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사업장’오명에도...폐기물 배출만‘황당한 사과문’
조업정지 철회 목적이란 분석도

 

현대제철 안동일 사장의 철강협회를 무시한 독자적 사과문 발표로 논란이 일고있다. (현대제철 홈페이지)
현대제철 안동일 사장의 철강협회를 무시한 독자적 사과문 발표로 논란이 일고있다. (현대제철 홈페이지)

당진제철소 2고로(高爐·용광로)에 대해 10일 동안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현대제철이 12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사과문의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제철 사장 안동일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를 충남도지사, 충남도의회 의장, 당진시장, 당진시의회 의원 등에게 보냈다. 현대제철은 "환경문제에 재차 이름이 거론되며 저희를 응원해주신 지역 주민들과 여러 관계자분께 실망을 안겨 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지자체에서 결정된 조업정지 처분도 많은 안타까움과 고민 속에서 내리신 고육책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포스코·현대제철이 속해있는 철강협회는 "고로의 블리더(안전 밸브) 개방은 100여 년간 전 세계 제철소가 운영해 온 방식이고, 이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의 영향도 미미하다"고 주장해왔다. "블리더 개방으로 배출되는 가스는 승용차(배기량 2000㏄) 한 대가 하루 8시간씩 10여일 운행하며 배출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문제가 없다'고 다 같이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 갑자기 현대제철이 '잘못했다'며 독자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니, 업계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그러자 현대제철은 "이 사과문은 블리더 개방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그 전에 있었던 시안화수소 배출 등에 대한 사과"라며 "블리더 개방 문제와 이번 사과문과 연결지어서 보면 안 된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지난 4월 감사원 감사에서 현대제철이 기준치의 5배가 넘는 시안화수소를 몰래 배출하면서 1년 넘게 숨겨 온 사실이 밝혀졌는데, 두 달이 다 돼서야 늑장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당장 다음 달 고로 가동 중단으로 8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또 지난 12년간 36명의 근로자가 죽고, 다양한 오염물질 배출 사건으로 지역 내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급하게 사과문을 발표한 상황이다.

그러나 진정성 없이 죽음의 사업장이란 오명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사과가 아닌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말 바꾸기 식의 사과를 하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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