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수백 억 자산가, 금전 만능주의... 일반인 개돼지 취급 당연시 & 갑질 일상화
-모바일 시대 장점 활용 → 시민사회 철저한 감시... 법적 처벌도 강화해야

 

영화 '베테랑' 속 주인공 조태오. 극 중 재벌 3세인 조태오는 막강한 재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댄다. 한국에서 대형범죄에 속하는 마약을 하는데도 거침없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특권층 자녀들과 함께 호화 클럽에 모여 마약을 투약하기도 한다. 이런 소재들이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여 졌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재벌 3,4세의 일탈 소식이 이를 방증한다.

70~90년대 정년 보장이 되던 때엔 창업 오너에게 일부 문제가 있어도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뭉치곤 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고용 불안 시대엔 굳이 회사와 창업자 가문에게 충성심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게 젊은 직원들의 기본 인식이다. 과거 국가 주도 경제 체제에서 수혜를 얻은 기업이 사회 환원을 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더욱이 '수저계급론'처럼 양극화된 사회 분위기에서 '금수저들의 갑질'이 흙수저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현 경제체제에 대한 분노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공정뉴스는 재벌 3,4세 갑질의 사례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아울러 왜 갑질이 끊이지 않는지와 해결책도 살펴본다.


#갑질 원흉, ‘금수저출신

잠잠하면 터지는 재벌 후손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놓고 도덕적 불감이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소위 금수저로 불리는 재벌가 자손들의 위치는 일반인과 사뭇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연예인이나 셀럽 못지않은 공인으로 인식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엄청난 부()는 부지불식간 이 사회에 금권력(金權力)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굴지의 재벌마다 갓 20이 안된 청소년이나 초등생에게 수십, 수백억대의 주식을 대물림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일종의 부의 대물림, 편법적 경영승계인 셈이다. 일찍이 어린 나이에 남부럽지 않게 호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조현민 전무의 미니홈피로 추정되는 계정에 "나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류", "어릴 때부터 수입차를 타고 다녀 만족스러웠다", "항상 타는 비행기 일등석(First Class)은 당연한 자리였다" 등 특권의식이 엿보이는 글이 다수 발견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러 심리학 연구를 보면 이런 사람들은 세상을 권력 중심적으로 보기 때문에 권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부의 세습이 고착화되면서 계층 간 이동이 줄어들자 이들만의 '리그'가 생겨났다. 이는 왜곡된 계급의식이나, 금전 만능주의 등을 당연시하는 삐뚤어진 특권의식을 만들어냈다.

한국 기업 오너 자녀들의 일탈 행위가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언젠가 내가 기업을 물려받아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창업자가 떠나면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운영하는 체제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국은 3세에 이어 4세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이 대를 이어 경영하는 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영 능력이 없는데 오너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남들보다 20년 가까이 먼저 임원을 달고, 경영권까지 갖게 되는 구조가 성공 스토리를 보장할지는 의문이다.

대기업 총수 집안으로서 권위적이고 강압적 환경에서 자란 경우일수록 갑질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보통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아져 있어서, 반동 형성에 의해 갑질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릴 적 가족 중 누군가에게 심하게 당하며 생긴 피해의식 때문에 그랬다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벌 3세의 사회화 학습 과정에서 대개 떠받들 듯이 가정교육을 받았지 않았겠느냐"면서, "회사의 성장 과정을 망각하기 쉬운 상황에서 자랐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자리 잡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창업주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 회사를 잘 이끌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엄하게 키우는 경우가 많다. 2세들의 경우 아버지 뜻을 이어가야한다는 의무감이 높다. 반면, 금수저 혜택을 그대로 받은 3세들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갑질 원흉, ‘오너 중심기업구조
 


왜 유독 재벌 3는 폭행 등 반사회적 사건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할까?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은 재벌 3세가 기업에서 갖고 있는 권력은 무소불위이고, 입사 후 바로 임원이 된다. 차후에 오너가 될 이들에게 바른말을 해 줄 사람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재벌 3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오너인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초고속으로 승진한 뒤 금새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회사 내에서 누가 감히 잘못을 지적할 것인가? 안하무인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2015년 기업경영 평가기관 CEO스코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 오너 3,4세 임원 32명이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걸린 기간은 3.5년에 불과했다. 또한, 100대 그룹에 근무하는 사주 일가는 평균 29.7세에 입사해 33.9세에 임원이 됐다. 일반 직원보다 17.5년이나 빠른 것이다.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입사와 동시에 임원이 되는 경우도 11.9%나 됐다. 이들에 대한 인성, 평판을 누가 검증하고, 경영능력은 누가 평가하는가?

재벌 3세 갑질의 근본 원인은 결국 기업 오너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잘못된 지배구조 때문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거운 책임을 부여해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갑질을 반복할 때는 그에 맞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재벌 개혁이 시급한 까닭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한화김동선 씨의 폭행사건 당시 재벌 개혁을 추진하고, 공정한 경제 생태계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되는 기업문화를 만들 것"이라며, "재벌 갑질은 반칙과 특권 의식이 만든 경제 적폐"라고 밝힌 바 있다.

#3,4세 일탈 개선방안, ‘관심과 처벌

전문가들은 시대가 변한 만큼 재벌 3세의 자세와 인식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전에는 사건이 드러나면 형식적으로 사과하는 모양새만 보여도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SNS나 익명게시판 등 온라인상에서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오너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문조 교수는 "사회적으로 재벌 3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권리와 인격을 존중하는 탈권위주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재벌가 만행이 과거처럼 묵인되지 않는 만큼 재벌 3세들도 스스로 사회 변화에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언론을 비롯해 시민들이 꾸준히 관심 가지고 문제 제기 해야만 재벌 3세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기업은 승계 프로그램 등 구조적 내부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같은 핏줄'이라고 무조건 경영권을 물려주는 유교식 자본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명문 장수기업처럼 대주주 후손들이 소유권은 물려받되 경영권을 맡지 않거나, 장기간 경영 시험대를 거쳐 확실히 검증받은 자만 전면에 나서라는 것이 최근 사회의 요구다.

사회가 이들의 일탈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물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인석 교수는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경우 따로 보상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기업도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 문제가 생긴 창업 기업가의 임원을 업무에서 즉시 배제하고, 청문하는 절차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물의를 빚은 오너의 경영 복귀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맹수석 교수는 "현행 상법에 있는 주주대표소송은 물론,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해 기업 3~4세 경영자들이 최소한 준법경영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가 기업집단의 재무구조를 평가할 때 경영진의 사회적 물의 야기, 시장질서 문란 행위 같은 정성평가를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외국 갑질 사례, 개인적 일탈 법적 처벌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과 유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와 해결방법은 우리와 다르다. 자본주의가 성숙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주로 개인의 일탈로 간주돼 여론보다 법률적 잣대에 근거해 처벌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갑질사례는 힐튼호텔 창업주의 증손녀 패리스 힐튼 남매. 동생 콘래드 힐튼은 20157월 런던에서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 멱살을 잡는 등 행패를 부렸다. 당시 미국판 땅콩회항'사건으로 불렸다. 그는 승무원들이 제지하자 "5분 안에 너희를 해고할 수 있다", "내가 여기 사장을 잘 알고, 아버지가 돈으로 수습 해줄 수 있다"고 막말을 했다.

미국에서 승무원 업무방해죄는 징역 20년 중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콘래드는 검찰과 단순 폭행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징역 2개월을 살고 풀려났다. 누나인 패리스 힐튼 역시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노출 등 기행 등으로 자주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이런 사례가 개인의 문제로 인식이 된다. 오너 일가라고 기업을 물려받거나 낙하산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부를 축적한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인식도 보편화돼 있다. 패리스 힐튼의 할아버지이자 현재 힐튼호텔을 이끌고 있는 배런 힐튼도 사후 재산 23억 달러 중 97%를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 분위기도 재벌 대기업이 바뀐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 상당수는 3~4세 경영 시대를 앞두고 있다.

김선제 한국증권경제연구소장(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그 전에 우리도 기업 경영권을 보장해 주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재벌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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