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뉴스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항공업계가 시끄럽다. 조양호 일가의 대한항공 ‘갑질’이 폭로되고 아시아나항공 오너일가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 아시아나항공의 민낯이 드러나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1일 기대식 대란 때문이다. 이 사태는 기내식 공급 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준비 부족 사태로 발생했다. 

4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기내식으로 인해 지연된 사례는 0건, 미탑재는 1건으로 집계됐다. 기내식 대란 첫 날 대비 줄어든 수치지만 긴장을 늦출 순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예정된 항공편은 79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투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사업을 활용했다. 박 회장의 욕심 덕에 지난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 일부 항공편은 ‘노밀’ 상태로 운항되고 있다. 

문제는 승객들이 ‘노밀’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음에도 박 회장은 자사 항공기를 이용해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직접 나서 책임을 져야하지는 못할망정 욕은 직원들이 먹고 있다. 고객들을 위해 발로 뛰는 것은 우린데 박 회장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지난 3일 이에 대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협력사에 대한 애도는 배제한 채 이번 사태를 공급업체 책임으로 돌리는 사과문으로 여론의 분노를 커지게 했다.  

일부 고객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아시아나 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은 장 초반 주당 39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심지어 법무법인 한누리는 기내식 대란을 초래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들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승객들도 집단소송 등 손해배상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기내식 대란에 대해 질타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무리한 계약조건 때문에 사장이 목숨까지 끊은 비극적 사태”라며 “관계 당국은 하청업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상습적 갑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하청업체 사장 죽음으로 내몬 아시아나의 수퍼 갑질 진상규명해야 한다”라며 “대한항공은 갑질 심하게 했어도 사람이 죽진 않았다. 아시아나는 어떤 수퍼 갑질을 했길래 사람이 목숨을 버리나?”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 회장은 기내식 대란 와중에 자신의 딸을 ‘낙하산’으로 채용했다. 딸 박세진 씨는 지난 1일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담당 상무로 입사해 출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회장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2월 블라인드 앱 아시아나 항공 게시판에 '박삼구 회장의 성희롱을 더 이상은 참지 말자'는 글이 올라왔다.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근무한다는 여성 승무원 A씨는 본지 기자에게 “박삼구 회장이 승무원들을 만나면 ‘내가 기 받으러 왔다’는 말을 했다”며 ”본관 1층에서 여승무원들 불러놓고 20~30분 동안 껴안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20대 초반 갓 입사한 승무원 교육생들이 머무는 곳으로 이동한다. 업무보고를 받으러 왔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승무원이 아닌 일반직들의 사무실엔 방문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박 회장에게 안기지 않거나 파트장 및 본부장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혼이 나기도 한다. 직장 생활이 힘들기도 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잘리거나 왕따를 당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전직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의 증언에 따르면 매달 첫째 주 목요일 오전 6~7시는 박 회장이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본사를 방문하는 날이라고 한다. 주로 막내 여성 승무원이나 승진을 앞둔 여성 승무원이 차출돼 박 회장을 둘러싸고 열렬하게 감사를 표시하는 행사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는 오전 7시부터 비행이 있는 승무원들이 비행 스케줄을 점검하고 브리핑하는 통상적인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박 회장이 올 때는 '회장님 맞이'라는 행사에 치중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맞이 행사는 사원들이 정기적으로 교육받는 교육원에서도 행해졌다는 증언이 나온다. 게시판에는 '교관단이 박삼구 회장이 오기 30분 전부터 회장이 오면 온몸으로 달려나가고, 팔짱을 끼고 보고 싶었다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려라'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올라와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승무원들에게 ‘몇 기냐’ ‘오늘 비행은 어디로 가느냐’ '결혼은 했냐' 등의 말을 하며 껴안거나 손을 주무르고, 파트장이나 본부장 등 관리자들은 박 회장이 양팔을 벌리면 ‘달려가 안겨야한다’고 승무원들에게 교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들과 손깍지를 끼거나 포옹을 하는가 하면, 매년 초에는 여성 승무원들에게만 세배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박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대란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하청업체 대표가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도의적으로나 모든 책임을 느낀다.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입장표명에도 여론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박 회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원론적인 말뿐이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하청업체 대표가 목숨을 끊었을 때 바로 유가족들을 찾았어야 했다. 스킨십 경영을 중요시 여긴다는 사람이 출장을 간 것은 정신나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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