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포털공룡 네이버와 한판승부 ‘예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다시 맞붙었다. 그동안 여러차례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와 기업인들 간의 대립이 있어왔다.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이재웅 쏘카 대표가 “어느 나라 부총리인지 모르겠다”고 발언하자, 이를 문제삼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설전이 벌어진 바 있다. 혁신성장과 포용성장을 둘러싼 김 위원장과 이 창업자의 ‘썰전’ 2라운드를 살펴본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한국경영학회)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한국경영학회)

 

2년 만에 재격돌한 김상조-이해진
김상조 정책실장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정조준 했다. 1년 9개월 만이다. 김 실장은 정책실장으로 임명되기 며칠 전인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다시 한번, 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s by the innovators(혁신가들에 의한 자본주의자로부터 자본주의 구하기)”라고 적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라구람 라잔의 저서 이름이다.

김 실장 “언론보도만으로는 이해진 GIO의 발언 취지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트랙터 회사에게 농민의 일자리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말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산업정책,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사회안전망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정부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며 “정부가 제한된 정책자원을 그 일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지원과 국민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용사회라는 전제조건을 형성하는데 혁신 사업가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아니 선도해주시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그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구하는 길일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김 실장의 이런 발언은 앞서 18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정부의 대기업 규제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을 쏟아낸데 따른 것이다.

이 책임자는 국내의 대기업 규제와 관련해 “5조원, 10조원 규모 회사가 크다고 규제하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되는가”라며 “기업이 크다, 작다는 건 반드시 글로벌 스케일로 놓고 봐야지, 우리나라만 따로 떨어뜨려 놓으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수조 원을 연구개발(R&D)에 쓰려면 규모의 경제가 돼야 한다”며 “우리는 옛날식 프레임으로 큰 회사가 나오면 규제를 하고 잡는다”고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어떻게 기술이 뒤처지지 않고 이길까 고민만 해도 벅찬데, 사회적 책임을 묻고 탐욕적이고 돈만 아는 회사라고 하는 건 책임이 과한 것 같다”며 “그런 건 정치나 사회에서 해결해주고 기업은 연구개발과 트렌드를 쫓아가고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사회 국가적으로 도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지우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사진=뉴시스)
김상조 공정위원장. (사진=뉴시스)

 

총수 지정 놓고 대립
김상조 위원장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의 악연은 지난 2017년 8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책임자가 이날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날 방문은 네이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우려에서 이뤄진 것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매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을 뽑아 ‘일감 몰아주기 금지’등 규제를 하는 제도다.

기업집단에 지정되면 ‘동일인(총수)’을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데, 동일인은 허위자료 제출 등 회사의 잘못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 결국 공정위는 자산 규모 5조원을 넘은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이 책임자의 방문에 대해 김 위원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봤지만, 이해진은 지금처럼 가다간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 책 표지 사진도 함께 올렸다. 최 위원장은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은 이재웅 쏘카 대표를 향해“혁신 사업가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설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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