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사후 가족간 ‘재산전쟁’ 조짐
어머니 이명희 섭정 예상...직원 불안 가중
공정위 시한 이틀 전 조원태 총수 지정(?)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이사회에서 한진칼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조원태 신임 회장은 한진그룹의 대표로서 경영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됐다. (사진=뉴시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이사회에서 한진칼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조원태 신임 회장은 한진그룹의 대표로서 경영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됐다. (사진=뉴시스)

한진그룹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을 그룹 총수로 내세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총수를 비롯한 대기업집단 지정현황 발표를 이틀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전 회장 작고 후 동일인을 누구로 지정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했다”고 소명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을 시인했다.

한진그룹의 차기 구도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삼남매의 갈등은 공정위 발표로 드러났다.

한진그룹이 공정위에 자료를 내지 않아 동일인을 지정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서, 남매들간에 어떻게 합의를 보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치열한 논의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칼회장이 한진그룹의 총수가 되었다고 해도 당장 전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삼남매의 비슷비슷한 지분 구조 때문으로, 오히려 어머니 이명희씨가 아들을 내세워 섭정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총수 지정을 위해 한진 측에 요구했던 자료가 들어왔다”면서 “조원태 회장을 한진의 새 동일인으로 지목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어떻게 승계할지에 대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합의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해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정위 측은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어떻게 확정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자료에 포함돼 있다”면서 “신청서를 접수했으니 검토를 거쳐 동일인을 변경해 지정하는 절차를 포함한 대기업 집단 지정 결과를 예정대로 15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도 “공정위에 직접 가지는 못 하고 우선 스캔본으로 서류를 제출했다”면서 “14일쯤 서류를 직접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이 별세한 뒤 8일만에 조원태 회장이 선임되면서 경영권 승계란 산을 넘었지만, 공정위 동일인 지정 자료 제출 지연 이슈가 생기며 다시 삼 남매 갈등설이 등장했다.

이들 삼 남매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 갈등설의 배경이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2.34%에 불과하여, 조현아 전 부사장(2.31%)과 조현민 전 전무(2.30%)의 지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전 회장의 유언장은 아직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 만일 유언장이 없다면 상속 비율에 따라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은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5.94%, 삼 남매에게 각각 3.96%씩 상속된다.

이는 어머니 이명희씨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이명희씨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어머니 이명희씨도 70세로 아직 활동할 수 있는 연령이다. 그냥 뒤에 물러나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법무법인 광장을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었다고 한다. 한진 삼 남매의 어머니 쟁탈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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