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타델·메릴린치 제재 ‘공매도 통한 초단타매매 위법’ 판결에도 미루는 사정 무엇?

한국거래소가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와 시타델을 봐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의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거래소의 제재 결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전경.
한국거래소 전경.

 

지난해 7월 18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제도 폐지 및 메릴린치 증권 영업 취소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메릴린치가 공매도를 통해 코스닥 상장주들을 초단타매매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메릴린치가 매수한 종목을 개미 투자자들이 호재로 인식해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메릴린치가 팔고 나가 주가가 하락하면 그 손실을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이 떠안는 다는 것이다.

청원자는 “미국은 기관이 단타치면 세금을 엄청 물려서 단타를 못치게 만들었다”며 “특히 몇 달 이내에 (메릴린치가 초단타매매한) 주식처럼 100% 차익을 먹으면 세금을 70% 이상 물린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따라 거래소는 지난해 8월 초단타매매에 대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올해 3월 거래소 규율위원회는 메릴린치에 5억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는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거래소는 지난 19일 시장감시위원회를 열어 메릴린치에 대해 제재금 부과 또는 주의·경고 등 회원사 제재 조치를 논의했으나 기회를 한 차례 더 주기로 하고 일단 최종 결론을 유보한 상태다. 빨라도 7월에야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법원이 이미 유사한 사례에 시장 교란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을 들어 제재 결정을 미룰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17년 6월 개인투자자 A씨에게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적용해 69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씨와 함께 거래에 나선 동생 B씨도 같은 혐의로 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들은 2016년 9~10월 사이 두 회사의 주식 88만254주를 매수하고 89만9549주를 매도하면서, 1~10주 단위로 고가 매수 주문을 수백차례 반복해 냈다가 적발됐다.

A씨 형제는 금융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법원도 증선위의 손을 들어 주었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와 B씨의 거래 행위가 자본시장법 178조의2을 위반한 시장질서 교란 행위가 맞다고 인정했다. 이들의 거래가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 제출하거나 호가 제출 후 해당 호가를 반복 정정·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타델과 메릴린치증권의 초단타매매가 유죄로 인정받은 A씨 형제의 행위와 규모에서 차이가 있을 뿐 구조가 흡사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실제로 시타델증권은 메릴린치증권 창구를 통해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수백개 종목을 대상으로 많게는 하루 1000억원 가량을 거래했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총 수십조원 규모의 주식을 사고 판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메릴린치의 지난해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84조1800억원으로 2017년(43조7800억원)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라도 한국거래소 회원사로서 제재할 법적 명분은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국내 코스닥 상장사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외국계 증권사에 휘둘리는 현실로 인해 코스닥 시장이 혼탁해지고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만큼 금융당국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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