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금지된 병역기피자에게 실수로 해외여행 허가해준 병무청
또다시 해외여행 가려다가 여의치 않자 국가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병무청이 담당 직원의 실수로 해외여행이 금지된 병역기피자의 여행을 허가해주어 병역 기피자의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물어주게 됐다.(사진=뉴시스)
병무청이 담당 직원의 실수로 해외여행이 금지된 병역기피자의 여행을 허가해주어 병역 기피자의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물어주게 됐다.(사진=뉴시스)

병무청이 담당 직원의 실수로 해외여행이 금지된 병역기피자의 여행을 허가해주어 병역 기피자의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물어주게 됐다.

대구지법 제1민사부(부장판사 이영철)는 병역법 위반으로 해외여행이 금지된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은 2017년 12월 4일 A씨가 병무청에 해외여행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만 25세 이상인 자가 병역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외여행을 가려면 반드시 병무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시 병무청은 A씨에게 병역의무를 기피한 자는 해외여행을 갈 수 없다고 설명한 후 A씨의 여행 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했다.

A씨는 병무청에 여행 허가를 신청하기 한 달 전인 2017년 11월쯤 병역을 피하고자 체중을 증가시킨 혐의(병역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받은 상태였다.

문제는 일주일 뒤인 12월 11월 A씨가 다시 해외여행을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병무청 직원의 실수로 A씨의 해외여행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A씨는 그달 29일부터 다음 해 1월 1일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후 시간이 흘러 다시 해외여행을 가도 된다고 생각한 A씨는 지난해 2월 16일 병무청에 해외여행을 신청했다. 그 사이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기 예매권(82만원 상당)도 구매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나흘 뒤 A씨의 해외여행을 취소했고, 이에 A씨는 항공권 취소 수수료, 일실수익, 위자료 등 1천400여만원을 물어내라고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해외여행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항공권을 예매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병무청이 A씨에게 한 차례 해외여행을 허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전에도 A씨의 국외여행을 허가했다가 직권으로 취소한 적이 있는 병무청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A씨가 항공권을 예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당시 허가는 명백히 위법한 처분이었다"며 "해당 공무원이 객관적인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A씨가 무익한 비용을 지출하는 등 손해를 입게 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항공권 환불 수수료(28만원)만 손해배상금액으로 인정하고, "여행 계획에 몰두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을 그만두고 일을 하지 못한 손해까지 배상해달라"는 A씨의 나머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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