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사건’ 손 놓은 춘천지검 개혁이 검찰개혁 바로미터
문 총장, 내우외환 해결위해 춘천지검 개혁 나서야

문무일 검찰 총장이 흔들리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논란에 휩싸였다. 항명 사태가 벌어졌다. 춘천지검이 검찰 개혁의 단초가 됐고, 개혁의 바로 미터가 됐다. 춘천은 2004년 법조비리가 발생했던 곳이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지만 유야무야 끝나며 비리복마전으로 변했다. 이번 ‘문무일 흔들기’가 시작된 곳이 춘천지검이다. 각종 법조비리 의혹부터 강원랜드 수사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를 내왔다.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선 춘천지검부터 적폐 척결에 나서 전국 검찰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란(檢亂)’이 시작됐다. 문무일 검찰 총장을 향한 항명 사태가 발생했다. 문 총장의 용퇴가 후배 검사들로부터 거론됐다. 춘천지검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이 검란의 시초였다.

춘천지검에 근무했던 안미현 (사법연수원 41기) 의정부지검 검사가 포문을 열었다. 문 총장이 국회 법사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을 소환하려던 이영주 춘천지검장을 막았다고 폭로했다.

안 검사의 폭로 후 3시간 만에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안 검사를 지지하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양 단장이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계획을 보고하자 문 총장이 전문자문단 심의를 거쳐 결정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수사단 출범 당시의 자유로운 수사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 총장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반발했다. “검찰권이 바르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 감독하는 게 검찰총장의 직무”라고 외압 의혹에 선을 그었다.

문무일 검찰총장
문무일 검찰총장

일각에선 “문 총장 흔들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 검사가 문 총장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3시간 뒤 이를 뒷받침하는 수사단의 입장문이 나온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직 검사장이 검찰총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초동 주변에선 ‘검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 검찰총장에 대한 내부 반발로 검찰 총장이 퇴진한 사건은 여러차례 있었다. 하지만 보도자료까지 낸 적은 처음이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문 총장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명에 감사원 감사까지... 검찰 ‘내우외환’
감사원이 대검찰청 감사 계획을 밝혔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검찰청이 감사원으로부터 직접 감사를 받는 것은 사상최초다.

검찰 내부에선 “검찰로서는 난감하고 수치스럽기까지 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검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검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긴 하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여기엔 두 기관의 공공연하고 암묵적인 관행이 작용을 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감사원 안팎에선 “검찰에 대한 감사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것”이라는 반응이다. “굳이 검찰과 얼굴을 붉힐 필요가 있냐”,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감사원은 6월 중순경부터 약 보름간 20여 명의 직원을 투입해 대검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5월 초 대검 측에 감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3월에 대검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에 따라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파장을 줄이기 위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최고 엘리트 검사들만 모인다는 대검찰청에 대한 감사를 두고 검찰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내부 평가다. 문 총장이 이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외부 분위기가 문 총장에 대한 항명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정칼날, 춘천지검 겨냥
검찰의 항명 파문과 별도로 문재인 정부의 사정기관이 춘천지검의 외압사건을 별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염동열 의원의 강원랜드 부정 청탁 사건을 춘천지검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검란의 발단이 됐다. 권·염 의원뿐만 아니라 춘천지역은 고질적인 법조계의 토착비리가 심각하다. 이른바 춘천고-강원대학 출신 법조인들이 ‘춘강마피아’로 불리 우며 법조비리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강원대 출신의 A 변호사이다. 춘천지역은 춘천지검에 영향력이 높은 A변호사를 중심으로 법조비리가 만연해 있다. 한마디로 춘천지역 법조 비리는 대한민국 법조 비리의 축소판이다. 지역법조인과 향판, 향검이 결합돼 멋대로 죄를 주고 안주고를 결정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도 고질적인 춘천 지역 법조 비리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방관이 불러온 사태다. 사법비리 온상이다.

이런 춘천지역 법조 비리 사건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급기관인 서울고검 형사부는 춘천지법 정모 판사에 대한 성접대 의혹을 내사했다. 이 과정에서 춘천지역 법원과 검찰, 경찰 관계자들도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단서를 확보하고 조사를 벌였지만 유야무야됐다.

검찰은 성 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춘천지역 B모 변호사에 대한 직접 조사를 벌였다. B변호사의 사무실 등에 대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도 실시하고 지출내역서 및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대법원에 가서 무혐의로 끝난 것으로 알려진다. B 변호사는 다음해 뺑소니 음주운전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여전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설상가상 춘천지검 형사사건 조정위원장과 춘천시청 고문변호사를 지내고 있다.

C 변호사는 부동산 사기꾼들과 짜고 종중재산을 빼돌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사기를 벌여 구속되기도 했다. D변호사는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서 승소하기 위해 위증을 교사한 뒤, 사실이 드러나자 해외로 도피하기도 했다.

E변호사는 자신이 차명으로 소유한 부동산을 개발하기 위해 피해자를 속여 개발 사업에 투자하도록 한 뒤, 소송사기를 통해 투자자산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 사건은 현재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F변호사는 지역의 향토기업 경영권 분쟁에 개입해 위조서류와 위증교사를 통해 회사를 가로채는데 협조하기도 했다.

한명희 참여연대 전문위원은 “춘천 법조비리는 심각하다. 검찰이 제 역할을 못해 발생한 사건이다. 춘천고-강원대 출신을 중심으로 한 ‘춘강마피아’가 끈끈한 유대를 맺고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법과 원칙이 사라진지 오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B모 변호사이다. 2004년 법조비리를 일으켰던 그가 춘천지검 형사조정위원장이라는 게 춘천지검의 현실이다. 법조비리 인사가 춘천지검 형사조정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춘천지검이 비리복마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춘천지검 감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뿌리내린 토착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춘천지검과 같은 토착비리는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인 검찰의 개혁을 통해 사회의 공정성 회복을 해야 한다는 게 상식을 가진 일반인들의 견해다. 검찰의 항명사건을 계기로 사정기관이 춘천지검 감사에 나선만큼 춘천지검에 대한 조사가 조만간 이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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