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치·와인‘으로 직원 등골 빼먹은 내막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치·와인‘으로 직원 등골 빼먹은 내막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6.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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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흥국생명·흥국화재에 23억 과징금 부과
공정위, 태광 소속 19개사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과징금 21억 부과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또 다른 악재에 휩싸였다.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일감몰아주기’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암투병 등을 이유로 풀려났다. 하지만 음주와 흡연 논란으로 다시 구속된 바 있다. 태광그룹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살펴본다.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2심 결심공판을 받기위해 들어가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2심 결심공판을 받기위해 들어가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흥국생명 겨냥한 금융위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대주주 부당지원 문제로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흥국화재가 지난해 같은 문제로 ‘기관경고’를 받은 만큼 흥국생명도 중징계가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흥국생명에 기관경고 수준의 중징계안을 담은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사전조치안에 대한 흥국생명의 의견을 받아본 뒤 오는 2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제재수위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IT회사 ‘티시스’의 계열사인 골프장 ‘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와 와인 등을 고가로 구매해 임직원 선물용으로 시중보다 비싸게 판매했다. 이 두 회사는 오너 일가가 소유한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줬다.

실제로 티시스는 지난 2015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76%를 넘었다. 이런 실적에 힘입어 다음해인 2016년에는 영업이익 458억원, 당기순이익 258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상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이용된 셈이다.

이에 대해 태광 측은 ‘프리미엄 김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백화점 판매 상품의 평균가격보다 45~130% 높게 매겨져 보험업법 위반을 했다고 판단했다. 보험업법에서는 ‘대주주와 정상가격에 비해 뚜렷하게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호진 전 회장은 흥국생명 지분 56.3%를 가진 최대주주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지분 59.56%를 가지고 있어 사실상 이 전 회장이 두 계열사를 지배하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흥국화재에 대해 기관경고와 함께 과징금 22억8200만원, 과태료836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임직원도 주의적 경고 등 높은 수위의 징계를 결정했다. 비슷한 형태로 계열사에 부당지원한 흥국생명에 대해서도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지난해 제재를 받은 흥국화재와 유사한 사안인 만큼 이를 고려해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흥국화재는 김치·와인 고가매입에 대해선 당국의 제재를 받아들였지만 티시스 전산용역과 관련된 제재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과징금부과 취소 처분’소송을 냈다. 자료제출 거부 등 검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흥국화재 임직원에 대해 제재한 것에 대해선 해당 직원이 별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금융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들 금융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면서 다수의 금융회사를 소유한 복합금융그룹을 감독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를 도입해 현재 삼성·미래에셋·한화 등 7개 그룹을 감독하고 있다.

칼 빼든 공정위
여기에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공정위에 태광그룹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공정위는 17일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김치 고가 구매와 와인 매입을 적발해,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은 물론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휘슬링락CC가 공급한 김치 512t을 95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김기유 실장은 김치를 종류에 관계없이 10㎏에 19만원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서 계열사별 구매 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다. 각 계열사는 이를 받아 다시 부서별로 물량을 나눴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으로 사들여 직원들에게는 급여 명목으로 택배를 통해 보냈다.

직원들이 김치를 직접 산 것은 아니고 ‘보너스’처럼 받은 것이다. 하지만 태광산업 등 일부 계열사는 이 김치를 사려고 직원들의 사내근로복지기금에도 손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산 김치는 일반 김치보다 2~3배 비쌌지만 식품위생법 기준도 맞추지 않은 불량 김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에서 위탁 제조됐다. 하지만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고발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CJ ‘비비고’ 김치의 경우 배추김치는 ㎏에 6500원, 알타리무김치는 7600원와 비교하면 태광의 ‘회장님표’ 김치는 2~3배 비싼 것이다. 휘슬링락CC 김치의 영업이익률은 43.4~56.2%에 달해 2016~2017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14배에 달한다.

계열사에 판매된 와인 가격도 2병에 10만원 수준이었으며 메르뱅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46억원어치의 와인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에 김치와 와인을 강제로 팔아 총수 일가가 벌어들인 돈은 최소 3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휘슬링락CC와 메르뱅은 이 전 회장 일가에 각각 25억5000만원, 7억5000만원을 배당 등으로 지급했다. 태광그룹은 계열사 구매 물량을 늘리다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6년 9월 판매를 중단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휘슬링락CC와 메르뱅이 김치와 와인 강제 판매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였다. 이는 향후 경영권 승계 등에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과징금 등 제재를 결정했다. 또 김치·와인 판매를 지휘한 이 전 회장과 김 실장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했다고 봤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태광그룹의 부당이익 제공 행위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했다”며 “골프장, 와인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에 이어 공정위까지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놓인 태광그룹 측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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