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학벌·성별 등 각종 차별로 인재 채용... 취준생 박탈감 증가
-정부에서 대기업 까지 뿌리 깊은 부패 고리, 기준 없는 채용과정 심각


공공기관 비리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8.11.6~19.1.311,205개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정규직 전환 친인척 특혜 채용 등 채용실태에 관한 정기 전수조사를 했다. 그 결과 수사 의뢰나 징계·문책요구가 필요한 채용비리가 총 18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채용비리로 분류된 182건 중 16건이 친인척 특혜 채용의혹에 연루돼 있다.

유형별로는 신규채용과 관련된 채용비리 158(수사의뢰 30, 징계·문책요구 128) 정규직 전환 관련 24(수사의뢰 6, 징계요구 18)이다. 이와 별도로 채용규정 불명확, 규정 적용과정에서의 단순 실수, 인사위원회 운영 부적정 및 공고기간 미준수 등의 업무 부주의 사항이 2,452건 발견됐다. 이에 공정뉴스는 공공기관·공기업·대기업에 만연해 있는 채용비리를 집중 분석해 본다.

 

 

#채용비리 흔한 사례

·대부분 영업하는 회사들은 영업직이 대우가 좋은데, 하나은행은 반대로 본점 직원들만 대우해주고, 인맥 통해 낙하산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는 직원이 임원까지 승진할 방법이 없고, 네이버나 구글 출신 같은 경력, 서울대 등 학벌이 아주 중요하다.

·쿠팡은 능력 없는 사장 친인척(동생, 동생 부인 등)들이 고위직에 앉아 있어 회사 경쟁력이 떨어진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은 계약직은 빽 있어야 들어온다. 아니면 들어와도 무시당하고 짤린다. 내정자 천국이면서 아닌 척하는 게 웃긴다. 말이 너무 많은 회사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인맥, 낙하산 채용이 전체 인원 대비 꽤 많다. 서로 그것을 다 공공연하게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관이 정체되는 느낌이다. 또한 인맥과 친분의 영향이 굉장히 강하게 작용하는 기관이라 특출 나지 않아도 진급하는 경우가 잦다. 거기서 오는 직원들의 상실감이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규직 채용에 문제가 있다. 내정자를 두고 내정자를 뽑는데, 예외 없이 내정자가 뽑힌다.

·KT 이석채 회장은 2012 KT 상반기 대졸 신입 공개채용 3 , 하반기 공채 4 , 홈고객 부문 공채 4 명에 대한 부정 채용으로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스펙 없이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아들 관련 논란도 KT 채용비리와의 연계성에 의심 받고 있다.

·2018년에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57 건의 부정채용이 적발됐다. 부정채용이 많은 이유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을 청와대와 전경련이 주도했고, 10개월 사이에 17 개 센터가 개소하면서 관련 규정 등이 미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폐광지역 청년들의 꿈인 강원랜드는 2012, 2013년 채용된 518명 전원이 청탁대상자였다. 사실을 알게 된 한 청년은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2013 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의 남녀 채용비율을 41로 사전에 정해 차별적으로 채용했다. 국민은행은 2015 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에서 평가를 조작해 여성 합격자들을 최종 탈락시켰다.

·신한은행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에 임원 등 고위직 자녀 등에 대한 부정합격, 학력, 성차별 채용을 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IBK투자증권 임직원들도 2016, 2017 년 신입사원 공개채용과정에서 다양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석준 IBK 부사장은 징역 1 6 개월의 구형을 받았다.

사실 채용비리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금융사는 물론 공기업, 사기업의 특혜 채용은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러한 채용비리의 근절을 위해 채용비리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채용비리 건이 발생했고,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허술한 채용 프로세스

주관적으로 판단이 이뤄지는 채용 프로세스에서 인사 청탁 및 외부 압력은 거절하기 쉽지 않다. 과거 상사로 모시던 사람, 승진과 관련된 사람, 회사의 1%에 속하는 본사 임원 등 가깝다는 이유로 또는 혹시라도 있을 인사 불이익이 두려워 당당하게 거절하지 못한다.

이렇게 조직별 인원 할당을 중심으로 한 입사 청탁 그리고 관행과 비리가 회사의 뿌리를 갉아먹는 암세포임이 분명한데, 서류부터 면접까지의 전체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허술하다. 특히 기본적인 역량만 보겠다는 스펙초월 분위기가 확산되며 채용비리는 더욱 심화됐다.

스펙 초월 리크루트, 지방대 우대, 여성할당제, 특정 대학 리크루트 등 다양한 채용 환경이 조성되며, 정확한 정량적인 수치보다는 정성적인 수치들의 비율이 올라갔고,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권한이 강화돼 버렸다.

실제로 매 회 스펙 초월 리크루트를 진행하는 빨간색이 연상되는 대기업의 경우 서류 및 PT까지는 블라인드로 진행되지만, 마지막 최종에서 청탁된 인원 및 스펙을 확인해 합&불을 결정한다. 가장 심각한 전형은 채용 전환형 인턴이다. 공개채용보다 언론 및 구직자들의 관심이 덜하며, &외부감사가 덜하다는 이유로 정말 꼭 한 명씩은 채용 청탁이 이뤄진다.

그런데 실제로 대기업들은 이러한 청탁을 오히려 반긴다.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관계 인사 자녀들의 취업 청탁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것은 이들이 근무하고 있으면 사업상 위기가 발생하거나, 타 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대외 입찰 시 이들의 부모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글프게도 고관대작이 자녀들을 대기업에 취직시키기 위한 청탁 못지않게 이들의 자녀를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한 대기업의 경쟁 역시 만만치 않다.

이렇게 입사하면 채용 인원들 중 타 신입사원들과 다르게 관리된다. 즉 사측이 관리하는 '정관계 자녀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고, 특별대우를 받으며 OOO 대법관 아들, OOO 국회의원 조카 등 꼬리표가 붙는다. 이렇게 리스트에 올라간 신입사원은 연수나 승진 등에서 입사 동기들에 비해 큰 혜택이 주어진다.

이렇다 보니 정직하게 지원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그만큼 불이익이 돌아간다. 서류와 시험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부모의 능력이 채용에서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 같은 선에서 출발하지 못하는 공공연한 사실을 숨기고, 우린 공정하게 채용한다고 말하는 기업들의 꼼수와 궤변에 휘둘리지 않아야 겠다.

#각양각색 채용비리 유형

유형1. ‘현대판 음서제

임직원 자녀나 친인척 등에게 특혜를 주는 현대판 음서제는 채용 시장 곳곳에 만연하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임직원 친인척 명부를 엑셀 파일로 만들어 관리하면서 명단에 있는 지원자가 서류전형이나 1차 면접에서 점수가 모자라더라도 합격시켰다. 이로 인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종면접을 본 지원자 37명 중 31명이 최종합격했다.

하나은행 역시 현대판 음서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3, 최 전 원장은 친구의 아들이 하나은행 공채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인사 담당자에게 알리고, 전형이 끝난 후 결과를 알려 달라 요청했다. 해당 지원자는 최종 합격했다. 친구 아들 이름을 인사 담당자에게 알린 것 자체가 청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최 전 원장은 금융감독원에 사표를 제출했었다.

이 밖에 광주은행은 인사 담당 부행장이 자녀가 채용면접을 볼 때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논란이 됐다. 광주은행은 임직원 자녀에게 필기시험에서 가산점 15%를 부여한다.

유형2. ‘성별·학벌 차별

성별 혹은 학벌로 지원자를 차별하는 기업도 있다. 대한석탄공사는 2014년 인턴을 채용할 때 서류전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낮은 점수를, 남성 지원자에게는 높은 점수를 줬다. 이로 인해 여성 지원자 142명 중 단 3명만 면접을 봤다. 이후 면접에서도 여성에게는 낮은 점수를 줘 결국 모두 탈락시켰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는 면접에서 점수를 낮게 매겨 탈락하게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 가능성이 높았던 서울대 출신 지원자의 임원면접 점수를 올리고 합격 확률이 높았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가톨릭대, 명지대 등 출신 지원자는 점수를 깎았다. 하나은행은 은행 지점이 입점한 대학을 나온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서울대에는 지점이 없었다. 이어 고려대와 명지대 모두 하나은행 지점이 있지만 고려대 출신은 점수를 높여줬고, 명지대 출신은 점수를 깎았다.

유형3. ‘VIP 맞춤 전형

‘VIP 지원자를 위해 없던 전형을 새로 만들거나 합격 인원을 늘리는 등 맞춤 전형을 만든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은행은 2016년 거래처 이사 지인이 필기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 성적을 내자 전형 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전형을 새로 만들어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BNK저축은행 역시 2015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전 국회의원 자녀와 전 부산은행장 손녀 등 두 명을 채용하기 위해 합격 인원을 늘렸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뿌리 깊은 원인

채용비리의 원인은 몇 가지로 살펴 볼 수 있다.

·일부 권력층의 특권의식이다. 문제는 이런 특권의식을 조직 내부에서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오너의 자식들도 기업경영에 참여하듯이 노조의 자녀들도 채용 특혜를 받아야 한다고 어느 기업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특권의식은 조직 내에 은연중에 퍼져있다.

·채용 부탁 거절 후에 생길 후폭풍이다. 기업은 사업상 도움을 받기 위해 정부에 입김이 센 기관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관계에서 정·관계 청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기업 VIP고객의 부탁을 거절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도 채용비리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과거에는 수백 명씩 채용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려운 경영환경에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일자리는 줄면서 청년실업률은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업의 서류 전형 평균 경쟁률은 수 십대 1을 넘고, 은행은 1001을 훌쩍 넘는다.

·주인 없는 공공기관의 일탈, 이른바 대리인 문제의 심각성이다. 민간 기업이라면 스스로 망하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부정 채용을 하기 어렵다. 공공기관은 아무리 부실해도 문을 닫지 않는다고 믿으니 이런 비리가 계속 반복된다.

·부패의 고리를 형성하는, 정부(지방자치단체 포함)-정치권-공공기관 등 이른바 철의 삼각동맹이다. 들어서는 정권마다 공공기관을 전리품으로 여겨 낙하산 인사를 대거 기관장으로 내려 보내면서 부패는 시작된다.

·공공기관 개혁을 가로막는 강성 노조다. 정부는 비리 공공기관에 대해 기관 차원의 제재도 가하겠다고 하지만 노조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그래봐야 기관장 교체로 끝날 일로 여기는 게 그렇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