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1조 5700억' 규모 손배소송, '승소'까지 2년 8개월 걸려
전문가 "하나금융의 일방적인 승소, 재판 찾아봐도 사례 드물어"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15일 하나금융지주가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가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한 14억430만달러(한화 1조57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재에서 전부 승소했다. 국제상공회의소(이하 '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 판정부는 "하나금융에 대한 론스타의 청구를 기각한다. 하나금융 측은 론스타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판정문을 보냈다. 론스타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을 뿐더러 각종 중재비용도 론스타 측이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하나금융의 승소에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판정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16년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상대로 14억430만달러(약 1조5700억원)를 배상하라며 ICC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외환은행 최대주주였던 론스타는 2012년 2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당국의 매각 승인을 받으려면 인수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하며 약 4년 뒤인 2016년 8월 하나금융에 14억430만달러(1조67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재 신청을 냈다. 

론스타가 처음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맺은 2010년 11월에는 매각액이 4조6888억원이었는데 매각이 지연되면서 2012년 매각 시에 실제받은 금액은 3조9156억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당시 하나금융이 정부와 짜고 부당하게 가격을 낮춘 것이라는 게 론스타 측 주장이다.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 판정까지 2년 8개월 가량이 소요됐다. 해당 사건에 대한 판정은 지난달 내려졌으나 오류 검토 작업 등을 거쳐 약 한 달 만에 송달됐다.

ICC 중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론스타와 하나금융은 몇 가지 쟁점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는데, 론스타는 "하나금융이 한국 정부에서 매각 승인을 받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 측은 "승인을 받으려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당시 법원에서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재판을 진행 중이라 방법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높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면 여론이 나빠질 것이고 정부 승인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지만, 하나금융은 "한국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으며, 국민 여론과 관련된 언급도 당시 한국 사회 분위기를 솔직하게 전달한 것일 뿐 거짓말을 하거나 압박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론스타의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된 '가격 인하가 없으면 매각 승인이 없다'는 내용을 부당한 압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정부가 하나금융의 기망이나 강박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스스로 가격 인하가 없으면 당국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기망 주장은 이유가 없고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해 보더라도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판정문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금융이 계약에서 요구한 바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계약위반 사항도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국제중재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결론이 나온 것을 보면, 론스타 측 논리가 설득력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론스타는 ICC 중재 과정에서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했지만 ICC는 이 같은 론스타 측 주장을 사실과 다르다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론스타가 판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해당 소송은 단심제이기 때문에 재심 절차는 없다. 판정 결과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전례상 기존 판정이 뒤엎어진 경우는 없었다. 

인수전 외환은행 시절

 

이번 판정 결과에 따라 론스타와 한국 정부간 맞붙은 ISD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국내외 관심이 쏠렸다. 론스타는 같은 논리선상에서 지난 2012년 미국 워싱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3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ISD를 제기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당시 매각 가격을 과도하게 낮추고 불합리하게 과세를 매겼다는 주장 등에서다.

ISD 재판은 2015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이후 이듬해 6월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제4차 심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ISD 결과는 4~5개월 뒤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ICC 판정문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데다 ISD는 ICC와 소송 성격, 적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나금융의 승소로 오히려 정부의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당국 측은 론스타의 주장이 배척된 만큼 불리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 국제상공회의소(ICC) : 세계 각국의 상공회의소가 가입돼 있는 국제협력기구. 산하에 국제 상업 분쟁을 해결하는 세계 최대의 중재기관인 국제중재재판소(ICA)가 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에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하나금융에는 ICC 중재를 청구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ISD는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가 중재 절차를 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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