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에 유리한 합병비율, 총수일가 최대주주 공통점

삼성물산과 현대글로비스, CJ올리브네트웍스의 합병비율 논란은 각 기업의 최대주주가 이해관계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커진 감이 있다. 한 쪽에 유리하게 책정된 합병비율의 최대 수혜자가 총수일가이기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삼성물산과 현대글로비스, CJ올리브네트웍스의 합병비율 논란은 각 기업의 최대주주가 이해관계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커진 감이 있다. 한 쪽에 유리하게 책정된 합병비율의 최대 수혜자가 총수일가이기 때문이다.(사진=뉴시스)

국내 100대 기업에도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이 10대 그룹의 명운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삼성물산 합병 이전의 제일모직, 현대글로비스, CJ올리브네트웍스가 그런 경우다. 이 세 기업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며, 합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달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점도 같다.

삼성물산과 현대글로비스, CJ올리브네트웍스의 합병비율 논란은 각 기업의 최대주주가 이해관계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커진 감이 있다. 달리 표현하면 대기업 그룹의 경영승계가 연관돼 있어서다. 한 쪽에 유리하게 책정된 합병비율의 최대 수혜자가 총수일가란 얘기이다.

지난 2015년 舊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지금의 삼성물산이 탄생했다. 이 두 기업의 합병은 삼성그룹 맏형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부인인 홍라희 여사, 이재용 부회장을 합한 삼성전자 지분은 5.79%로 안정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에 부족하다. 그렇기에 삼성물산이 보유한 5.01%의 삼성전자 지분이 중요하다. 삼성생명은 8.51%를 보유해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금산분리 원칙과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에 따라 활용되기 어렵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합병 파트너가 된 건 명확하다. 합병 직전 이재용 부회장의 제일모직 지분은 23.2%로 삼성SDS 9.2%, 삼성엔지니어링 1.5%보다 훨씬 많아 효과가 가장 컸다. 합병 전 삼성물산 지분이 없던 이 부회장은 합병 후 16.5%의 지분을 보유한다.

참여연대는 최근 불거진 제일모직과 舊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 재평가와 함께 바이오젠의 콜옵션 반영, 에버랜드 인근 토지 가치를 제외하고 여기에 삼성물산 영업가치를 보정한 합병비율 제일모직 0.94대 삼성물산 1이 기존 0.35대 1보다 적정하다고 분석했다.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주식 2.8주를 줘야하는 비율이 동급에 가까워지며 현재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도 상당히 내려가게 된다. 금액으로는 약 2조9402억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한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최대 3조6437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이득의 규모는 삼성물산 소액 주주들의 피해 규모라고 말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 중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도 경영승계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모비스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문제는 이 세 기업이 순환출자로 맞물려 있고 이를 해소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 전면에 나선 이유는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은 약 4조원으로 현대차에서 기아차로, 또 모비스에서 현대차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보다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도 모비스가 6.96%로 기아차 1.74%보다 높다. 현대차에 보유한 총수일가 지분은 7.45%로 모비스 지분율보다 높다. 하지만 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이 6조원으로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보다 2조원 정도 더 높아 같은 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더 적다.

글로비스는 꾸준히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기업이다. 2015년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자 총수일가는 지분율 30% 규제를 피해 29.99%로 조정할 정도로 글로비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모비스 분할 후 글로비스와 합병한 법인을 지배사로 내세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삼성물산 합병과 닮은 점이 여기에 존재한다. 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 합병비율이 글로비스에 유리하게 산출됐다면 최대 수혜자는 23.29%로 글로비스 최대주주인 정의선 부회장이다. 글로비스에 투자한 자금이 모비스 지분으로 돌아온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만약 분할 예정인 올리브네트웍스 IT 사업본부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면 수혜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이 된다. 이 부장은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경영승계와 놓고 본다면 이 부장은 이번 합병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CJ에 따르면 올리브네트웍스 IT 사업본부와 지주사와의 합병을 통해 올리브네트웍스 1주당 지주사 주식 5.4주를 받는다. 이 부장은 올리브네트웍스 주식 327만6270주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올리브네트웍스 IT 사업본부의 전신인 CJ시스템즈 시절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았던 이 부장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주사 지분까지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장녀 이경후 씨도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6.9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 지분도 14.83%로 총수일가 지분이 44.07%다. 합병과 함께 총수일가의 지주사 지배력 확대가 동반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합병을 진행함에 있어 해당 기업들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는 건 특정한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며 “결국 승계와 관련해 총수일가에 맞춰 합병비율이 왜곡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으로써 특정한 누군가를 제재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총수일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각 기업의 이사회에서 사전에 제지되지 못한 것이 문제다”며 “참여연대에서 이사회에 질의를 보내는 것도 해당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이사회 내부에서 합병비율이 어떤 검토 과정을 통해 받아들여졌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며 이사회의 독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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