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황제경영... 이사회 오너 제재 무관심, ‘일반 乙’이 ‘슈퍼 甲’ 근절 앞장
-집단소송제도 & 사회적 책임 전략 등 오너 갑질 예방책 마련 시급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생애 최후의 대작 <법률> 5권에서 한 나라의 최고소득자가 얻는 소득이 최저소득자에 비해 4배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초과분은 국가에 환수하거나, 신에게 바쳐야 한다고 했다.

플라톤의 주장은 다분히 당시 도시국가 수준에 어울리는 것이다. 2400년이 지난 오늘날은 모든 것이 비할 바 없이 복잡해졌다.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과도한 격차는 국가의 가장 큰 질환인 불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플라톤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로 지금 한국사회도 심각한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국가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그 격차를 해소하거나 줄이는 것이 한국사회의 안정과 건실한 경제발전을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공정뉴스는 재벌총수들의 연봉 수준과 그것이 우리 사회에 적합한지를 살펴본다.

재벌 갑질 오너 리스크, 지배구조가 원죄

현재 우리나라 재벌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전과자들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받은 유죄 판결은 예외로 치자.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해외 원정도박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등등.

기업 정서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그 때문에 기업 활동과 투자가 위축되고, 종국에는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 기업 정서의 중심에는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집단들이 있다. 재벌에 대한 불신은 부의 획득과 분배가 공정한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심에서부터 시작된다. 불신은 재벌의 불법행위와 일탈로 증폭된다.

총수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경영이나 부적절한 처신으로 기업에 피해 주는 것을 흔히 오너 리스크(owner risk)’라고 한다.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오판과 무능으로 인한 경영 실패, 총수의 불법행위나 일탈이 기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다.

오너 리스크는 우선 취약한 재벌의 지배구조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 재벌의 소유와 경영이 제대로 분리되지 못했다. 또한, 기업이 정부의 특혜를 받으면서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등을 통해 확장을 거듭한 결과 지금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비록 지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해도 총수 일가는 경영권을 내놓거나, 견제 받을 생각이 없다. 당연히 무리가 따른다. 그동안의 재계 역사를 봐도, 특히 후계 갈등은 필연적이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 SK, 롯데그룹 등은 창업자가 일선에서 후퇴하고 후계 구도를 정해야 할 즈음, 거의 예외 없이 갈등을 겪었다.

총수 일가의 골육상쟁이 낯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편법 승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배임과 횡령 등의 잘못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한층 강화됐다. 오너 리스크는 정권 탓도, 여론 탓도 아니다. 바로 재벌 자신의 탓이다.

물론 재벌의 오너 경영체제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들은 뛰어난 기업가 정신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특히 오너 경영의 힘이 빛나는 것은 장기적 시각에서 전문경영인들이 엄두도 내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을 때다. 정주영 회장이 세계적인 조선소를 일궈낸 것이나,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승부를 걸었던 것이 모두 그렇다.

하지만 기업 환경이 달라졌다. 능력이 부족한 오너 자녀가 오로지 혈연이라는 이유로 경영을 맡게 되는 것은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선진 기업에서 소유 구조의 핵심은 주주이고, 경영 구조의 핵심은 전문경영인이며,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이사회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주주들이 의사결정에 적절한 역할을 하고, 전문경영인이 전권을 갖고 있으며, 이사회가 충분히 견제하는 선진 기업은 없다.

삼성전자도 현대자동차도 그런 기업은 아니다. 1인 총수 경영에 불법, 탈법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기존 지배력을 대물림하려는 기업일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재벌 개혁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20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순환출자 고리는 줄었으나 총수의 황제경영 방식은 여전히 건재하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오너는 임기도 없고, 대를 이어간다. 총수를 견제하라고 도입한 제도인 이사회는 의미가 없다. 부결시킨 안건이 단 하나도 없는 이사회가 대부분이다.

오너 리스크 관리는 이 같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는 한 기업 정서도, 기업 정서에 따른 특혜 시비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재계는 위험한 경영 개입이라며 비판적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은 불법과 일탈을 거듭한 재벌기업들이 자초한 일이다.

오래전 사업하기 힘들다고 알려진 어느 신흥국에서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나라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거두면서 나름대로 자부심도 느낀다. 하지만, 서울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너무 부끄럽고 힘이 빠진다고 했다. 그때, 서울에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배정을 통한 최대 주주 변경이 논란이 되고 있었다.

재벌 갑질 3원인
 

조현아(左), 조현민(中), 이명희(右) 母女. 대한민국 갑질의 아이콘이 된 대한항공 총수 일가다.
조현아(左), 조현민(中), 이명희(右) 母女. 대한민국 갑질의 아이콘이 된 대한항공 총수 일가다.

몇 해 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부인이자, 일우 재단 이사장인 이명희가 자택 리모델링 공사 작업자에게 X 놈의 개XX 어유 X! 죽어라라고 폭언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이 뜨거웠었다.

이는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 두 딸에 이어 대한 항공 총수 일가에서 세 번째로 일어난 갑질 사건이다. 세 모녀는 폭행·폭언을 일삼은 1차 갑질에서 멈추지 않았다. 사건을 막기 위해 갑이 가진 권력으로 을의 입을 막으려는 2차 갑질을 저질렀다.

땅콩 회항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은 회사 측으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당했다. 불이익이 없을 거라는 대한 항공의 말과는 달리 수석 사무장에서 신입 승무원과 같은 위치까지 강등됐다.

물벼락 갑질 피해자인 두 직원 중 한 명은 처벌 받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으며, 다른 한 명은 처벌 받길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져 대한 항공에서 손쓴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또한, 이명희 갑질 피해자인 운전기사의 입을 막기 위해 거액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라며 분노했다. 이와 같은 재벌의 갑질은 대한 항공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스터 피자 창업주 정우현이 가맹점주에게 자신의 친인척 업체의 비싼 치즈를 팔아넘긴 치즈 통행세 갑질같은 부조리한 일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재벌 갑질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으로 환경적 요인, 사회적 분위기, 개인의 결함을 뽑을 수 있다.

우선 그들은 어릴 때부터 재벌이라는 의 환경에서 타인을 자신보다 인격적으로 아래로 대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당연하게 상대를 낮잡아 보는 행동을 한다. 또는 높은 위치까지 단숨에 올라와 주변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껴 자신이 가진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

재벌이 슈퍼 갑이 되는 것은 돈이면 다 된다는 사회의 황금만능주의도 영향을 끼쳤다. 마지막으로 분노 조절 장애, 공감 능력 저하와 같은 개인적 결함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때문에 앞에선 진정성 없는 사과를 하고, 뒤에선 반드시 복수 하겠다고 말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2018년 광화문에선 저항을 상징하는 가이 포크스가면을 쓴 대한 항공 직원과 시민들이 조씨 일가 욕설 갑질, 못 참겠다 물러나라’, ‘자랑스런 대한항공, 사랑 한다 대한항공, 지켜내자 대한항공!’을 외치며 대한 항공 총수 일가 퇴진을 외쳤다.

부족함 없이 자란 의 횡포를 속속히 밝히고, 재벌 갑질을 근절시키기 위해 그 누구도 아닌 이 먼저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다. 많은 을이 모여 일으킨 갑을 향한 반란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갑질 뿌리 뽑기

 


맷값 폭행, 치즈 통행세, 땅콩회항, 경비원 폭언, 운전기사 폭행까지 갑질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재벌 일가는 대부분 시간을 끌며 버티기로 일관한다. 일부는 공식 사과 하고, 퇴임 하는 등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대부분 복귀한다. 재벌 총수 일가 갑질을 사전에 견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운전기사들에게 상습 폭언과 욕설을 일삼은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불구속 기소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런데 법정에서 기사들은 폭언을 들은 적 없다고 돌연 진술을 번복했다. 사건 당시 이장한 회장이 폭언과 욕설한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실제 처벌은 불가능했다.

치즈 통행세와 경비원 폭행으로 갑질의 대명사가 된 정우현 MP그룹(미스터피자) 전 회장은 갑질 논란에 아들과 함께 퇴진했다. 회사는 오너 갑질 여파로 2018100억 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아들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웅제약 윤재승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상습적 폭언 등 갑질을 일삼은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공식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진심으로 죄송하다. 전문경영인 체제하에 임직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대기업 총수의 전형적인 사과 방식을 보여줬다.

재벌 갑질에 대해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국장은 "금융기관들이 주주총회에서 갑질을 일삼는 재벌 일가에 대해 이사 선임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표를 던지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들이 최대주주이고, 추종 세력이 있어 근본적인 경영 퇴진으로 보기 어렵지만, 이사 자격이 아닌 상태에서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갑질을 일삼는 재벌 일가에게 집단소송제도를 통해 직접적인 패널티를 주자는 의견도 있다. 임현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2005년 오너 리스크에 따른 주주 피해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됐으나, 이후 10년간 총 7건에 불과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오너 및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에 따른 무거운 페널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집단소송 적용 범위를 확대해 오너 갑질 논란에 대한 사전적 예방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벌일가 갑질 근절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전략 측면에서 접근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사회적 책임 전문 연구소 코스리 고대권 대표는 "오너 일가만이 아닌 조직 전체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이를 제도로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기업에 제도를 만든다면 사내 인권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항목에 재벌 일가뿐 아니라 사내외 권력에 대한 부분을 넣고, 기업 내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 오너도 따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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