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는 죽지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 '고성장 신산업' 평가
한국으로 모이는 업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주액 '110조원' 규모?

최근들어 전기차 배터리가 차세대 먹거리로 투자자 및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변화의 시작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세계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성장세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그룹들이 쏟아내기 시작한 발주의 상당수가 국내로 향한 덕분이다. LG화학(40조원)·삼성SDI(40조원)·SK이노베이션(30조원)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 들로부터 110조원(추정치) 규모의 신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계약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연간 수출액은 얼마나 될까, 그 규모는 약 1267억달러(약 141조원) 규모다. 수주 단계이긴 하지만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계약한 배터리 수주액은 110조원 규모에 달한다. 조만간 역전이 예상된다는게 업계의 평이다. 주력산업인 석유화학(501억달러), 자동차(409억달러), 철강(340억달러), 건설(321억달러), 조선(271억달러), 디스플레이(247억달러)의 연간 수출액은 일찌감치 넘어섰고, 2018년 우리나라 수출액 680조원 가운데 16%에 이르는 규모다.

업계 또한 전기차를 미래 산업지도를 바꿀 승부처로 보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 대형 기업들은 내년에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예고했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비중을 25%(300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르노 또한 오는 22년까지 12개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론칭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외에도 BMW그룹은 2025년까지 전체 판매량 중 25%를 전기차로 채우고, 아우디는 33%를 전기차로 채울 예정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2200만대 이상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국내·외 주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도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컨템포러리암페렉스테크놀로지(CATL)는 최근 독일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100GWh 규모)을 설립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2017년부터 1위 자리를 CATL에 내준 일본 파나소닉도 도요타와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계획하고 반전을 모색 중이다. 

반도체 '빅3'
SK·LG·삼성

국내 반도체 업체 '빅3' 중 투자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헝가리, 중국, 미국 등에 3조원 가량을 쏟아부어 생산 설비를 신설·증설 중에 있다. 지난해 4.7GWh 규모였던 생산능력은 2020년 19.7GWh까지 늘리고, 2022년 60GWh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17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신설 공장들이 양산 체제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매출이 늘어 2021년엔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헝가리 배터리 공장 가동을 시작한 삼성SDI도 중국 시안에서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제2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의 경우 전지부문 영업이익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증권사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2018년에는 4173억원의 영업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초 삼성SDI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른 시일에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보수적 태도를 보였지만 업계는 이르면 내년께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를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수주 증가와 원가 절감에 힘입어 2020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흑자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 증설 계획(1조2000억원 규모)을 발표했다. 별도로 2조1000억원 투자해 제2공장도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LG화학은 폭스바겐과 다임러, 르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현대·기아차 등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 중에 있다. LG화학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 중 가장 먼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00년 관련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후 18년 만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않았지만,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2차전지 부문 4분기 매출은 2조76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전년동기(137억원)보다 599% 급증한 958억원에 달했다. 

LG화학 정호영 최고운영책임자는 “전지부문에서 분기 매출 첫 2조원을 돌파하고 자동차전지는 분기 기준 손익분기점(BEP)를 달성했다”며 “올해 전지부문 총 매출 예상액은 전년보다 50% 성장한 10조원이 목표다. 그중 절반 정도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나올 것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中日 시장
'뒤집기 한판 승부'

글로벌 자동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과 일본이 이미 선점하고 있다. 이들을 위주로 시장 점유율과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뒤집기 한판 승부'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한국 배터리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업계의 신뢰도 및 우호도 관계에서 일본과 중국의 경우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력을 갖춘 한국을 대안으로 선택한다는게 업계 전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예전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직접 찾아가 우리 제품을 써달라고 읍소하는게 흔한 풍경이었다"라며 "요즘엔 미팅 요청이 쇄도한다. 한국 배터리 위상이 달라진 걸 느끼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의 몸값또한 상승하는 중"이라고 말헀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빠르게 재편 중이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중국 CATL(21.9%), 일본 파나소닉(21.4%), 중국 BYD(12.0%), 한국 LG화학(7.6%), 삼성SDI(3.1%) 순으로 형성됐었다.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공급량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2020년 이후 국내 3사,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빅5’ 위주로 경쟁 체제가 굳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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