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LNG 누출사고, 사고조사만 1년째... 수백억 추가 보수비용 발생 가능성

가스공사의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칫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낼 뻔 했던 지난해 11월 인천기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가스누출 사고와 관련된 직원들에게 가스공사가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것이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사고 당시 직원들은 LNG 저장탱크에서 가스가 넘치지 않도록 설비를 감시하지 않고, 잠을 자거나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근무 태만으로 인해 불거진 ‘인재’지만, 이 사고에 연루된 직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모두 23명의 사건 관련자 중, 9명은 징계조치가 아닌 경고를, 14명은 견책, 감봉같은 경징계를 받았다. △징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견책(7명) △기본급을 감액하는 감봉 2개월(2명) △일정기간 직무 종사를 막는 정직 1개월(1명) △정직 2개월(3명) △정직 3개월(1명) 등 직원 절반에 대한 징계가 견책에 그쳤다.

한국가스공사 내부 규정에 따라 감봉은 1개월 당 기본급에서 2%를 제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가스공사 4급 직원이 받는 기본급(약 425만원)을 기준으로 2개월 감봉 금액을 따져보면 약 17만원에 불과하다. 정직의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직원들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기본급의 50%를 받을 수 있다.

인천 LNG 저장탱크 사고가 담당 직원들의 근무 태만으로 빚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처벌 수위는 매우 이례적으로 비춰진다. 가스공사도 사고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스스로 ‘1급 사고’로 판정했지만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였다. 

사고를 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가스 공사가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낼 수 있지만, 변상심의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은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공사 취업규칙 제 9조에는 “직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공사의 재산에 손해를 입혔을 때에는 이를 변상하여야 한다”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측은 법률자문을 받았다는 근거로 변상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았고, 직원들의 사고책임을 면하게 해줬다. 가스공사 스스로 받은 법률자문에도 “본건 사건 책임자들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중과실이 존재한다고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되어 있다.

또한, 가스공사는 기존 규정에 있던 변상심의위원회 조항을 삭제하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 5일에 인천기지 가스탱크 누출사고는 일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1월 1일자로 변상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이 당시 가스공사 사장은 공석인 상태여서 내부 직원들끼리 쉬쉬하면서 변상조항을 슬그머니 삭제해 직원들의 책임을 면하게 해줄려는 의도가 의심된다는 게 권칠승 의원의 지적이다.

가스공사 인천기지의 사고가 발생한 탱크는 지난해 86억 6000만원을 들여 보수한 탱크였지만, 또 다시 가스누출이라는 대형사고가 터졌고, 방출한 가스만도 28.6톤에 달했다. 1년 넘게 사고조사위만 꾸려 조사만 하고 있으며, 보수는 내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보수작업에는 수십억 원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며 자칫 전면 보수로 이어지면 650억 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이후, 지금껏 지급한 진단 비용으로만 20억4000만원에 달한다.

가스공사 인천기지 LNG저장탱크 가스누출 당시 내부직원이 찍은 현장 사진. (사진=권칠승 의원실 제공)
가스공사 인천기지 LNG저장탱크 가스누출 당시 내부직원이 찍은 현장 사진. (사진=권칠승 의원실 제공)

한편 당시 인천기지 저장탱크 가스누출 현장을 내부직원이 찍어 직원들끼리 공유했던 사진도 사고 이후 1년 만에 공개됐다. LNG 저장탱크에서 영하 165도(℃)의 가스가 탱크 밖으로 넘쳐 나오는 위험천만한 장면이지만, 관련 사진에는 ‘민감한 사항 보기만 합시다’라는 자막도 나온다. 자칫 대규모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내부에서 덮어놓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권 의원은 “가스공사는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봤으면서도 근무태만의 직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도 않았고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며 “또 대규모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는데도 내부직원들끼리만 사건 당시 사진을 돌려보며 사건축소에만 급급했다는 점은 공기업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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