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죽선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우리나라 전통 기술 '낙죽(烙竹)'

? 낙죽으로 전주 합죽선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전주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많은 이들이 한옥마을을 떠올린다. 하지만 전주는 예로부터 ‘한지’와 ‘합죽선’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이신입 낙죽장은 전주 합죽선의 역사를 지켜온 전북 최고의 명인 故 이기동 선자장(전북무형문화재 제10호)의 아들이다.

이신입 낙죽장은 2013년에 전북무형문화재 제51호에 지정되면서, 부친에 이어 전통 합죽선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이신입 낙죽장은 (사)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에서 합죽선 제작 수업을 통해 전주 합죽선의 우수성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있다.

▲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51호 낙죽장 이신입 / 사진출저 및 제공 : (사)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
▲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51호 낙죽장 이신입 / 사진출저 및 제공 : (사)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

▶ 선생님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가

사업가가 되는 것이 내 어릴 적 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합죽선을 만드는 작업을 보면서 자랐다. 합죽선을 만드는 것이 어린 마음에 너무 싫었다. 방학에 온 가족들이 합죽선을 만드는데 일손을 보태야 되었다. 서울에 와서 사업도 해보았지만 내 운명은 합죽선을 만드는 것이었다.

 

▶ 낙죽장의 길을 선택한 계기가 있으신가

낙죽 기술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낙죽장의 길을 택했다. 낙죽은 전북(전주·임실·남원)만의 특색이 있는 기술이었다. 낙죽은 1800년대 말 박찬규(밀양 박씨 계열)에 의해 기반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낙죽 기술은 그 명맥이 단절되었다.

 

▶ 선자장의 길을 가시는 것이 더 편하지 않았나

낙죽은 합죽선 제작의 마지막 과정 중 하나다. 낙죽장의 길을 선택해서 주위의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낙죽을 하는 사람이 드물어 합죽선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다. 낙죽은 많은 경험과 반복된 훈련을 통해야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낙죽을 처음 배우게 된 이유도 “차라리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배웠다.

▲ 부채살에 낙죽을 하고 있는 낙죽장 이신입 / 사진제공 및 출처 : (사)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
▲ 부채살에 낙죽을 하고 있는 낙죽장 이신입 / 사진제공 및 출처 : (사)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

▶ 낙죽에서 가장 신경쓰시는 점이 있으신가

낙죽을 하는 인두의 온도조절이다. 낙죽작업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인두의 온도 조절은 낙죽의 핵심이다. 그림도 중요하지만 온도가 자칫 높으면 한지나 대나무가 타버리게 된다.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했다. 낙죽을 계속 하다보니 나만의 낙죽기법을 익히게 되었다. 낙죽장으로서 매진하다 보니, 2011년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에서 상도 받게 되었다.

 

▶ 전주 합죽선의 장점은 무엇인가

대대로 물려 쓸 수 있는 견고함이다. 합죽선은 한번 사용하고 마는 것은 아니다. 합죽선은 부채 살에 붙이는 종이만 교체하면서 오랫동안 쓸 수 있다. 합죽선을 험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2세대 이상까지 대대로 물려 쓸 수 있다. 물론 부채살 하나가 망가져도 수리해서 쓸 수 있다.

 

▶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나의 아버지 故 이기동 선자장이시다. “합죽선 한 개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합죽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 아버지 신념을 따라서 합죽선을 만들어 왔다. 아버지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어디선가 싸구려 합죽선을 만드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완성된 합죽선을 다시 확인하는 낙죽장 이신입 / 사진제공 및 출저 : (사)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
▲ 완성된 합죽선을 다시 확인하는 낙죽장 이신입 / 사진제공 및 출저 : (사)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

▶ 정신적 지주는 부친이신 故 이기동 선자장인가

그렇다. 낙죽장으로 무형문화재 지정이 되고, 바로 아버지 산소를 찾아갔다. 아버지 산소 가서 많이 울었다. “너가 내 뒤를 이어 합죽선의 전통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었다.

 

▶ 가장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합죽선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내가 만든 합죽선과 합죽선 유물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합죽선 박물관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이 꿈은 나의 꿈이자 동시에 아버지의 꿈이었다. 힘든 과정이지만, 진정한 합죽선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제대로 마련하고 싶다.

 

▶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

돈보다는 제대로 된 합죽선을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는 전통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 상업적으로 치우지게 되면, 많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제대로 된 합죽선을 만들기 어렵다. 우리는 문화재를 전승하는 사람이다. 전통기법을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합죽선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면 좋겠다.

이신입 낙죽장 수상 경력

1998년 제13회 전북 공예품 경진대회 입선
2011년 제41회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 국무총리상
2012년 대한민국 황실공예 명장 선정
2013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1호 낙죽장 지정
2015년 전주 시장 표창장
2017년 육군 참모총장 표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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