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의선 품질경영, 화재로 ‘잿더미’
정몽구·정의선 품질경영, 화재로 ‘잿더미’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8.07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릉 주차타워 화재, 그랜저 또는 클릭서 발화 추정
美 소비자단체, 도로교통안전국에 현대·기아차 화재 조사 요청

현대차의 품질경영이 위기다.  ‘강건너 불구경’하던 현대차에 악재가 터졌다. 최근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에 이어 현대차에서도 화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의 실적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터진 악재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쯤 강원도 강릉시 임당동 25층 기계식 주차타워(높이 30m)에서 불이 나 주차 중인 현대차 ‘그랜저’와 ‘클릭’ 차량이 전소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목격자들은 주차타워 환풍기를 통해 검은 연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18대와 소방 인력 140여 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내부 진입이 어려워 6시간여 만에 진화했다. 주차타워 붕괴를 우려해 주변 50m에 있는 사람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에 탄 그랜저는 주차장 21층에 멈춘 주차 리프트에 서 있었다. 주차나 출차를 위해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클릭은 21층에 주차된 상태였다. 같은 층에 나란히 서 있었던 셈이다. 두 차량은 주차를 위해 시동이 꺼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 소방 당국은 전소한 두 차량 중 한 곳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주차타워는 주차 관리자가 있었지만, 대부분 운전자가 직접 주차 장비를 조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장 다른 층에 있던 차량은 연기로 그을린 것 이외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당시 주차장에는 30여 대가 주차 중이었다.

6일 오전 일어난 강릉 임당동 주차타워 화재 현장.(사진=보배드림)
6일 오전 일어난 강릉 임당동 주차타워 화재 현장.(사진=보배드림)

이에 대해 강릉소방서 관계자는 “주차타워에 대한 안전 진단을 마친 후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실된 차량이 리프트 가운데 걸려있어서 낙하 위험이 있고, 50m 수직계단이 화재로 구조가 약해져 있다”며 “화재 현장에 아직 감식반이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BMW 520d 차량의 연이은 화재로 차량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일어난 현대차 화재 사건은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에 악영향을 줄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 현대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줄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5년 4조2673억 원을 기록했으나 2016년엔 2조6994억 원, 2017년엔 2조1634억 원을 기록했다. 2015년 대비 각각 36.7%, 49.3%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2018년 1분기에도 이어져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6450억 원(-6.3%), 영업이익은 5736억 원(-75.6%) 감소했다.

지난 1일 공시된 현대차의 영업실적 잠정 공시에 따르면, 올해 7월 전세계 시장서 전년 대비 6.5% 감소한 33만9694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해외 시장서 전년 동기 대비 8.0% 줄은 27만9327대 팔았다.

이러한 실적 부진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미국 소비자단체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거센 조사 요구다.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단체 ‘컨슈머 워치독(consumer watchdog)’은 현대·기아차의 원인 모를 차량 화재 사태에 대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공식 조사를 요구했다. 현대차의 쏘나타와 싼타페, 기아차 K5(현지명 옵티마)와 쏘렌토에서 충돌 사고와 무관한 차량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 결국 NHTSA는 문제의 모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슈머 워치독이 NHTSA에 제출한 청원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차량 화재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6명이 부상을 당했고, 약 120건의 화재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차량 화재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아차 K5 운전 중 변을 당한 토마스 클리나드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차체 아래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고 차량을 멈추자 곧바로 시커먼 연기와 화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쏘나타와 K5, 싼타페와 쏘렌토가 플랫폼과 주요 부품을 공유하고 있어 화재 발생의 원인도 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화재의 대부분이 팬모터(Pan Motor) 쪽에서 시작됐다며 팬모터의 결함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기아차 화재 현장
미국 기아차 화재 현장

문제는 화재 발생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사례가 속속 공개되면서 ABC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일 새벽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난 차량은 지난달 31일 오후 10시부터 약 10분 간 주행한 후 경산시 옥산동에 위치한 한 이면도로에 정차됐다.

소방당국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차량은 이면도로 정차 후 약 7시간이 지난 1일 오전 5시 42분께 트렁크 뒷좌석에 불이 붙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산소방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도 잇따른 싼타페의 화재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차량 화재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과거처럼 “보증 기간이 지나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식의 대응을 반복할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