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치·언론·문화계 성추행 왜 사라지지 않나?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성폭행·성희롱을 고발하기 위한 운동으로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성 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해시태그(#MeToo)를 다는 것으로 대중화됐다. 국내 미투 운동은 20181월 현직 검사 서지현에 의해 시작됐다.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하며 적극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후 2년이 지났지만 성폭행·성희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성 문제를 분석한다.  

[사진=안다르 인스타그램화면 캡쳐]
[사진=안다르 인스타그램화면 캡쳐]

#1. 최근 요가복 1위 브랜드 안다르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안다르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필라테스 강사 A(35,)는 입사한지 불과 2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A씨는 지난해 924일 회식자리에서 상사 B씨가 동료직원에게 수차례 포옹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같은 달 27~28일 진행된 제주도 12일의 회사 워크샵에서 동료직원 C씨가 A씨가 잠든 방문을 강제로 열고 침입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후 C 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회사 측은 그날 이후 공지사항을 전달하지 않는 등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입사 2개월 만에 결국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애련 안다르 대표는 지난 27일 공식 입장을 통해 사과와 함께 해명글을 내놨다. 그는 A 씨의 해고는 성희롱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2. 금융기관의 성적 갑질도 심각하다

몇 년 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여성 사업가 씨가 울산에 있는 한 은행을 찾았다. 그는 대출상담을 위해 대출담당자 씨와 식사를 했다. 이후 자리를 옮긴 노래방에서 씨가 3시간동안 자신의 몸을 만지고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씨는 주장했다.

씨는 8억 원을 대출받으려 했으나 5억밖에 대출이 안 된다며 대출금을 늘릴 방법을 찾자고 씨가 연락을 했다고 주장했다.

씨는 이 사실을 남편에게 털어놓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에 남편은 씨를 찾아가 사실여부를 따졌고 씨는 사실을 인정하는 메모를 작성했다. 결국 씨는 다니던 은행에서 해고조치 당했다.

그러나 씨는 경찰조사에서 합의에 의한 자연스러운 신체접촉 이였고 강제추행은 하지 않았다며 남편의 폭행과 강요에 못 이겨 마지못해 범행사실을 인정하는 메모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3. 공무원 회식 자리 성추행·성희롱 문제 심각하다.

서지현 현직 검사의 미투 폭로로 검사 사회에서 만연된 부정적인 회식문화가 알려진 바 있다. 일반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

서울의 한 자치구 직원이 여성 공무원을 성희롱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직무연수 장소에서 여성 공무원에게 "유부녀와 잤다. 그 여자를 어떻게 만났다."면서 불륜을 무용담처럼 말했다.

또 그는 노래방 회식 때에 여직원에게" 안아 봐도 되냐"며 해당 여직원의 볼에 뽀뽀하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등 성추행을 자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성추행·성희롱은 잘못된 사회 관념에서 비롯됐다. 전직 000 대통령 시절, 부하직원들의 성 문제를 놓고 아랫도리 문제는 거론하는 것이 아니다.”며 거론하면 안 되는 불문율을 만들었다. 이후 정·관계에서 그릇된 성문화가 만연된 적도 있었다.

지금 시대는 다르다.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나도 성폭력의 피해자다)은 단순한 SNS 상의 태그를 넘어서 성폭행 근절을 위한 사회적 운동이 됐다. 20181월 검찰청 내부 성추문으로 미투 운동이 한국에서 크게 가속화되었다. 이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13년 전 성추행 사건을 알리며 미투에 동참했다.

미투 운동에 자극된 네티즌이 위드유 운동을 합하여, 성희롱, 성폭행뿐 아니라 약자에게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불합리한 경험을 공유하고,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의 웹사이트(미투위드유)를 개설했다.

전국 여성단체가 미투 운동에 힘입어 ‘3.8 샤우팅 운동을 전개한다. 여성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미투 운동에 대해서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라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법당국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가 폐지된 20136월 이후의 사건은 고소 없이도 적극 수사할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어떤 관계이든, 가해자의 신분과 지위가 어떠하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이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라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의 성 평등과 여성 인권에 대한 해결 의지를 믿는 국민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자들의 성적인 피해가 공론화되었고, 오랫동안 성범죄 피해자에게 뿌리내려진 악습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내 성추행 문제가 대두될 경우 기업의 이미지 손상은 물론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경영을 위협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가구 업계 1위인 한샘의 경우, 사내 성폭력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불매운동이 확산이 됐다. 결국 홈쇼핑에서 퇴출당했다.

정부도 미투 운동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근로자가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을 법정 의무화했다. 현행법상 사업주의 성희롱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성희롱 징계 미조치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기업들은 직장 내 성추행 문제에 따른 처벌과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성폭행, 언어폭력, 성희롱, 음주문화 악습 등을 처리하기 위해 '조직문화 SOS 채널'을 운영 중이다. 해당 채널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운영하고 있어 사건에 대해 보다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사건이 신고 되면 신고자 면담 및 피해자 보호 조치가 즉각 이루어지며, 가해자의 혐의가 인정되면 대부분 회사를 떠나게 된다.

LG그룹은 성희롱, 성추행 등을 ‘LG 윤리규범위반행위로 규정하여 진상조사를 하는 한편 징계위원회를 열어 신속한 처리를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원스트라이크 아웃, 노 머시(One Strike Out, No Mercy)’ 제도를 도입했다. 사내 심리 상담소인 하모니아는 외부 전문 상담인력으로 구성됐다. 피해자의 신고와 동시에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된다. 조사위에는 여성 변호사가 1인 이상 참석해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인사위원회(상벌위원회)에서 피해가 인정되면 가해자에게는 퇴사 또는 그에 준하는 징계가 내려진다.

현대차 는 스마트 러닝이라는 인터넷 교육으로 2시간 성희롱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고충상담 처리는 메일로 담당자에게 신고하거나 외부 상담사에게도 신고가 가능하다. 신고접수 후 사실 확인이 되면 피해자 요청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며 그에 따른 징계를 실시한다.

국내 대기업 5년 차 여직원 D씨는 직장 내 문화가 바뀌고 있다. 매년 외부강사를 통해 전 직원이 필수적으로 성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미투 운동 영향으로 사내에서도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건설, 중공업 등의 업종은 남성보다 여성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업종 특성상 회식 자리가 많았는데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회식 대신 점심 등으로 간소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E부장은 부서장 교육에 과거보다 성희롱 예방 프로그램이 비중 있게 포함돼 있어 참석자들이 매우 진지하게 들었다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과거에 비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변화를 실감했다고 했다.

 

[사진=여성가족부]
[사진=여성가족부]

미투 운동이 사회를 변화 시켰다. 여권이 신장 됐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직장 내 성폭행과 성추행은 100%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교묘하고 은밀하게 비밀스럽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최근 발생한 안다르 등 성추행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성 중심적 사회 분위기가 이 같은 불법을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다. 여성의 권익이 신장이 됐지만 사각 지대가 여전하다는 것. 많은 직장 여성들이 갑을 상하관계, 사회적, 개인적 불이익을 우려해 눈물을 흘리며 꾹 참고 견디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미투 운동으로 많이 좋아졌다. 여성들이 사회 진출이 늘면서 예전에 비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여성이 진출하지 못하는 분야가 없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사회진출은 유리천장이다. 고위직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남아있다. 실제 여성의 경우 65.7%가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답하고 있다.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갖지 않고는 이 같은 불합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 직장 내 성추행 가해자는 상급자나 임원들이다. 대다수가 직권 남용이 가능한 갑의 위치에 있다. 피해자는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했다. 회사 역시 알면서 묵인하고 넘어갔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누구도 권리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기업도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고 남성과 같은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대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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