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우리공화, ‘친박 선거 연대’ 논의에 배제된 비박
손학규 vs 유승민, 바른미래당 주도권 전쟁 ‘이전투구’
정동영 vs 박지원, 사실상 분당열차 출발한 민주평화당

총선이 8개월가량 남았다. 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고 있다. 속이 타는 것은 야당이다. 이합집산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선거연대 논의가 기사화되고 있다. 당권을 쥔 친황과 비황, 여기다 비박과 친박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보수 성향 의원들이 모인 바른미래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당권을 쥔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계의 이전투구는 점입가경이다. 민주평화당은 사실상 분당 절차에 들어갔다. 모두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혼돈에 빠져든 야권 4당의 6가지(친박근혜,비박, 친손, 친유, 친정, 친박지원) 꿈을 살펴본다.

보수 연대용 ‘의원임대설’까지 솔솔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이 내홍에 빠졌다. 내년 총선을 대비한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연대설이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홍문종 공동대표는 25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실질적인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 한국당 중진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당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박맹우 사무총장은 ‘보수의 미래 포럼’이 준비한 이완영 전 의원 위로 모임에 잠시 참석한 바는 있으나, 사무총장으로서 선거연대 등 논의는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부인했다. 박맹우 사무총장 측도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이날 “(선거 연대 논의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당에서 공화당에 10명 안팎의 국회의원을 빌려줄 수 있다’는 논의까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특히 한국당내 비박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친박이) 당 핵심부를 장악하더니 우리공화당과 ‘공천 나눠 먹기’논의까지 했다고 한다”며 “2016년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국당 의원도 “이런 정치공학적 연대로는 민심을 절대 잡을 수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우리공화당과의 연대는 우리 자신을 지지율 30% 안으로 묶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대표는 또 한국당 인사들의 공화당 합류설에 대해선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흔들리는 의원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으로는 우리공화당과의 선거연대설을 부인했지만, 당 내에서는 한국당 주도의 보수대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연 출판기념회에 황교안 대표와 홍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우리공화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보수 통합 방향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왼쪽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유승민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박지원 의원.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유승민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박지원 의원. (사진=뉴시스)

 

당권파 vs 반당권파
바른미래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당권파와 안철수·유승민계 등 반(反) 당권파(퇴진파)의 계파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11일째 단식을 이어온 권성주 혁신위원은 몸싸움 끝에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후 열린 최고위는 9명의 위원 중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 3명만 자리한 채, 반쪽 회의로 진행됐다.

한편 퇴진파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고위 보이콧을 선언하는 입장문을 내고, 손 대표의 권위와 리더십이 회복 불능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당이 내분을 수습하고 총선 체제로 진입해야 한다면서도, 권성주 혁신위원의 단식에는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당권파와 퇴진파 간 갈등은 결국 고소·고발전으로 번졌다. 손 대표 측은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이 왜곡된 사실을 발표했다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퇴진파가 손 대표를 겨냥해 제기했던 4·3 보궐선거 허위 여론조사 의혹에 대한 경찰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내분은 예견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출범 협상 당시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이념 좌표를 놓고 갈등을 겪다가 ‘보수’, ‘중도’, ‘진보’등 이념적 표현을 강령에서 빼는 것으로 막판 타결을 봤다. 애초부터 각자 살기 위해 손잡다 보니 추구하는 이념적 좌표가 뭔지 제대로 알기 어려운 정당이 돼 버린 것이다. 여기에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했던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 의원 3명(박주현·이상돈·장정숙)은 바른미래당 출범 뒤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한 것으로 인해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것이 결정타였다. 비례대표는 탈당 때 의원직을 내놓아야 하는데, 의원 ‘배지’는 떼기 싫으니 몸은 이 당에 있고 마음은 저 당에 가 있는 것이다.

분당절차 들어간 민평당
이러한 사정은 민주평화당도 마찬가지다. 자강파와 제3지대파로 나뉜 채 격렬한 공방을 주고 받고 있다. 가벼운 기싸움에서 시작한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골은 깊어져 결국 루비콘강을 건넌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8월 정동영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부터 예견돼왔다. 정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한 세력들과 정당한 당권을 고수하겠다는 정 대표 측이 맞서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제3지대파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 연대’를 출범하고, 정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대안정치 인사들을 향한 각종 징계를 예고하는 등 사실상 분당 열차에 올랐다. 제3지대 신당은 호남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평화당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대안정치연대는 바른미래당 박주선·김동철·주승용 의원과 손금주·이용호 무소속 의원 등이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손학규 대표에게 “이 꼴 저 꼴 보지 말고 빨리 새 집을 짓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제3지대 신당 창당 역시 난관이 적지 않다. 바른미래당 분당이 전제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 바른미래당이 창당 후 1년 반 동안 줄곧 내홍을 겪으면서도 쪼개지지 않는 이유로는 먼저 분당 땐 당장 교섭단체 지위(의석 20석 이상 보유)를 잃게 되는 점이다. 50억원에 달하는 당의 자산도 분당을 어렵게 한다. 정당법상 분당 땐 당 간판을 갖고 남아 있는 쪽이 자산을 갖는다.

신당 추진이 정상 궤도에 오르더라도 파급력 있는 당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민주평화당 신당파와 바른미래당 당권파, 무소속 일부 의원들이 손잡는다고 하더라도 20~3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대선 주자급 거물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최악의 20대 국회
20대 국회가 열린지 3년 2개월이 지났지만 법안·예산안·결의안 등 의안 처리율은 29.22% 수준에 그쳤다. 임기 만료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종전 최악의 국회로 불렸던 19대 국회(42.82%)보다도 의안처리율이 현저히 낮다.

민주당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야당의 발목잡기 탓으로 보는 국민이 상당수다. 한국당이 국회 파행을 주도했고, 여기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당리당략을 위해 사안마다 왔다갔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두 당은 기존의 기득권 양당제를 탈피해야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만들어졌다. 하지만 다당제가 실현된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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