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법조출신 최다 임원 구축·롯데 법조인 전방위 배치, 법무장관·검찰총장 출신 다수 포진
-오너 규제 증가&신사업·해외진출 시 법률문제 해결 이유... 불법 방패막 의심 지적도

 

가히 ‘법조인 전성시대’다. 행정부 수반인 문재인 대통령부터 법조인이다. 5부 요인 중 한 명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입법부인 국회에선 법조인 출신이 50명에 달한다. 재적의원(293명)의 17%다. 비단 헌법기관만이 아니다. 재계에서도 법조인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각종 수사와 소송에 대비, 판검사 출신 전관(前官)들을 중용하기도 한다.

한국법조인대관과 각 기업 사업보고서 등을 참고해 10대 그룹 상장사에서 근무 중인 변호사 임직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은 대부분 법무팀에 몸담고 있다. 외형상 법무팀 소속이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 그와 관련한 업무를 맡는 게 대부분이다. 대기업 법무팀에 법조인 전성시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이에 〈공정뉴스〉는 대기업 법무팀의 현황과 출신 성분을 살펴보고, 최근 트렌드인 사내변호사에 대해 분석해 본다.

대기업 ‘법조출신’ 임원 선호

국내 시총 1위 기업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법조인 출신 임원을 거느리고 있다. 15년간 법무실을 지킨 김상균(62·사법연수원 13기) 사장을 포함해 이현동 삼성중공업 부사장(전 검사), 강선명 삼성물산 부사장(전 판사) 등이 그들이다. 모두 22명의 임원이 법조인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농단 사태로 홍역을 치른 삼성전자 법무실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후 큰 변화를 겪었다. 미전실 법무팀장을 맡고 있던 성열우(61·18기) 전 사장을 비롯해 김수목(56·19기) 전 부사장, 엄대현(54·21기) 부사장이 사의를 표했다. 이 가운데 엄 부사장은 지난해 다시 법무실 담당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삼성전자에 공식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인 이남석(53·29기) 전 상무도 이 시기 삼성을 떠났다. 부사장 대우였던 김상우(59·18기) 해외법무팀장은 전문위원으로 직위가 바뀌었다. 대부분 법무(法務)에 종사하지만, 박상교(48·32기) 상무가 유일하게 중국전략협력실 담당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점이 눈길을 끈다.

롯데그룹의 약진도 주목된다. 롯데는 2017년 3월 그룹·계열사의 준법경영을 지원키 위해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하고, 민형기(71·6기) 전 헌법재판관을 초대 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이태섭(57·16기) 전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부사장급인 준법경영실장으로 합류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인 김현옥(51·31기) 전무는 준법경영 1팀을 맡고 있다.

롯데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설립 전후로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과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내홍을 겪었다. 따라서 위원회를 통해 그룹의 법무 역량을 크게 높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오너인 신동빈 회장 직속 기관으로 설치돼 그룹 내 리스크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으면서 지배구조 개편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로스쿨 교수는 "롯데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설립 전 여러 로펌에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해 자문을 구했다"며, "그룹 경영의 일반 원칙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상사법학회장을 지낸 최완진(67) 한국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짧은 기간 고도성장을 이룬 국내 기업들은 세계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품질·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만 몰두해왔다"며, "기업이 일선 조직의 준법 매뉴얼, 윤리수칙을 정립하는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만든 건 투명경영의 밑거름을 확보해 지속적인 발전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전관(前官) 선호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인 출신 상근직 임원 69명 가운데에 전관 출신이 60.9%에 달하는 42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도 검사 출신이 26명으로, 16명에 그친 판사 출신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높은 전관 비율 때문에 이들이 '로비 창구'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이들이 변호사로 출발한 대다수 후배 사내변호사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완근(44·33기) 한국사내변호사회장은 "사회 일각에서 전관 출신 법조인 임원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중심 기술 집약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 산업 특성상 지적재산권과 해외법무를 담당하는 임원중에 미국 로스쿨 출신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에는 특허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센터장인 이인정 부사장, IP센터 전략팀장 장호식 전무, 이흥모 무선개발실 전무가 모두 미국 뉴햄프셔대 프랭클린 피어스 로우센터(Franklin Pierce Law Center) 출신이다.

박준범 기아자동차 지적재산법무팀장은 뉴욕대 로스쿨, 한준식 LG생활건강 해외법무부문장은 미네소타대 로스쿨,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코네티컷주립대 로스쿨을 나왔다. 로스쿨 별로 보면 조지타운대(Univ. Georgetown)와 시라큐스대(Univ.Syracuse)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양재선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 회장은 "수출 기업들은 해외에서 대규모 민·형사 소송은 물론 지적재산권 소송 등에 휘말릴 수 있는 법률·재무상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외국어에 강점을 보이는 미국 로스쿨 출신들이 이런 소송을 잘 처리해 가면서 자연스레 조직 내에서 중요성이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기업에 곧바로 입사한 순수 사내변호사 출신 임원도 눈에 띈다. 김희대(54·30기) 하나금융지주 상무, 박갑동(50·31기) 한국조선해양 상무, 최춘구(49·31기) 미래에셋대우 이사, 강윤미(47·31기) 삼성화재 상무, 양종윤(48·33기) CJ제일제당 상무 등은 모두 사법연수원 수료 후 기업에 곧바로 입사해 커리어를 쌓은 사내변호사 출신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3기를 전후해 사법시험 합격자가 1000여명으로 상향조정됐다. 이 무렵부터 많은 변호사들이 기업에 대거 입성했다"며, "당시에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곧바로 기업으로 가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이들이 관리자로 성장하고, 승진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예우’ 전성시대

각 그룹의 법무팀을 이끄는 임원중에는 검찰 출신이 비교적 많았다. 이종상 LG전자 법무그룹장(부사장), 박용주 SK텔레콤 법무그룹장(그룹장), 한승헌 GS건설 국내법무팀장(상무), 송세빈 신세계 이마트 법무실장(부사장보) 등이 모두 검사를 지냈다.

전체 수로 따져 봐도 차이가 난다. 10대 그룹 법조인 중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은 27명, 판사를 지냈던 사람은 18명이다. 이들이 기업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삼성그룹의 경우, 전관 20명 중 19명이 임원 직함을 달고 있다. 삼성 임원 중 가장 낮은 직급인 상무에게는 통상 4000만원 이내에서 승용차가 제공된다.

그 외에 임원은 분리된 사무공간을 쓰며, 비서가 일정을 챙겨준다. 해외출장 시엔 비즈니스석에 탈 수 있다. 안양컨트리클럽 등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도 이용할 수 있다. 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삼성서울병원에서 최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들의 정확한 보수는 아직 알 수 없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6년 삼성그룹 상장사 등기임원 평균연봉은 11억9735만원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그룹 중 1위다. 2위는 GS그룹(10억3905만원), 3위는 LG그룹(10억383만원)이다. 10대 그룹 가운데 임원 보수가 가장 낮은 곳은 현대중공업그룹이다. 임원 5명의 평균연봉이 7215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전관 임원은 회사를 나가도 대우를 받는다. 삼성과 LG·SK·현대차그룹 등은 퇴직 임원에게 2년 안팎으로 고문역을 맡긴다. 법조 전관이라면 ‘법률고문’으로 활동하는 식이다. 이종왕 전 서울지검 부장검사가 그 예다. 2004~07년 삼성 법무팀장을 지낸 그는 회사를 떠났다가 2010년 삼성 법률고문으로 복귀했다.

퇴직 임원은 고문으로 일하며 현직 때 연봉의 50% 이상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기업 소속 전관은 대체로 대형 로펌 소속보다 급여가 적다고 한다. KB투자증권 전무를 지낸 정민규 변호사(전 검사)는 “전관도 기업에 들어가면 정해진 연봉체계에 편입 된다”고 했다.

보통 부장판사가 대형 로펌에 둥지를 틀 경우 월 실 수령액이 3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세전 연봉으로 치면 대략 6억 원이다. 기업에서 일하면 이 정도 거액은 기대하기 힘든 셈이다. 단 예외가 있다. 삼성 소속 전관들이다.

검사 출신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 법무팀을 이끌던 2002~04년에 연봉을 10억 원 넘게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서초동 최 모 변호사는 “로펌 대신 삼성전자를 택한 전관이 20억 원 가까이 받았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귀띔했다. 이어 “전관이 삼성으로 가면 주위 시선이 곱지 않을 텐데, 삼성은 그런 리스크를 상쇄할 만큼 보상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공무원이 대기업 소속 전관을 접촉하면 5일 내에 반드시 문서로 보고해야 한다’는 훈령을 시행했다. 외압이나 부정청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바꿔 생각해 보면 기업이 전관을 영입하는 데 정치적 측면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오너 일가가 송사에 휘말릴 때 전관이 구원투수로 나선다는 얘기는 자자하게 들려온다. 대표적으로 2017년 이종왕 전 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막후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전 검사는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을 앞두고 매주 세 차례씩 삼성전자 법무팀과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을 모아놓고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법무법인 태평양 내엔 삼성을 떠난 김수목·엄대현 부사장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기업 총수 사건에 전관이 개입하면 부작용이 더 심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민규 변호사는 “기업에서 일어나는 사건 대응은 외부 로펌과 상의하게 돼 있다”면서, “사회 감시망이 발달한 사회에서 전관이 나서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미국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철재 법학박사는 “미국에선 전관이 로비스트 역할을 하면 가차 없이 처벌 받는다”고 했다.

대기업 법무팀 위상 ‘하늘 높이’

모 대기업 법무팀장인 A씨는 2014년 초 그룹 회장의 재산 관리 업무를 새로 맡았다. 재무팀장이 하던 일까지 떠맡게 된 건 대기업 오너와 관련된 규제가 늘어난 탓이다. 2013년부터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시작된 데 이어 법무부가 오너의 권한을 제한하는 쪽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한 게 단적인 예다.

反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기업인들에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면서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임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중요한 경영 현안뿐 아니라 오너 일가 문제에선 무엇보다 보안이 중요해 외부 로펌에 의뢰하기 힘들다”며, “결국 곳간지기를 포함해 주요 역할을 그룹 법무팀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법무팀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해외 진출 시 사후에 법률관계를 따져보는 역할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엔 사업전략 수립 단계부터 의사결정 과정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곳곳에서 특허 소송 같은 각종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이다. 삼성은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뽑아 법무가 아닌 기획과 컨설팅, 마케팅 같은 일반 업무를 맡기고 있다. LG화학은 2103년 전사적 특허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 등을 참여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로스쿨도 미국 로스쿨 교육 제도를 본떠 기업의 사내 변호사 양성을 정규 교육 과정으로 도입하고 있다.

법무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법무팀장 출신이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되는 사례도 있다. GS그룹 법무 업무를 총괄해온 임병용 사장은 GS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103년 6월 GS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검사 출신인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장도 2012년 SK하이닉스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코퍼레이트센터장을 맡은 뒤 2013년 2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법무팀원 중에는 젊은 나이에 고위직에 발탁돼 부러움을 사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과거 삼성전자에서는 엄대현 부사장과 이상주 전무 등 검찰 출신의 40대 고위 임원들이 나왔다. 검찰에서 일했던 이종상 LG전자 부사장도 2013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비상 상황에서는 전관 법조인을 구원투수로 투입하는 일도 있다. OCI는 2103년 8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3084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자,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허만 변호사를 경영지원 사장으로 선임했다.

법무팀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변호사 수를 늘려 총 500여명의 법무 전문 인력을 두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김상균 사장이 그룹 법무실장을 맡아 법률 업무를 총괄하고, 10명의 부사장급 변호사들이 김 사장을 보좌하고 있다.

SK그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출신인 윤진원 사장을 중심으로 법무팀을 꾸리고 있다. 90명의 변호사를 합해 전체 법무팀 규모를 150명 선으로 키웠다. 2014년 김승연 회장의 배임 혐의를 둘러싼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이끌어낸 한화 법무팀은 10명으로 이뤄져 있다. 조현일 법무팀장(사장)이 법무법인과 전략을 짜며 소송을 준비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해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경쟁업체나 특허괴물과의 법률 분쟁을 줄이기 위해 법무팀의 위상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법무왕국’ 삼성
 

국정농단 재판 당시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국내 3대 로펌으로 꼽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주축으로 김종훈 변호사와 법무법인 기현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태평양은 항소심에서 이인재, 한위수, 장상균, 권순익, 이경환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참여해 이 부회장을 변론했다. 이경환 변호사를 제외하고 모두 판사 출신이다.

변호인단의 대표 격은 이인재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으로 2심에서 새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이 변호사는 2017년 12월27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직접 최종변론에 나섰다. 박영수 특별 검사팀의 공소내용과 1심 판결에 대해 ‘자의적 검찰권 행사’, ‘공허한 말장난’, ‘희한한 글’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기도 했다. 한위수 변호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항소심에서 새로 합류한 장상균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다.

역시 판사 출신인 김종훈 변호사는 대형 로펌 소속이 아닌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신생 법무법인인 기현은 1심 심리가 진행되던 중에 합류했다. 소규모 로펌으로 소속 변호사 중에 이현철 대표변호사와 정한진 변호사가 소송에 직접 참여했다. 모두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으로 이 변호사는 짧은 판사 생활 이후 개업해 기업 송무 분야 사건을 주로 맡아왔다.

이 부회장 측은 박영수 특별 검사팀의 기소로 법정에 서게 된 2017년 3월, 13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바 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함께 한 법무법인 태평양에 재판 변호를 그대로 맡겼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까지 지낸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송우철 변호사와 판사 출신 문강배 변호사를 포함해 태평양에서만 10명의 변호인이 나섰다. 앞서 언급한 김종훈 변호사와 수사 단계에서 선임계를 냈던 검찰 출신 조근호 변호사, 오광수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당시 대표변호인을 맡았던 송우철 변호사는 1심이 끝난 후 이인재 변호사로 교체됐다. 2017년 8월 25일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법조계에서 항소심에서도 이 부회장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2심에서는 풀려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삼성의 법무담당 조직이 세간에 본격적으로 노출된 것은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있었던 2007년 10월이다. 당시 국회는 김 변호사의 폭로와 관련해 ‘삼성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삼성그룹의 20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7조 원대 분식회계, △오너 일가의 비자금 사적 유용, △정·관·법조·언론계 등에 대한 전방위 로비, △ 경영권 불법승계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당시 삼성그룹 법무실의 정식 명칭은 ‘사장단협의회 산하 법무실’. 구성원의 명단, 규모, 조직 내역, 업무 등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채 베일에 싸여 왔다. 2007년 12월 언론 발표에 따르면, 삼성그룹 법무실 소속 변호사 12명 중 11명은 ‘전관’, 즉 판사 또는 검사 출신이었다. 검사 출신이 6명, 판사 출신이 5명으로 모두 10년 안팎의 엘리트 판·검사 경력자였다. 나머지 한 명은 동아일보 법조담당 기자였던 이수형 씨다. 이 씨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삼성그룹에 합류한 시기는 2000~2006년이다. 2000년에는 법원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 등 특수 관계인에게 싸게 넘긴 것은 부당하다”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변칙상속 논란이 불거졌다.

2005년 7월에는 MBC 이상호 기자가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내용을 담은 90여분짜리 테이프를 입수해 삼성그룹과 정치권·검찰 사이의 관계를 폭로한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떡검’, ‘삼성장학생’이니 하는 속어들이 이 때 생겨났고, 삼성의 법조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법무실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소송이 발생하면 이를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로펌을 선정하고, 그 로펌이 승소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 소속의 사내 변호사는 직접 소송을 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그룹에 근무하고 있는 변호사는 110명(국내 변호사 50명, 외국 변호사 60명) 수준으로 국내 변호사 50명 중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30여명, 이중 검사 출신이 10여명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지역의 웬만한 지방법원, 지방검찰청과 맞먹는 규모였다.

2014년 4월 삼성그룹 소속의 변호사 수는 대폭 늘어났다. 김상균 삼성 준법경영실장은 대략 국내 변호사가 250명, 외국 변호사는 250명 정도일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국내 최대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국내 변호사 540명, 외국계 122명)에 이어 두 번째 규모였다. 최근 2년 동안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120~130명 뽑았다. 이 중 50여명은 법무 업무와 관련 없는 인사·마케팅·기획 등 분야에서 일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 5월 삼성그룹은 그룹의 핵심조직인 미래전략실 인력을 대거 삼성전자로 옮기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건희 그룹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그룹의 법무조직인 준법경영실 인력들도 함께 삼성전자로 대거 이동했다. 삼성전자에는 이미 20명의 변호사가 임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사내변호사 수는 330여 명을 기록했다. 외국 변호사 자격 소지자를 포함하면 500명을 훌쩍 넘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 이어 2위권인 광장( 368명), 태평양(357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법무팀의 규모는 국내 5위권 로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법무담당 인력은 400여 명을 넘어섰는데, 변호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국내 5위권 로펌 수준의 규모라고 설명했다. 2016년 12월에는 삼성그룹 법무담당 임원 49명 가운데, 67%인 33명이 삼성전자 소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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