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일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일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요청을 거절하고 비례연합정당에는 일체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빗장을 걸었다.

심지어 8일 열린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 선출보고회’에서는 "정의당은 어떤 경우라도 ‘비례대표용 선거연합정당’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특별결의문까지 채택하며 비례대표 협상의 퇴로까지 막아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전 당원 투표 후 결론 내기로 했다.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다방면으로 고민하는 사이 심 대표는 일관되게 민주당을 강하게 공격하고 있다.  

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일부 언론이 왜곡했다고 유감을 표했지만, ‘탄핵’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민주당의 역린을 건드리는 모험도 감행했다. 또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결국 지역구 선거의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이 빗발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최근 심 대표의 행보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는 단호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듯 보였다. 총선의 셈법이 이미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심 대표의 비례연합정당 셈법은 간단하다. 범여권 세력이 주도하는 비례대표용 선거연합정당에 정의당이 참여하던, 하지 않던 차지할 수 있는 비례 의석의 최저치는 크게 변동이 없다는 결론이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비공개로 보고된 민주연구원의 '21대 총선 비례정당 관련 상황 전망ㆍ민주당 대응전략 제언' 보고서에 의하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경우 비례대표는 연합정당은 22석, 미래한국당은 18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총선을 치르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6∼7석, 정의당은 9석,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을 당선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달리 말하면 정의당 입장에서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 총선 지지율만 획득해도 비례대표 9석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민주당도 별도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범진보 정당으로 투표를 유도하는 방안과 연합정당에 참여해 최소한의 비례 의석만 요구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의당이 요구하는 방안은 첫째 방안이다. 

심 대표가 민주당에 대한 강공을 이어가는 배경엔 혹시나 하는 의심도 한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범여권으로 묶여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민주당이 정작 정의당의 숙원인 국회 교섭단체 등원에는 마뜩잖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그것이다.   

비례연합정당 참여 논란에도 이런 시각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심 대표는 줄곧 민주당의 비례정당은 당연히 정의당이라며 민주당 비례표는 정의당에 몰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태도는 두루뭉술하고 어정쩡했다. 요즘들어 민주당이 '비례 의석‘은 정의당이라는 암묵적 약속을 깰 조짐을 보이자 심 대표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민주당이 끝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전 지역에서 지역구 후보들이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의당 지역구 예비후보들 53명 중 31명이 실제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민주당도 여간 부담이 아니다. 

심 대표가 말하는 21대 총선 목표는 두 가지다. 우선 20년 진보정당의 숙원인 교섭단체 구성이다. 지난 20년 동안 적게는 1~2석, 많을 때는 7~8석까지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오로지 교섭단체의 탄생에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득권 양대 정당에 가로막혀 꿈이 좌절됐다고 말한다. 

그는 누구보다 진보 세력이 중심이 된 국회 교섭단체 탄생을 절실히 바라면서 정치를 해왔다. 이유는 당연히 원내 교섭단체에만 주어지는 여러 혜택 때문이다. 교섭단체가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당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입자에선 이를 방해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 

두 번째는 기득권 양당 체제를 혁파해 과감한 정치교체를 이뤄내는 것이다. 특히 수구 세력의 가짜 꼼수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정치권에서 퇴출하는 일을 정치교체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심 대표는 이날 있었던 정의당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 선출보고회에서도 “미래한국당의 위헌적인 꼼수에 맞서서 수구보수 정치 세력을 퇴출하는 것이 정의당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 대표가 민주당에 바라는 바는 명확하게 보인다. 지금이라도 비례대표 추천을 포기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은 지역구를 책임지고 비례대표는 정의당이 책임지면 된다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