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정농단 1심 선고 ③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판결을 기점으로 이와 관련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를 지원하도록 대기업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뇌물 요구에서 ‘강요 피해자’로 인정된 기업들의 경우 사실상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포스코, 현대자동차, KT, 하나은행 등이다.

포스코·그랜드코리아레저(GKL)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최씨가 설립, 운영을 주도하거나 최 씨와 친분 관계가 있는 기업들의 광고발주를 요구하고 지인들에 대한 채용, 승진까지 기업들에게 강요했다”며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기업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포스코 그룹에는 펜싱팀을,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는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했다. 이 운영권은 고영태 씨가 운영하는 더블루K가 맡도록 해 17억  원의 이익을 취했다. 직권남용과 강요 모두 유죄가 됐다.

재판부는 “더블루K를 운영하던 최 씨와 긴밀히 연락하던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면 더블루K 대표이사의 연락처가 포스코에 전달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포스코 측에게 스포츠팀을 창단하고 더블루K의 자문을 받으라고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한 것은 최 씨와 공모해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하고 강요한 것으로 보기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GKL에 관해선 “관련자들의 진술과 GKL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라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강요죄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최 씨가 자신에게 ‘더블루K를 도와줘야하지 않냐’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사이의 공모관계, 박 전 대통령이 직권을 위법·부당하게 사용해 남용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현대차·KT·하나은행
박 전 대통령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압박해 최 씨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11억 원대 납품계약을 강요한 건도 모두 유죄 인정됐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KD코퍼레이션과 납품 계약한 것은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체결한 것으로 본다”며 “피고인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납품계약 체결을 요구한 것은 강요죄에서 협박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현대차에 대해 압박을 가해 최씨가 설립, 운영하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일감을 주도록 강요한 점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이 최 씨로부터 사적 부탁을 받고 광고발주를 요구하는 등 최씨와 공모를 통한 강요죄가 인정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민간회사에 광고발주를 지시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직권남용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이 KT에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 대행사로 선정할 것과 최 씨 측근 및 보직 변경을 강요한 것도 유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KT의 진술과 대통령 및 경제수석이 기업에 가지는 권한 등을 종합해보면 특정인 채용이나 특정 기업을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라고 요구한 것은 강요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직권남용은 인정되지 않았다. 공무원이 직무상 권한을 행사하는 외관이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이나 경제수석이 일반 사기업에 인사를 요구할 권한은 없다고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박 전 대통령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부본부장의 승진 청탁을 한 것도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찬우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안 전 수석의 진술이 일관되고 안 전 수석 등이 거짓 진술할 이유나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안 전 수석의 진술대로 박 전 대통령이 이 씨의 본부장 임명 강요를 지시했다고 넉넉히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회장인 김 회장으로서는 경제수석 등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김 회장에게 요구한 것은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묵시적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직권 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이나 경제수석이라 하더라도 사기업에게 특정인의 발령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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