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김부겸, 대선출마 선언 불구 '낙선'
민주당, 호남 27석 싹쓸이 

제21대 총선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하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제21대 총선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하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4·15총선 개표방송이 진행되던 15일 저녁. 지상파 방송사 화면에 잡힌 지도에는 당선자 유력에서 확실 그리고 확정까지 실시간으로 반영된 결과에 따라 파란색 혹은 핑크색으로 물들어 갔다.  

16일 새벽이 되자 혼전을 거듭하던 지역까지 당선자를 확정하면서 대한민국 지도는 자로 잰 듯이 서쪽과 동쪽이 명확하게 갈렸다. 서쪽은 민주당의 파란색으로 일색이 됐고, 반면 동쪽은 통합당 핑크색으로 도배됐다. 

당장 언론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해묵은 지역주의가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개표 결과를 보면 우려가 아닌 사실처럼 보였다. 특히 영호남 쏠림 현상은 20대 총선보다 더욱 심화됐다. 대구·경북은 전체 26석 중 25석을 통합당이 차지했고 나머지 한 석도 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총선에 뛰어든 홍준표 전 대표가 차지했다.

민주당에서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대구 수성갑의 김의겸 의원도 통합당 주호영 후보에게 속절없이 밀려 낙마했다. 대구 북을 홍의락 의원도 민주당 간판으로 재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특히 김부겸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고 이번 총선에서는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지역주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부산에서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후보가 떨어졌다. 전직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후보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서병수 후보는 부산시장 시절 많은 정책 혼선으로 부산시민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서 후보의 공천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진보·보수의 대립이 심각했던 상황에서 되레 지역 민심에 힘입어 생환했다. 민주당은 부산에서 선전을 기대했으나 지역색을 돌파하지 못했다. 그나마 3석을 건져 체면치레만 했다. 민주당 박재수, 전재수, 최인호 당선인들은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쉽지 않은 싸움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8일 전북 전주시 전주 종합경기장 사거리를 방문해 전주병 정동영 후보와 전주을 조형철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8일 전북 전주시 전주 종합경기장 사거리를 방문해 전주병 정동영 후보와 전주을 조형철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호남에서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에 숨죽였던 민주당이 전체 28개 지역구 중 27곳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광주, 전남은 물론 전북에서도 남원시임실군순창군 이용호를 제외한 전 지역을 싹쓸이했다. 지역의 맹주를 자처했던 민생당의 다선 의원들이 민주당 돌풍에 맥없이 무너졌다. 17대 대선에 출마했던 정동영 의원, 국회 부의장을 지낸 4선 박주선 의원,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6선 천정배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말을 듣는 4선 박지원 의원 등이 모두 낙마했다.  

그런데도 이번 총선이 지역주의 부활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18일 한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4·15 총선에서 지역주의 양상이 심화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민주당은 부울경에서의 지지율이 20대보다 5%로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 표심에 대해서도 “호남은 민주주의의 오랜 역사가 있는 것 아닌가. 거기에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라고 하는 국가적인 과제가 얹힌 것”이라며 싹쓸이가 곧 지역주의 부활이라는 주장을 거부했다.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의원도 대구에서 자신은 39.2%의 지지율은 얻었다며, 이는 통합당에 대한 지역주의 몰표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에 바쳤던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며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이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 영남이 문전옥답이 되도록 더 많은 땀을 쏟겠다”고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도전이 있는 한 지역주의는 없다는 그의 주장이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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