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에서 백억 대 연봉 수령 but 경영실적, 이사회 출석 저조
-일반인과 임금격차 위험수위, 사회 분열&위화감 증폭... 재벌 자성, 주주감시 필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생애 최후의 대작 <법률> 5권에서 한 나라의 최고소득자가 얻는 소득이 최저소득자에 비해 4배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초과분은 국가에 환수하거나, 신에게 바쳐야 한다고 했다. 플라톤의 주장은 다분히 당시 도시국가 수준에 어울리는 것이다. 2400년이 지난 오늘날은 모든 것이 비할 바 없이 복잡해졌다.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과도한 격차는 국가의 가장 큰 질환인 불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플라톤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로 지금 한국사회도 심각한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국가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그 격차를 해소하거나 줄이는 것이 한국사회의 안정과 건실한 경제발전을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공정뉴스는 재벌총수들의 연봉 수준과 그것이 우리 사회에 적합한지를 살펴본다.

 연봉킹신동빈... 이사회 출석률 최하급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019년 연봉킹에 재등극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019년 연봉킹에 재등극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재벌 총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하며 연봉킹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경영자로서 성실성의 척도인 이사회 출석률은 민망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은 지난해 총 1817,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앞서 2017년에도 신 회장은 재벌 총수 연봉킹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보수 총액은 152억 원이었다. 하지만 2018년엔 뇌물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경영공백을 빚으면서 연봉이 781,700만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온전히 경영 복귀하면서 다시 연봉킹자리를 탈환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연봉은 모두 7개 계열사로부터 나왔다. 롯데케미칼이 411,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호텔롯데 333,000만원, 롯데건설이 257,1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롯데쇼핑 221,400만원, 롯데제과 217,800만원, 롯데지주 207,200만원, 롯데칠성음료가 169,400만원의 보수를 신 회장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이들 계열사에서 신 회장이 기록한 이사회 출석률은 민망한 수준이다.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롯데케미칼에서는 총 16차례 열린 이사회 중 3번만 참석해 19%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호텔롯데에서는 14차례 이사회 중 2번 참석해 14%를 기록했다. 롯데건설에서는 10차례 이사회 중 1번만 참석해 10%의 출석률을 남겼다.

또한, 롯데쇼핑에서는 13차례 이사회 중 3번 참석해 23%, 롯데제과에서는 10차례 이사회 중 4번 참석해 40%의 출석률을 보였다. 롯데지주에서는 13차례 이사회 중 4번 참석해 31%, 롯데칠성음료에서는 8차례 이사회 중 딱 1번 참석해 13%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종합하면, 신동빈 회장의 7개 계열사 이사회 평균 출석률은 21%. 7개 계열사에서 총 84차례 열린 이사회 중 참석한 것은 18번뿐이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 참석은 경영진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이사회 출석률은 이사의 성실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국민연금은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도 이사회에 정상적으로 참석하지 않고,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명백한 의무 해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최근 일부 계열사 이사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지난해 말 호텔롯데 대표이사 및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재계에서는 과다겸직 및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 관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신동빈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이제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롯데제과 등 3곳이다. 겸직이 줄어든 만큼 이사회 출석률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2018 재벌총수 연봉, ‘! ! !‘

이재현 cj그룹 회장.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사이 2018 연봉킹에 올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사이 2018 연봉킹에 올랐다.

2018년에는 대기업 오너와 임직원 중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보수 160억 원을 받아 `연봉킹`에 올랐었다. 이 회장은 CJ(718000만원), CJ제일제당(649000만원), CJ ENM(232000만원)에서 각각 보수를 수령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가운데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4년 연속 `연봉 1` 자리를 지켰다.

주요 대기업이 2018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경영 실적에 따라 보수가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재계 1위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20172월 구속 수감 이후 `무보수` 경영을 이어오며 2018년에도 보수가 `제로`였다.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권오현 회장에게 연봉으로 703400만원을 지급했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권 회장은 급여로 매월 1400만원씩 총 124900만원, 상여금 566200만원, 기타 근로소득으로 12300만원을 받았다.

윤부근 부회장의 연봉은 급여 103700만원과 상여 292500만 원 등 총 414000만원이었고, 신종균 부회장은 408200만원이었다.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문을 이끄는 김기남 부회장의 연봉은 453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을 이끄는 김현석 대표이사의 총보수는 258400만원이었다.

IT모바일(IM) 부문의 고동진 대표이사는 급여 117000만원과 상여금 177700만 원 등을 포함해 총 307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호텔신라는 이부진 대표이사 사장에게 2018년 보수로 26800만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에서 547600만원, 현대모비스에서 41700만 원 등 모두 9583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전문경영인인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과 양웅철 현대차 고문은 퇴직소득을 합해 884000만원, 75억 원을 각각 수령했다.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은 현대차에서 221300만원, 현대모비스에서 73800만 원 등 총 2951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기본급·역할급 106000만원, 상여금 21200만 원 등 총 1272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구본준 전 부회장은 406000만원의 보수를 기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SK하이닉스에서 연봉으로 각각 30억 원씩을 지급받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연봉 776500만원을 받았다.

용퇴를 선언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약 14억 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은 103억 원을 받아 연봉 액수가 전년 대비 5배 올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1383000만원을 받으며, 2017(622400만원)2배 수준으로 뛰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과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급여와 상여 등으로 모두 30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438400만원의 보수 총액을 받았다. 효성은 조현준 대표이사 회장에게 연봉으로 41억 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2018년 재벌총수 연봉 중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적자를 냈는데도 연봉이 늘어난 경우다. 이를테면 두산은 3405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박정원 회장이 받은 연봉은 499600만원으로 전년보다 56.2% 늘었다. KCC201823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사장 형제의 연봉은 187000만원, 14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5% 넘게 증가했다.

2018년 주요 대기업 오너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인물은 코오롱그룹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하며 퇴직금을 받은 이웅열 전 회장이다. 이 전 회장은 퇴직금 4107000만원을 포함해 455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코오롱글로벌·코오롱생명과학 등에서 보수와 퇴직금을 받았다.

재벌총수 연봉... 일반인에겐 넘사벽

재벌총수와 일반직원의 연봉격차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신문에 게재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연봉 비교표에 따르면, 김택진 대표의 연봉은 직원 평균급여의 154배나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태한 사장은 59.8배를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에서 받은 금액도 직원 평균급여의 59.6배에 이른다.

그렇다면 보통 대기업 CEO는 직원 연봉의 몇 배를 받을까? 경제개혁연구소에서 계산해봤더니 재벌그룹에서 총수 일가가 CEO일 경우 평균 서른 배가 넘었다. 100배가 넘는 곳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총수이자 대표이사인 서경배 회장은 201775억 원 넘는 보수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직원 평균 연봉 5300만 원의 142배에 달한다.

2017년 기준 상장회사 CEO의 급여는 직원들보다 평균 20.9배 더 많았다. 특히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약 110,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은 82배였다.

재벌총수들은 지분에 따른 배당 외에 고액의 연봉까지 챙기고 있는 것이다. 또 총수 CEO들은 여러 계열사에 이름을 올려 두고 보수를 받았다. 서경배 회장은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 그룹에서도 33억 원 넘게 받았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쇼핑에서 직원급여의 각각 60배 넘는 보수를 받았다.

총수 일가가 CEO일수록 견제를 받지 않으니 연봉이 많아진다는 분석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러 개 계열사의 임원을 하면서 거기서 다 CEO로서 보수를 받아가는 경우들이 더 큰 문제다. (총수들이) 기업 내에서 힘이 강하기 때문에 임금을 더 가져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공시된 직원 월급에 비등기 임원이 포함된 경우도 많아 실제 격차는 더 클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재벌총수-일반인 임금격차 완화필요

우리 사회에는 고액 소득을 올리는 전문직업인들이 더러 있다. 프로스포츠 선수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예술인과 연예인 등이 그렇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남다른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아 한 해 수십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자동차나 보험 상품을 많이 팔아 높은 소득을 누리는 판매왕도 이와 비슷하다.

사실 자영 사업자와 비슷하다. 특정 기업 등과 일정 계약을 맺어 보수를 받는다. 실력이 입증되면 보수가 유지되거나 늘어나지만, 미달되면 깎인다. 고액 보수가 보장되는 기간이나 연령도 대체로 제한돼 있다.

이들과 달리 재벌총수와 최고경영자는 기업이라는 조직의 일원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거의 모든 일을 조직 구성원과 함께 한다. 물론 직위에 따라 맡고 있는 역할과 책임에는 차이가 분명히 있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수만 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경우 그 책임이 더욱 무겁다.

특히 전문경영인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평생을 바쳤던 사람들이다. 그에 상응하는 대우와 존경을 받을 자격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 역할과 책임은 결코 혼자의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사를 홀로 떠맡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경제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 보수의 수준과 격차를 일률적으로 규제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일반 시민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이나 한솥밥을 먹는 직원들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공감대는 있어야 한다. 공감대가 없으면 심리적 균열이 생기고, 화합이 깨질 수도 있다. 노사 간 분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 차원을 넘어 일반 시민의 시각에서 보면 그 위화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재벌총수와 최고경영자들의 보수 수준이 과연 납득할 만한 것인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김선제 한국증권경제연구소장(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니 정부가 나설 수는 없다. 기업과 재계 그리고 주주들이 스스로 검토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특히 앞으로 주주들의 견제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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