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해체와 해당 의원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제공=경실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해체와 해당 의원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제공=경실련]

지난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5차 공판이 연기된 가운데 이달 초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사건 관련 재판에서 면죄부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시민단체가 준법감시위원회 해체와 위원들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법감시위원회를 명분으로 삼성은 '정경유착'으로 단죄 받아야 할 범죄를 '법경유착'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며 "급조한 준법감시위원회를 해체하고,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반성과 성찰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과 최고위 임원들이 총수의 경영승계를 위해 저지른 뇌물공여 및 횡령 범죄로 규정했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미국의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제안하면서 준법감시위원회가 재판의 진행이나 결과와 무관하다고 했지만, 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이 부회장의 양형심리와 연계하겠다고 번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기환송심이 노골적인 이재용 부회장 봐주기 재판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와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원회를 명분 삼아 정경유착 범죄를 '법경유착'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법경유착으로 급조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스스로 해체해 반성과 성찰의 진정성을 보여야 하다"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준법감시위에 참여한 위원들 개인은 회복과 치유의 관점에서 과거를 털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기업에 힘을 실어준다는 좋은 취지였다고 생각하지만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의도성이나 위원들의 명성이 실제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준법감시위원회 해체와 무관하게 위원들이 자진 사퇴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향해서도 경실련은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명분으로 재벌총수 구명에 나선다는 불명예스러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범죄 실체를 엄정히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려 사법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이 제103조에서 '양심'을 명시하면서까지 사법권 독립을 선언한 것은 사업부가 입법부, 행정부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 직접 책임질 것을 주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영준 경실련 공동대표는 "삼성은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로 구색을 갖춰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자체가 '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도 자신들이 주문한 준법감시위 설치를 명분으로 재벌총수 구명에 나선다는 불명예스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범죄의 실체를 엄정히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판결로 사법정의를 세워야 하다"고 밝혔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이 '준법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이달 5일 출범시킨 기구로,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횡령·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열린 4차 공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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