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계열사 코스비전에 부당 담보제공 통해 총수 일가 특혜 지원 제동
자금 차입 힘든 코스비전에 750억원 정기예금 무상지원해 저리 대출 지원

서경배 회장
서경배 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서경배 회장)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총수일가에 특혜를 제공했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지주회사의 최대주주인 서회장 일가에 이익이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조성욱 위원장)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예금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계열사 코스비전이 저리로 시설자금을 차입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 사실을 적발해 아모레퍼스픽과 코스비전에 각각 48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35.40%)을 포함해 에뛰드(80.48%), 이니스프리(81.82%), 에스쁘아(80.48%), 퍼시픽글라스(100%), 퍼시픽패키지(100%), 오설록농장(93.80%) 등 나머지 계열사를 모두 자회사로 편입하며 지주회사 아래 완벽한 수직계열 체제를 갖추고 있다. 코스비전은 2011년 10월 100%지분을 갖은 자회사로 계열 편입됐다.  

완벽한 수직계열화 지배구조의 쟁점에는 서경배 회장 일가가 있다. 서경배 회장(53.90%)과 서송숙(0.12%),서민정(2.93%) 등 총수일가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 56.95%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부호로 손꼽히는 서 회장의 주식가치 비결은 그룹 전체의 이익이 바로 지주회사로 연결되는 완벽한 수직계열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특혜를 받고 있는 코스비전은 주문자위탁생산(OEM)·생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그룹 내 판매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에 화장품을 납품하고 있다.

공장 신설을 위해 자금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2015년 당기순이익 감소, 현금흐름 악화 등으로 자력으론 금융기관 차입이 어려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스비전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자사가 보유한 우리은행의 750억원 정기예금을 무상으로 담보 제공한다. 2016년 8월부터 1년간 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원 시설자금을 1.72~2.01% 금리로 총 5회에 걸쳐 차입한다.

해당 금리는 코스비전의 개별정상금리(산업은행이 담보조건을 신용조건으로 변경할 때 제공 가능하다고 코스비전에게 제안한 금리)인 2.04~2.33%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낮은 금리 적용에 따른 수익은 1억3900만원이다.

코스비전은 아모레퍼스픽의 지원을 바탕으로 신공장을 건축, 화장품 제조·포장 능력을 40~50% 이상 늘리고 품질을 향상시켰다. 아모레퍼시픽이 코스비전으로부터 매입한 OEM·ODM 제품 점유율은 2015년 43%, 2016년 44.3%, 2017년 48.5%로 늘었다. 국내 화장품 OEM/ODM시장에서 3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코스비전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00% 자회사인 만큼,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스픽그룹의 최대주주로서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서경배 회장 등 총수일가에게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다른 화장품 OEM·ODM 기업의 기회를 박탈해 정당한 경쟁을 제한한 것"이라며 "경쟁질서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대기업 집단의 부당한 지원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대표), 이니스프리(사내이사), 에뛰드(사내이사), 아모스프로페셔널(사내이사)등을 겸직하고 있다. 5개사 경영에 개입하고 있어 과다한 겸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모페퍼시픽그룹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스픽그룹은 공정위의 발표와 별건으로 2018년 3월부터 2019년 8월에도 코스비전에 자금차입을 위해 4차례 담보를 제공했다. 2018년3월26일 216억원(정기예금 220억원 담보제공), 2018년 8월 11일 720억원(정기예금 720억원 담보제공), 2019년 3월 25일 120억원(정기예금 120억원 담보제공), 2019년 8월 11일 648억원(정기예금 650억원 담보제공)했다.  이밖에 에띄드, 에스쁘아, 퍼시픽글라스 등 계열사에도 담보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세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서경배 회장과 신준호 농심회장의 막내딸인 부인 신윤경 여사와의 사이에 서민정ㆍ서호정 씨 두 달을 두고 있다.

장녀인 서민정 씨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미국 코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코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과(MBA)과정을 밟았다. 2015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에 입사해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었다.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이니스프리, 에뛰뜨 지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비상장 계열사들이 향후 3세 경영승계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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