이 있다. 액수와 책정 기준이 회사마다 제각각이란 것.

예를 들어 한화그룹은 전 계열사가 공통적으로 변호사 자격을 가진 직원에게 월 100만원씩 더 얹어준다. SK그룹 주요 상장사는 자격증을 가진 직원에게 ‘자격수당’을 주는데, 변호사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단 변호사 자격증을 경력으로 인정해 급여를 산정한다. 롯데지주는 변호사에게 자격수당을 준다.

하지만 사내변호사들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기업의 법무실장 등 고위직은 대부분 여전히 전관으로 채워져 있다. 또한,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의 성격상 백업부서인 법무팀의 사내변호사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법무팀 외 다른 부서와 협업을 통한 업무확대를 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사내변호사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B씨는 “기업에서 알게 된 기밀을 퇴사한 뒤 송사로 키워 본인이 수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채 부회장은 “그런 행위를 한다면 아무도 그 사람에게 사건을 안 맡길 것”이라며, “커리어에 오점만 남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내변호사로 오래 일하면 법조인으로서 정체성이 약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내변호사가 맡을 수 있는 송사 수임 건수가 겸직 금지 차원에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사내변호사는 ‘무슨 일’을 할까.

법을 잘 아는 것이 기업의 성공적인 경영과도 직결되는 이른바 ‘준법 경영’ 시대다. 직원들의 사소한 법 위반이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은 법적 처벌로 인한 일시적인 금전적 피해에만 그치지 않는다. ‘불법 기업’이란 이미지가 각인되면 경영상의 어려움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경영에서 ‘법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기업 내부에 점차 ‘사내변호사 역할론’이 부각되는 추세다. 다양한 법률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기업의 성공 경영을 돕는 사내변호사들의 세계를 조명한다.

기업들이 사내변호사를 채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업 환경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엔 기업이 법을 어기더라도 제재 수위가 높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법규를 위반해 받는 불이익보다 위반하거나 무시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업들의 법 위반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제는 기업의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기업 대표나 임원들에 대한 형사처분도 잦아졌다. 그만큼 법규 위반의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법률 리스크 관리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것이 사내변호사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기업 간에 활발하게 이뤄지는 투자나 인수·합병(M&A) 역시 사내변호사 증가에 한몫했다. 상대 회사가 갖고 있거나 혹은 향후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법적 문제를 간과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내변호사의 필요성을 절감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사내변호사의 채용문이 활짝 열렸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기업에 소속된 사내변호사 수는 약 3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0년만 해도 800여 명에 불과했는데, 불과 10여 년 사이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럼 사내변호사들은 실제로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할까. 사업 영역이나 기업 규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크게 △법률 자문, △송무,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업무)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게 현직 사내변호사들의 설명이다.

우선 ‘법률 자문’은 사내변호사 업무의 핵심으로 불린다. 한 기업에서 법률적인 이슈가 불거졌거나 그럴 조짐이 있다고 판단되면 통상적으로 사내변호사에게 문의가 들어온다. 사내변호사는 우선 여러 회사 관계자로부터 관련 상황에 대한 얘기를 경청한다. 이후 법률 분석을 한 뒤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

투자나 M&A 때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계약서나 인수하려는 회사에 법률적인 위험 요소가 없는지, 어떤 부분에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파악해 법률 리스크를 피해 갈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는다.

자체적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외부 로펌에 도움 요청하는 것도 사내변호사의 몫이다. 때로는 법률 리스크를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때는 과감하게 사업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위험을 안고 계속 사업을 진행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한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송무’도 사내변호사의 손을 거쳐야 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사내변호사에게 직접 송무를 맡기지는 않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로펌의 전문성이다. 사내변호사가 아무리 법률 전문가라 해도 모든 분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법률 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데, 사내변호사들은 회사 내부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현업에서는 다소 뒤처질 수밖에 없다. 로펌은 각각의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 온 변호사들이 포진했다. 수많은 기업들의 사건 사고가 모이고, 이를 처리한 경험을 아무리 뛰어난 사내변호사라고 해도 따라갈 수 없다.

다른 이유는 ‘효율성’이다. 송무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사내변호사가 이런 송무를 붙잡고 있는 것은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내변호사가 송무 사건에 투입되는 시간에 오히려 내부 자문이나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이 기업의 법률 관련 비용이 훨씬 절약 된다”고 말했다. 송무를 맡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은데, 이는 사내변호사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19년째 EY한영 사내변호사(법무실장 전무)로 일하고 있는 백승재 변호사는 “로펌도 고객과 아무리 관계가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 90%다. 항소심을 하게 되면 반드시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내변호사도 똑같다. 기업이 고객인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더 이상 그 기업에 있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면 그 변호사 대신 다른 변호사를 대체해야 하는데, 그건 사내변호사에게는 나가라는 말이 된다”며, “전문성 외에도 이런 부담감 때문에 로펌과 같은 외부 변호사들을 찾는 성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물론 법률 자문이나 송무 진행을 로펌에 맡기더라도 사내변호사가 완전히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사내변호사는 회사 내부 상황을 로펌에 전달하는 일종의 ‘전달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백 변호사는 “대형 로펌에 소속되고, 제아무리 뛰어난 변호사라 해도 한 기업 내부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나 사업 내용들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사내변호사는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요약해 사건을 의뢰받은 외부 변호사들과 공유한다”며, “필요하면 회사 내부의 전문가와 연결해 주는 작업이나 경영진의 협조와 지원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때로는 함께 소송 서류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등 한 팀처럼 움직이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컴플라이언스(준법)’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내변호사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등은 변호사들로만 구성된 컴플라이언스 전담 인력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다.

컴플라이언스는 기업의 법률 리스크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핵심 업무다. 임직원이 직무 수행 중에 법규를 준수하도록 하는 준법 감시 체제를 마련하고, 이를 사내변호사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다.

사내변호사는 자신이 속한 회사의 어느 사업 부서에서 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지 파악하고, 그걸 막기 위한 내부 규칙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한다. 규칙이 완성되면 임직원들에게 이를 이해시키는 교육과 훈련을 직접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정부 정책에 부합하게 급여나 징계 등에 관한 기업 규정을 수정한다. 소속된 기업이 맞닿은 규제에 대해 감독 기관이나 유관 기관과 소통하며 법령 제정과 개정안을 제안하는 것 등도 모두 사내변호사의 일에 포함된다.

일각에선 급격하게 사내변호사가 늘면서 사내변호사들이 직면하는 근무 환경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완근 변호사는 “많은 기업이 사내변호사가 없던 상태에서 신입 변호사들을 채용하고 있다. 그런데 혼자 업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다. 이들은 보통 과장 등의 직급으로 들어가게 되는 만큼 조직 내에서 큰 권한을 가질 수 없다. 이끌어 줄 선배 변호사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내변호사에겐 ‘어떤 능력’이.

이처럼 업무만 놓고 보더라도 사내변호사는 로펌이나 스스로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외부 변호사와 큰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회사원’인 만큼 근무 강도도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로펌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때로는 주말도 불사하고 업무를 봐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반면, 사내변호사들은 다르다.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 일반 직원들의 평균적인 근무시간과 비슷하게 출퇴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요구되는 능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직 사내변호사들의 설명이다.

사내변호사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소통의 기술’이 꼽힌다. 외부 변호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내변호사는 이보다 훨씬 뛰어난 전략적인 소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인사이너리 법무이사(전 KCC 준법지원팀장)를 맡고 있는 이완근 변호사(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는 “때론 새로운 규제나 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사업부서에서는 듣기 싫을 수밖에 없는 얘기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원만하게 사내변호사의 전략을 사업부서에 입히기 위해선 소통의 강도 조절과 전략이 필수다. 이런 대처에 능하지 못한 이들이 단순히 워라밸만 좇아 사내변호사가 됐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내변호사 경력 16년째인 채주엽 부회장은 “사내변호사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펌을 예로 들면 연차가 쌓일수록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마련이다. 반면 사내변호사는 근속 연수가 늘어날수록 다재다능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로펌과 달리 밑에 조직을 거느려야 하기 때문”이라며, “아래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지, 하지 않는지 판단해야 하니까 여러 가지 법을 두루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한다는 거”라고 설명했다.

채 부회장은 “한 분야에서 전형적인 법률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사내변호사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구축 능력 역시 사내변호사라면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백승재 변호사는 “항상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로펌 등과의 관계를 반드시 구축해 놔야 한다. 갑자기 압수 수색이나 소장 접수, 언론에 좋지 않은 기사가 나오기라도 하면 바로 관련 분야에서 뛰어난 경험과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연락해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감독 기관, 유관 기관, 협회 이런 곳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리스크를 방지하고, 규제 관련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조인 ‘채용 트렌드’ 변화
 


과거 사내변호사는 대기업에서만 주로 채용했다. 방식도 지금처럼 공개된 방식보다 검사나 판사 출신 전관을 알음알음 임원급으로 영입했다. 그렇다 보니 사내변호사가 기업의 방패막 역할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연히 생겨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인식에 변화 조짐은 1999년부터 일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에서 처음으로 사법연수원 졸업생(28기)들을 대상으로 공채 1기 변호사를 채용한 것이다. 이후 2004년은 여러 기업들이 사법연수원 출신들을 채용하기 시작한 해로 기억된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점차 늘려가겠다는 ‘사법시험 개혁’ 방침에 따라 꾸준히 배출되는 법조인이 늘기 시작했다.

당시 사법연수원 내부에서도 1000명의 졸업생들이 과연 모두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여러 기업들을 초청해 처음으로 채용 설명회를 열었던 상황이었다. 판사나 검사, 대형 로펌 입사만을 꿈꿔 왔던 연수생들 사이에 처음으로 사내변호사를 꿈꾸기 시작한 이들이 나타난 것도 이 시기다.

하지만, 현직 사내변호사들은 과거 전관 위주의 사내변호사 채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이완근 변호사는 “아직도 사내변호사를 기업에서 일이 터지면 제일선에서 막아내고, 왜곡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현재 많은 사내변호사들은 기업의 준법 문화를 성장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004년을 기점으로 사내변호사 수는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로 채용하는 곳은 여의도에 있는 금융회사들이었다. 금융업이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에 속하기에 금융법에 능통한 변호사들을 영입한 것이다.

금융 기업에 속한 사내변호사들은 정보 공유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2007년 ‘여의도 사내변호사회’란 조직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났다. 이후 비금융권 기업에서도 사내변호사 채용이 점차 들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이에 여의도 사내변호사회 내부에서 사내변호사들의 역량 강화와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결국 당시 여의도 사내변호사회에 참석 중인 인원 30명이 모여 2011년 한국사내변호사회(한사회·http://cafe.naver.com/attorneys)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현재 사내변호사 수 증가와 함께 한사회도 부흥기를 맞고 있다. 회원 수만 2000여 명에 육박한다.

현재 한사회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로스쿨을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젊은 사내변호사들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로펌 등과 모임을 마련해 대외적인 네트워크 구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