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 권영수 부회장 2인자 등극... 연말 대규모 인사설 ‘모락모락’
주력 사업 배터리 화학 투자 확대... 공격적 경영으로 위기 넘어서나

구광모 LG그룹 새 회장.(사진=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새 회장.(사진=LG그룹 제공)

LG그룹의 새 조타수로 구광모 회장이 취임했다. ‘4세 경영’의 시작이다.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보일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예상을 깨고 취임 한 달도 안 돼 그룹에 자기 색을 입히고 있다. ‘재무통’ 권영수 부회장을 LG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했다. 연말 대대적인 인사도 예고되고 있다. 그룹 주력 사업에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구광모 호’ LG그룹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새 판짜기' 들어간 구광모 회장
LG 직원들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회장’으로 부르지 않고 ‘대표이사’로 호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젊은 40세의 그룹 회장이 부담스러워서 그런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갑자기 회장직에 오른 만큼 업계에서는 사업 경험 풍부한 6명의 부회장단의 조력을 받아 일정한 적응기를 거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구 회장이 예상을 깨고 회장 취임 한 달도 안 돼 자기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룹의 오른팔을 바꿨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LG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 구 회장이 권 부회장을 자신의 오른팔로 삼은 것은 향후 3대 주력 사업인 전자·화학·통신을 중심으로 ‘구광모 체제’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일의 몰입도가 높은 편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연말 인사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는 지난 7월16일 이사회를 열고 하현회 부회장을 대신해 권영수 부회장을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선임키로 의결했다. 오는 8월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한다. 하 부회장은 권 부회장의 자리인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옮길 예정이다.

하 부회장의 LG유플러스 행은 재계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다. 하 부회장은 지난 6월 열렸던 LG그룹 각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직접 주재한 바 있다. 사업보고회는 매년 6월과 11월 정례적으로 열리는 일종의 그룹 경영전략회의로 지난해에는 당시 투병 중이던 故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본준 부회장이 주재했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 타계 직후 열렸던 올 상반기 사업보고회는 구본준 부회장이 하 부회장에게 주재권을 넘기면서, 하 부회장이 상당 기간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은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권영수 부회장을 자신의 파트너로 선택했다. 구본준 부회장과 손발을 오래 맞춘 하 부회장을 대신할 새로운 인물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연말 LG인사 규모에 촉각
재계 일각에서는 LG그룹의 파격 인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광모 회장은 권 부회장만 바꾼게 아니다. 각 계열사 CEO나 사업본부장 이상 경영진 인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LG 인사팀장도 취임과 동시에 교체했다. 연말 대규모 인사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전례가 있는 일이다. 故 구본무 회장도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취임 첫 해인 1995년 연말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 3명을 포함해 총 354명이 바뀌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보면 구 회장 역시 대대적인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 연말 인사에서 심각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이나 아직 성과가 부족한 미래 전략사업인 자동차 전장 등 어러 사업 분야에서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4조원 배터리·화학 투자 '약'되나 '독'되나
LG화학은 중국 배터리 공장 추가 설립에 약 2조2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수 석유화학 설비 신규투자까지 합하면 4조 원 이상의 투자가 연이어 결정된 셈이다. 배터리, 석유화학 모두 최근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과감한 투자라는 점에서 갓 출범한 구광모 호(號)의 강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은 지난 7월18일 김종현 LG화학 부사장(전지사업본부장)이 중국 장쑤성 난징시를 방문해 해당 지역 당위원장 등과 조인식을 갖고 빈장 개발구역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착공해 내년 10월에 생산에 돌입하며 단계적으로 규모를 늘려 2023년까지 연간 32GWh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는 GM의 순수전기차(60) 볼트 53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이 현재 국내외에서 18GWh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규모의 증설이 중국에서 단행되는 셈이다.

LG는 NCC(납사분해시설)을 비롯해 이 시설에서 생산된 에틸렌을 원료로 제작하는 PP(폴리프로필렌)와 PE(폴리에틸렌) 등 범용제품 생산시설을 3공장에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해당 신규 투자금액을 2조 원 대로 추정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투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의 경우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명목으로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1년 넘게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배터리 1공장 가동률은 한때 10%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2020년 폐지될 예정인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문제다. 업계에선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지 배터리 투자법인을 설립한 SK그룹도 배터리 셀 공장 건설시점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미 지역 ECC(에탄 분해시설) 증설이 이어져 공급 확대가 예고되고 있다. 북미 신규 ECC 가동으로 한국 에틸렌 전체 생산량의 70%에 해당하는 700만t이 추가 생산될 거라는 추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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