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78%, 채용문제 매우 심각... 공기업&대기업 특히 채용비리 만연
-채용과정 투명성 확보, 법적 내·외부 통제 강화... 지원자 역량만 관심

 

 

 

공공기관 비리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8.11.6~19.1.311,205개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정규직 전환 친인척 특혜 채용 등 채용실태에 관한 정기 전수조사를 했다. 그 결과 수사 의뢰나 징계·문책요구가 필요한 채용비리가 총 18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채용비리로 분류된 182건 중 16건이 친인척 특혜 채용의혹에 연루돼 있다.

유형별로는 신규채용과 관련된 채용비리 158(수사의뢰 30, 징계·문책요구 128) 정규직 전환 관련 24(수사의뢰 6, 징계요구 18)이다. 이와 별도로 채용규정 불명확, 규정 적용과정에서의 단순 실수, 인사위원회 운영 부적정 및 공고기간 미준수 등의 업무 부주의 사항이 2,452건 발견됐다. 이에 공정뉴스는 공공기관·공기업·대기업에 만연해 있는 채용비리를 집중 분석해 본다.

#취준생이 바라보는 채용비리 이모저모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최근 연달아 터지는 채용비리 스캔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18년 모 언론사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채용비리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잡코리아 웹·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20세 이상 신입·경력직 구직자 1031명이 응답했다. 남성 응답자는 412, 여성 응답자는 619명이었다.

설문 결과 응답자 77.9%는 현재 채용비리 문제가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심각하지 않다혹은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을 한 취업준비생은 극소수(1.7%)에 불과했다. 구직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한 응답자도 51.7%나 된다. 두 명 중 한 명은 공정하지 못한 채용 절차를 겪은 적이 있다는 뜻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유는 다양했다. 학벌(52%, 복수응답)로 인해 차별 대우를 받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고, 나이(49.2%)와 성별(41.5%), 인맥(38.6%)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답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 인해 불이익을 겪은 사례는 남성(14.5%)보다 여성(56.8%) 사이에 더 많았다. 채용 시장에서 남성 선호 현상이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다.

반면, 인맥으로 인해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은 여성(31.2%)보다 남성(51.8%) 사이에서 더 많았다. 학벌 역시 여성(46.5%)보다 남성(61.7%) 취업준비생이 더 많이 선택했다.

채용비리가 가장 심한 기업 유형으로는 공기업(36.4%)을 꼽았다. 대기업(34.5%)과 중소·중견기업(28.1%) 역시 적지 않은 표를 받았다. 반면 외국계 기업에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최근 채용비리로 구설수에 오른 기업 대부분이 금융기관과 공기업인 만큼 채용비리 문제가 가장 심각한 업종으로는 금융·은행업(27.2%)과 기관·협회(21.8%)를 선택한 구직자가 가장 많았다. 금융·은행업계 채용비리가 심각하다는 반응은 신입직 구직자(22.2%)보다 경력직 구직자(31.2%)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불합격자에게 떨어진 이유 설명(35.6%)’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채용을 진행한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27.1%)과 블라인드 면접을 비롯해 공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25.4%)을 전한 취업준비생도 상당수다. 인공지능(AI) 면접과 같이 새로운 채용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한 구직자는 10.2%였다.

#‘블라인드 채용무용지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322개 공공기관이 20177월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무용론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역풍의 주범은 금감원, 우리은행,강원랜드 등의 기상천외한 채용비리들이다.

우리나라의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한마디로 학벌배제를 지향한다. 입사지원서에 출신지역, 학력, 가족관계, 신체조건 등의 정보를 배제함으로써 채용담당관의 편견을 배제한다는 게 도입 취지이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은 30% 지역할당제를 도입하고 있어 실제 선발과정에서는 출신지역을 기준으로 선발, 출신지역 배제조항은 무력화된 상태이다. 또한, 지원자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직결된 가족관계를 입사지원서에서 제외시킨다고 해도 한국사회의 실력자들은 개인적 인맥을 통해 자신의 자녀 혹은 친인척을 충분히 특혜 취업시킬 수 있음이 드러났다.

도입 초기에 있는 블라인드 채용이 사실상 무의미할 것으로 추정되게 만드는 채용비리 유형은 크게 6가지이다.

채용 실무책임자의 합격자수 및 면접 점수 조작

금감원의 2016년 신입직원 채용을 관리한 총무국장 이 모씨는 합격시켜달라는 지인의 청탁을 받은 A씨가 필기시험 합격 대상인 22명 안에 들지 못하자 경제학·금융공학 분야 등 6개 전형별로 필기시험 합격자를 1명씩 추가하도록 조정했다. 이 씨는 자신이 2차 면접위원으로 들어가 A씨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다른 지원자들에게는 8점 이하의 점수를 부여했다. 그 덕분에 당초에는 필기시험에도 탈락했던 A씨가 합격하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은 블라인드 채용방식 하에서도 언제든지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입사지원서에 가족관계를 쓰지 않더라도 전화 등을 통해 특정인의 이름과 수험번호를 알려준다면 특혜 선발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평판 조회라는 주관적 평가기준 삽입하고, 지방대학 출신으로 조작

금감원은 청탁을 받은 B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당초 채용계획에 없던 평판 조회라는 기준을 급하게 신설했다. 서울 소재대학을 졸업한 B씨를 위한 조치였다.

당초 채용계획은 필기 점수 50%, 면접 점수 50%를 합산해 2차 면접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이었다. 이 방식에 의하면 B씨는 탈락돼야 했다. 이에 서종태 수석 부원장의 결재를 받아 평판 조회기준을 급하게 추가해 B씨가 지원한 금융공학 분야의 1, 2위 득점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라는 평판 조회를 추가해 그 2명을 탈락시켰다.

대신에 B씨는 평판 조회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그래도 합격선에 미달했는지 그를 지방 인재로 조작하는 절차까지 동원해 최종 합격시켰다. 이런 방법을 동원한다면, 입사지원서에 학력과 가족관계를 쓰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무의미하다.

거부할 수 없는 고위층의 무조건적인 합격 지시

2016년 상반기 민원 처리 전문 직원 40명을 채용할 때도 당시 총무국장이었던 이병삼 부원장보는 예비합격자 명단에 없던 지원자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총무국장의 지시에 반기를 들 채용 실무자들은 많지 않다. 입사지원서는 어떻게 적혀있든지 간에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입사지원서에 권력기관 인사의 청탁 적어두기

입사지원서에 지원자가 가족관계 및 학력을 적지 못하게 해도 채용 담당자들이 전화나 인편으로 연락을 받은 권력자들의 청탁 사실을 메모해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인사팀은 금감원 A부원장보의 요청으로 우리은행 B간부가 추천한 91년생 남자’, ‘국정원 C씨 자녀로 우리은행 D그룹장이 추천한 92년생 여자등과 같이 세밀하게 청탁경로를 적어 뒀다. 입사지원서에 지원자의 학력이나 사회경제적 배경을 배제한다 해도 채용 담당자들이 알아서 후속 취재해 합격시켜주는 구조를 방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중은행의 기부 입사방식

우리은행 인사팀은 신입사원 지원자인 VIP 고객의 자녀에 대해 고액고객 자녀, 신규여신 500억 원 추진이라고 메모를 했다. 현재 거액을 예치한 고객이고, 그 자녀를 입사시켜준 후 추가로 500억 원의 예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설명인 것이다.

취업대란 시대에 자산가들의 자제들에게 블라인드 채용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제도일 뿐이다. 부모가 은행 측에 전화를 걸어 앞으로 500억 정도 더 예금할 수도 있는데, 아들이 이번에 귀행에 지원했다는 말 한마디 던지면 은행 측이 알아서 채용절차를 진행한다는 얘기다.

돈 받고 채용하기와 합격자 100% 청탁 대상이라는 대기록

강원랜드는 신입사원 1명당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수수하고 합격시켜주는 패턴을 보였다. 그 결과 합격자 518명 전원이 청탁 대상자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발본색원급 개선방안

현재 채용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공공기관, 공기업, 사기업 등에서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채용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최근 활용하는 방식으로 필기시험 전형 강화와 블라인드 면접기법을 도입해 채용 초기단계에서부터 비리 발생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기시험 전형 강화는 어느 정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다양한 인재를 채용한다는 측면에선 한계를 지니고 있다. 블라인드 면접기법은 사기업에서도 확산되는 방식으로 학연, 지연. 혈연이 아닌 순수한 면접자의 태도 및 역량을 판단해 채용하는 것이지만, 면접 시 관련 발언을 했을 때 실질적인 제재 및 불이익을 주는 객관적인 절차보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그 일환으로 국내 대기업의 경우는 초기 전형 단계를 인공지능( AI )을 통해 선발해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때그때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인간은 판단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실제 2018년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CJ ENM, 두산중공업, KT, 종근당, 한샘 등은 일부 직무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SK그룹 일부 계열사와 현대백화점도 일부 신입사원을 블라인드 채용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 일부 계열사와 애경산업은 모든 신입사원을 블라인드 채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상반기 5개 계열사에서 AI 서류심사를 실시한 롯데그룹은 하반기엔 전 계열사에 AI 서류심사를 도입했다. 같은 해 하반기 공채에서 CU도 온라인 전형의 모든 단계에 AI 검증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자기소개서 표절 심사도 강화했다.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기관장의 재량이 과도한 특별채용 규정을 일괄 정비하고,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의 통합채용과 위탁채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퇴직자 등 내부인과 유사한 외부위원, 전형단계별로 같은 외부위원을 반복 위촉하는 등 편법을 통한 외부위원 선정을 금지하고, 고용부 워크넷을 통해 모든 공공기관의 채용정보를 공개해 구직자의 정보 접근성과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청탁이 오면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청탁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 채용비리에 연루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해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불공정한 채용 사실이 밝혀졌을 때 해당 CEO뿐 아니라 해당 기업이나 기관도 불이익을 받도록 해서 채용 청탁을 근절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는 채용비리를 실행한 실무자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정작 청탁자 혹은 지시한 상사는 손쉽게 처벌에서 빠져나가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기관 내·외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채용비리를 뿌리 뽑는데 한계가 있는 일회성 적발과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를 정례화하고, 채용비리 취약기관은 감독기관과 특별종합조사를 실시하는 등 집중 관리해야 한다.

·사내면접관 자격인증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스펙이 아닌 역량중심의 채용이 되기 위해서는 면접관의 자질이 중요하다. 사내면접관 교육을 넘어서 자격인증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채용과정에서 친인척이 개입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해야 한다. 정부 방침대로 면접관과 응시자가 친인척일 경우 서로 대면할 수 없도록 제도를 의무화하고, 매년 신규 채용자를 대상으로 친인척 관계 및 비리 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후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채용전형에 구조화된 면접' 또는 필기평가 등 객관화된 채용방식을 1개 이상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이러한 채용모델과 콘텐츠를 지속 개발·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입법부와의 소통을 통한 법령 제정, 부당한 불이익에 대한 구제 등을 적극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뿌리 깊은 채용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민간은 물론이고 공공부문까지 발을 넓힌 채용비리는 자정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근절이 어려워 보인다. 만연한 채용비리는 정경유착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문제들과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구호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과정을 정착시키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정부는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허무한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공공 및 민간부문의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미국 대학 및 기업은 지원자의 역량에만 관심을 가질 뿐, 인맥 및 부모 배경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이나 대학, 공공기관은 지원자가 얼마나 절박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는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고, 여전히 지원자의 학력(간판), 부모 배경 등에 집착한다. 채용 비리를 엄벌하고 단죄하지 않는 한, 청년들의 한숨은 더 깊어져 갈 것이다. ‘인맥이 아닌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우리는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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