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적 분식회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재매입 계획과 2015년 미국 바이오젠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통화해 지분 재매입 계획을 논의한 단서를 포착한 것이다.

지난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삼성 내부 문건에는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2014년 11월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내용이 정리돼 있다.

미국 바이오제약 회사인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에피스를 미국 증권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하고,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원할 때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을 행사하면 삼성이 바이오젠 취득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계획, 이른바 지분 재매입 계획을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5년 6월 미국 현지 바이오젠 본사 부회장과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문건에도 이 부회장이 지분 재매입 계획을 설명하고 논의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오로라 프로젝트’라 불리는 지분 재매입 계획은 지난 2017년 2월 사라진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비밀리에 실행됐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비한 프로젝트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게 핵심 사안이었다.

바이오젠은 삼성과 합작으로 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언제든 콜옵션을 행사해 에피스 주식을 49.9% 수준까지 취득하는 게 가능했다. 삼성은 지배력 유지를 위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다시 주식을 사들이려고 한 것이다.

분식회계 핵심은 삼바가 2015년 11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회계 기준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최근 확보한 단서는 2015년 11월 이전부터 이 부회장 주도로 에피스 지분을 다시 사들여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점을 드러낸다.

특히 검찰은 바이오젠과의 합작이 있던 2011~2012년부터 이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삼바 관련 이슈를 보고받은 단서들도 확보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014년 고한승 대표로부터 나스닥 상장 계획을 보고받은 점 등이 삼성이 여태 펼친 논리를 깨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2014년까지 콜옵션 부채가 얼마인지 평가할 수 없어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같은 해 콜옵션 평가를 전제로 한 나스닥 상장까지 추진한 것이 삼성 측 해명과는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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