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남 보수화 주장, 386세대와 주류 언론 책임회피 & 단편적 시각
-고정 지지세력 無 → 민주정권, 청년 고민 귀 기울여 정책 반영 필요

 

한국 사회에서 20대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늘 대상으로 존재한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OO세대로 호명하고 싶어 한다. 흥미로운 건 보수나 진보나 이런 욕망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보수는 주로 2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 능력주의탈이념성’, ‘한국 사회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읽어내려고 애쓴다. 진보는 삼포세대헬조선담론과 같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로 20대를 규정한다. ‘20대 개새끼론과 같이 정치적으로 계몽하려는 시선으로 20대를 바라보기도 한다.

진보가 최근 20대를 보는 버전은 두 가지 정도 늘었다. ‘공정성을 내세우고,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보이는 보수화한 20라며 이들을 가열 차게 비판한다. 혹은 뜬금없이 자기 반성문을 쓰면서 자책한다. 이에 공정뉴스20대 남성들의 보수화에 대해 살펴본다. 아울러 과연 그들이 보수화 한 건지도 분석해 본다.

 

#20남 보수성 평생 유지?

지난해 9MBC 여론조사에서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20대 남성 70.5%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60세 이상 남성과 비슷한 수준(70.8%)이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19.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다. 반면 20대 여성은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39.6%20대 남성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최근 2~3년 사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보수성이 고착화 되는 양상이다.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을까, 현재의 진보진영 다수파 시대는 향후 지속될 수 있을까?

위기는 50대와 20대에서 오고 있다. 50대까지 일정하게 진보성을 유지해온 86세대가 최근에 보수화가 진척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남자(20대 남자) 현상이다. 놀랍게도 최근의 모든 여론조사는 20대 남자가 반문재인 성향이 가장 강한 집단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지지도에서도 이남자는 민주당(29%), 통합당(20%)에 비슷한 지지를 보이고 정의당(7%)을 싫어했다. 반면, ‘이여자는 민주당(51%)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정의당(12%)도 좋아했다. 통합당은 무시했다. 자신의 정치성향에 대해서도 이남자는 보수 47%, 진보 31%인 반면, ‘이여자는 보수 24%, 진보 55%였다.

세대효과에 따르면, ‘이남자들도 지금의 보수성을 평생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후 진입하는 이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역사상 최초로 기적처럼 이뤄진 지금의 진보 다수파 시대는 어쩌면 너무도 쉽게 끝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분명해진 이남자현상과 그로 인한 청년보수의 등장은 한국 정치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양상이다. 아직 완전히 정착된 정치구도는 아니다. 하지만 세대효과를 고려하면, 지금 이남자현상은 단순히 20대 남자의 표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향후 한국정치 구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20남 보수화의 허구, 386 세대의 20대 탓

 

 

‘20대 남성 보수화’. 요새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청년들을 힐난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청년들을 둘러싼 프레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회 분위기도 있다.

먼저 ‘20대 남성보수화는 말 그대로 20대 남성들이 보수화됐고,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매우 흥미롭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이 떨어졌고, 이는 페미니즘 물결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페미니즘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석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단적으로 말하면, ‘20대 남성 보수화주장은 한때 ‘20대 개새끼론을 들고 나왔던 386세대의 청년세대 탓하기가 다른 얼굴로 다시 등장한 것에 불과하다.

386세대는 6월 항쟁을 통해 군부독재를 몰아냈다. 역사상 최초로 여야교체를 선거로 이뤄냈다. 정치적 동지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적 성과에 비해 현실 변화는 미미했다. 노무현 정권이 코너에 몰리면서 대중들은 더 이상 386세대의 정치 이상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곧 정권을 빼앗겼다. 386청년세대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했다.

요즘 청년들은 청년답지 않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사회가 정의롭지 않은데 정치에 도통 관심이 없다. 심지어 투표율도 낮다. 힘들다고 투정만 부릴 줄 알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줄 모른다. 우리들이 청년이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힘들었지만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 요즘 청년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군상들이다.” 이른바 ‘20대 개새끼론이다.

‘20대 개새끼론은 작금의 한국사회 책임을 청년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최근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이라는 국면에서 다시금 등장한 것이 ‘20대 남성 보수화. 그러나 기본적으로 386세대가 말하는 변화와 지금의 청년세대가 원하는 변화는 다르다. 그래서 동의하지 않는 것뿐인데, 이를 보수화라고 지칭하는 것은 부당하다.

보수화는 지금의 청년세대가 보이는 표면적 반응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표면 아래에 있는 이야기다. 사회가 말하는 정상적 삶의 기준을 담고 있는 법과 제도, 관습 전반에 청년세대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이에 청년들은 자신들이 가진 불만을 각자의 방식대로 표출하고 있다.

청년세대는 점차 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회는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20대는 보수화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원하고 있을 뿐이다.

#20남 보수화의 허구, 주류 언론 피상적 관점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것을 두고 곧장 20대의 보수화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건 비약이다. 실증적으로도, 청년층에서 보수 정당들에 대한 지지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높았던 20185~6(2084%, 20대 남성 79%)과 지지율이 하락한 11~12월을 비교해 봐도 20대 전체와 20대 남성의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10%를 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만을 떼어내서 강조하는 주류 언론들의 관점은 피상적이다. 오히려 지난 1년간(코로나 사태 이전) 문재인 지지율 추이를 보면 모든 연령, 성별에서 하락세가 나타난다. 이런 큰 맥락을 보지 않은 채, 남성 지지율만 떼어 놓고 보면 온갖 아전인수격 해석이 생겨난다. 마치 20대 남성은 별세계에 사는 양, 다른 세대·성별과의 격차를 과장하며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20남의 참모습

젠더와 경제 문제가 맞물려 20대 남성의 불만이 축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세대론에 입각해 20대의 개략적인 특성과 그것을 더 좁힌 20대 남성의 불만에 관해 살펴보자.

집권 여당을 비롯한 기성세대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노령층은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정당을 지지하지만, 20대를 포함한 2030세대는 진보정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대는 정당 일체감이나 이념에 이끌려 지지를 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적으로 덜 싫은 정당에 투표한다. 20대 투표에는 지지투표보다는 혐오투표의 성향이 짙게 배어있다.

20대는 미래통합당이 싫어 민주당에 표를 주더라도, 언제든 회수할 준비가 돼 있는 약한 충성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촛불집회 국면엔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보수정당의 구태적 통치 및 부정행위를 혐오했던 것이다. 민중총궐기 당시에는 박근혜 정부의 60년대식 통치 스타일과 민주노총의 80년대식 데모 스타일 모두에 염증을 느껴 아무도 지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성세대는 성장과 복지, 민주화와 산업화를 축으로, 또 북한에 관해서는 형제와 주적이라는 이분법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양분해 왔다. 그러나 무한경쟁과 좁아진 기회의 문에서 취업대란을 겪고 있는 20대에게 위와 같은 거대 담론이 호소력을 발휘할 여지는 적다.

심리적 무력감 속에서는 양비론과 정치혐오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은 '386 운동권들의 민주화 꼰대 정당'으로, 미래통합당은 '철지난 반공 태극기당'으로 인식되기 쉽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가 세간에서 주목을 끌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급여와 명성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구직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젊은 세대는 저임금은 참아도, 장시간 노동은 못 참는다. 비정규직은 참아도, 직장 꼰대는 못 참는 경향이 있다. 이는 돈과 안정을 희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 시간과 문화라도 지키고 싶다는 심리다.

문재인 정권의 주축은 386-운동권-민주화 세대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 영역에서 민주화 세대는 운동권 몰락 이후 청년 정치인을 육성할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 후계자를 두지 않는 정치 스타일을 고집했다. 그 결과 청년 정치인과 청년 정치 부족 사태가 늘 선거마다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현재의 경제 구조에 수혜를 입은 세대이자 책임자임에도, 호황 세대가 불황 세대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나무라는 형국이다. 20대는 적대심이 늘어갈 수밖에 없는 문화적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문화적 혜택을 충분히 누렸음에도 철들지 못해 불평불만만 많다는 20대 철부지론, 요즘 것들은 노력이 부족하다로 단정 짓는 노력 환원론, 20대가 투표하지 않아 보수정권이 찾아왔다는 기성세대의 편협한 시각에는 격한 반발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문제도 그렇다. 미투 운동의 주요 혐의자는 중장년 남성이었으나, 인터넷에서 전쟁을 벌인 건 20대 남성들과 30대 유아인이었다. 페미니즘 문제에 대해 뭐라도 한마디 남기는 것은 20대 남성이다. 40, 50대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 60대 이상은 페미니즘이 낯설다.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권에 지지표를 거뒀다고 해서, 역사의식이 부족하거나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외려 현 정부가 민심을 정확히 읽고, 경각심을 발휘해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신호인 것이다. 20대 남성의 지지철회는 '20대 철부지론'의 모욕을 참아가면서 열심히 투표해 정권을 교체해준 대가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자문하고 있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기회 소멸의 시대. 꼰대 문화에 점령된 일터에서 '존버'(최대한 버틴다는 뜻의 신조어)의 삶밖에 남아 있지 않다. 사회적으로는 그동안 가부장제에 신음했던 여성들에게 죗값을 치러야 한다. 비관과 부채, 죄의식이 점령하고 있는 게 바로 현재 20대 남성의 응축된 심리적 정서다.

20대 남성은 변화의 압력에 갈 길을 잃고 있다. 이들은 이 상황에서도 불만을 드러내기보다 노력하고 있다. 가부장으로 살기보다 페미니즘 도서를 읽으려 하고 있다. 스스로 사각지대에 갇혀 있다고 여기면서, 독자적으로 목소리를 대변해줄 조직력은 부재했던 20대 남성들이 직접 정권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앞세대로 부터 상속받을 게 줄어들고, 핀잔이나 들을 바에 정부에 직접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남성의 모자람에 비난의 초점을 가하는 것은 더욱더 정권의 하락세를 재촉하는 일일 것이다.

#20남 지지율 하락, 민주당 대책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요인에 대한 내부 진단은 꾸준히 이뤄져왔다. 지난해 48일 민주당 현대화추진특별위원회는 국회에서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를 초청해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라는 제목의 비공개 강연을 열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의원 13명과 60여명의 당 관계자가 참여한 행사였다.

강연에서 이 교수가 역설한 것은 “20대 남성이 보수화된 것이 아니라 기득권이 된 진보 집권층이 20대 청년들에게 삶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경쟁적으로 친문을 내세우며 내부 기득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현재의 여권에서 ‘20·30대 지지층 이반을 문재인 정권 집권 1년차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인사가 있다. 김장수 제3정책연구소 소장이다. 그 역시 ‘20대 보수화라는 진단은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20·30, 특히 남성들의 경우 이념지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 굳이 따지자면 실용주의적이다. 그리고 꼰대문화를 싫어 한다고 했다.

이어 젊은층이 실용적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경제적 이해관계에 민감한 것이다. ‘진보꼰대는 자기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그것을 PC(정치적 올바름)로 정당화했지만, 젊은층은 그 PC 논리 안에 관철되고 있는 기득권 이해를 간파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젠더갈등의 배후에도 기득권 논리가 작동하는 것을 간파한 세대가 등장했다는 것이 김 소장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외형적으로 청년정책과 관련한 준비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는 전국대학생위원회와 청년위원회·청년정책위원회 등의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청년정책연구소나 청년1번가와 같은 플랫폼도 있다. 운영위 위원만 200명 수준이며, 집행부 운영진도 600여명이다. 253개 당 지역위원회 대부분에 청년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여성위, 청년노동, 사회적 경제, 국제, 직능 등으로 나뉜 분과조직들도 있다. 대학에는 당 대학생위원회 지부들이 만들어져 있다.

당내 선거와 관련해서도 청년 가산점제청년 할당제와 같은 룰을 운영한다. 가산점제는 만 45세 이하 청년당원이 경선에 출마할 경우 15~25%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 10%, 광역의원 20%, 기초의원 30%를 청년에게 할당하도록 돼 있다.

20대 총선 때 청년비례 경선 심사위원이었던 민주당 인사는 단순히 20대 세대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정서를 이해·소통하고 교감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미찍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미래통합당 찍을래?’의 줄인 말이다. ‘20대가 그런다고 어디를 가겠느냐는 얘기다. 아주 위험한 발상이고, 오만과 독선이다. 그동안 잘못해왔던 것, 관성과 당위에서 벗어나 솔직히 인정하고 내려놓는 것이 제일 먼저 필요하다.”

생각할수록 처방이 어렵다. 군 가산점 부활 같은 몇몇 정책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탓이다. 여기서 기본소득, 신자유주의 극복 같은 근본대책을 논할 여력은 없다. 혹시 20대 남성은 여혐에다 사회적 약자를 관용하지 못하는 못난 세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당장은 그 시선을 유보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20대 남성들은 그런 시선으로 더 심하게 상처받고, 분노하고 있다. 우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사단법인 범죄피해자지원협회 이덕로 회장은 이제 우리가 기성세대가 되어온 역사를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대 남성들이 보여주는 분노에 찬성했건, 반대했건, 우리 자신이 선택했던 한국 사회의 경로가 초래한 필연적인 되먹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공정한 경쟁을 넘어서는 약자들의 연대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늦었고, 오래 걸리겠지만 그것이 우리가 선택한 길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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