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 사이트 폐쇄
‘훈련병’ ‘총사령관’ 군대식 계급 고객관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지난 주말 신촌 창천공원 거리는 성매매를 주선하는 선정적인 문구의 성매매 업소 광고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이렇듯 성매매에 대한 정보는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최근 성매매 업소는 오프라인 광고와 더불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최근 경찰은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사이트 ‘밤의 전쟁’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했다. 밤의 전쟁에 광고를 게시한 업소 2136개소를 대상으로 성매매 알선, 성매수 관련자들에 대한 단속을 진행했다. 이들 사이트를 통해 유흥업소를 출입한 성매수자들이 밤잠을 설치는 까닭이다. 밤의 전쟁이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사이트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이트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한 뒤 우회 경로로 부활하고 있다. 밤의 전쟁 수사 이후 여러 사이트에 대한 단속이 시급한 형국이다.

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 사이트 폐쇄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 ‘아찔한 달리기’와 ‘밤의 전쟁’ 두 사이트의 서버 관리자인 김 씨를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김 씨는 2013년 10월 간모 씨(40·구속), 박모 씨(45)와 함께 국내 최초의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인 ‘아찔한 밤’을 개설했다. 간 씨와 박 씨는 ‘아찔한 밤’ 사이트의 실소유주다. 이들은 1년 뒤인 2014년 10월엔 ‘밤의 전쟁’ 사이트를 추가로 개설했다. ‘아찔한 달리기’가 30만∼40만 명, ‘밤의 전쟁’은 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사이트였다. 두 사이트에 업소 홍보 광고를 실어온 성매매업소만 5000곳 가까이 된다.
아찔한 밤’과 ‘밤의 전쟁’ 등 두 사이트는 전국의 성매매업소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이 업소들을 홍보했다.
두 사이트의 서버 관리자인 김 씨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단속을 피해 가며 사이트 운영을 계속했다. 경찰이 두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면 주소를 바꿔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었다. 바뀐 주소는 트위터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알렸다. 많게는 32차례나 사이트 주소를 바꿨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이트 운영자들은 경찰의 성매매 특별단속 기간이나 단속 경찰관의 휴대전화 번호를 업소 관계자들에게 알려 단속을 피하게 하기도 했다.
경찰이 사이트 운영진의 일부를 붙잡아도 사이트는 곧 되살아났다. 2017년 1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아찔한 밤’ 개설자 간 씨를 붙잡았지만 박 씨는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이후 ‘아찔한 밤’은 ‘아찔한 달리기’로 이름을 바꿔 다시 운영됐다.
올해 5월 대전지방경찰청이 ‘밤의 전쟁’ 국내 운영책 권모 씨(35) 등 2명을 구속하고 사이트 운영 직원 34명을 불구속 입건했지만 ‘밤의 전쟁’ 사이트는 폐쇄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을 열었다.


‘훈련병’ ‘총사령관’ 군대식 계급 관리
‘아찔한 달리기’와 ‘밤의 전쟁’ 두 사이트는 성매매 남성 회원들을 군대식 계급으로 분류하면서 관리했다. 성매매 이후 관련 후기를 많이 올리면 계급을 올려줬다. 사이트에 처음 가입한 회원에게는 ‘훈련병’ 계급을 부여했다. 이후 후기를 계속 쌓아 600개 이상을 기록하면 ‘사령관’까지 계급이 올라가는 식이다. 성매매 횟수가 많고 후기를 많이 작성하는 회원은 ‘총사령관’까지 계급을 올려주기도 했다. ‘총사령관’ 계급을 얻은 회원들에게는 또 성매매 ‘할인 쿠폰’을 지급했다. 이들 사이트 운영자 측은 경찰 단속을 피하는 데 사용하라며 불법 대포폰까지 만들어 업소 측에 판매했다. 또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성매매 관광 상품도 판매해 왔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김 씨 검거를 통해 확보한 서버를 바탕으로 성매매업소와 성매수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사이트에 성매매 후기를 올린 아이디 명의자도 추적해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후기에 성매매 여성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리거나 성매매 업소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준 회원은 불법촬영 혐의와 성매매특별법 위반(광고)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필리핀으로 달아난 사이트 실소유주 박 씨에 대해서도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수사 중이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는 여전히 성업중
성매매 알선 사이트들은 업소들이 지불하는 ‘광고료’로 수익을 낸다. 성인물 유포 사이트의 수익구조와 동일하다. 단순 성매매 업소만 광고를 내는 게 아니다. 도박 사이트, 불법 성인용품 사이트 등도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광고 배너를 버젓이 걸고 있다.
국내 최대의 밤의 전쟁이 사라진다고 해서 온라인 성매매 알선이 근절될 수 있을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해외에 서버를 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경찰 등의 단속을 피해가거나 IP 주소?사이트를 변경하는 등 우회경로로 ‘불사조’처럼 부활하는 실정이다.
아직도 온라인에서는 ‘아찔한OOO’, ‘오피OO’, ‘오피O’, ‘오피OOO’, ‘오피타O’, ‘한가한O’, ‘오피가OO’, ‘유유OO’, ‘오OO’ 등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밤의 전쟁 사이트는 ‘서버 점검 중’이라는 문구가 나오며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하다. 언급한 여러 사이트들도 일부는 접속이 차단됐다. 그러나 언제 부활할지 모른다. 수사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경찰은 성매매 사이트 수사에 쉽사리 많은 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버 폐쇄를 위해선 많은 수사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폐쇄가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50%에 달하는 남성이 성 구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모바일 채팅앱에서 검거된 성매매 사범은 1만 1천414명이다. 이중 청소년 대상 성매매 사범은 863명에 달한다.
급증하는 온라인 성매매 알선에 대한 형식적인 성매매 사이트 단속으로는 나날이 교묘해져가는 성매매 산업을 뿌리 뽑기 힘들다. 전문 기술을 활용한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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