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정농단 1심 선고 ②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박근혜(66) 전 대통령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하며 징역 24년과 추징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대통령이 삼성, 롯데, SK등에게부터 뇌물을 요구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대가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이 기업들에게 뇌물을 요구하며,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특히,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면죄부를 받았던 최태원 회장의 경우는 재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항소심과 배치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의 총액은 72억 원이다. 김세윤 부장판사는 최순실 1심 재판과 같은 금액을 삼성으로 부터 받은 뇌물로 판단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 항소심 재판에서 인정된 뇌물 공여액 36억 원보다 2배 많은 금액이다.

김 부장판사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 승마훈련 관련 말 3마리 구입비와 코어스포츠 지원금 등 72억여 원, 차량 4대 무상사용 이익부분 등을 뇌물로 인정했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 원은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검찰이 주장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관련 현안 등에 대한 대가 부분에 대해서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은 명시적·묵시적 청탁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점은 재판부가 삼성이 최순실에게 제공한 말과 차량을 뇌물로 판단했단 것이다. 이는 대가성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도 함께 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판단한 뇌물액 72억 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재판부와는 다른 금액이다. 박 전 대통령과 공범관계인 최순실이 삼성으로부터 승마지원 명목으로 받은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3484만 원과 마필 금액 및 마필 보험료 36억5943만 원을 포함, 총 72억9427만 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이 삼성 측에서 최순실 소유의 코어스포츠에 제공한 용역대금 36억3484만 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두 재판부의 판결이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마필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에 대한 시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최순실 딸 정유라에 지원한 마필 소유권이 형식적으로 삼성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최순실에게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용역 계약 체결 당시부터 향후 구입할 말을 최순실의 소유로 하려던 것은 아니었으나 이후 최순실이 박상진 삼성전자사장을 만나 말의 실질적인 소유권이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로 물건을 받은 사람이 실질적인 사용·처분 권한을 갖고 있다면 취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반면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마필의 소유권이 최순실에게 이전되지 않았다고 봤다. 마필과 차량을 공짜로 사용하는 이익을 뇌물로 준 것이지 이를 액수로 산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 최순실이 화를 낸 것이 삼성 측에 마필 소유권을 이전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마필을 적어도 삼성 명의로 등록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한 삼성 측의 반응 역시 최순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는 것일 뿐 소유권 이전을 승낙한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같은 쟁점을 두고 박근혜·최순실 1심과 이재용 부회장 2심의 판단이 서로 다르다. 대법원에서 이 부분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재판에서 이 부분을 적극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언론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뇌물 혐의에서 무죄가 난 부분이 있는 만큼 당연히 항소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이 부회장 상고심과 최순실씨 항소심, 박 전 대통령 항소심이 모두 맞물려 있는 만큼 각 재판에서 혐의 입증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뇌물공여 했다”
재판부는 SK관련 제3자 뇌물요구 부분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해 최태원 SK회장으로터 부정 청탁을 받고, 더블루K에 4억, K스포재단에 35억, 비덱스포츠에 40억 원 등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과 면담하면서 부정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및 최순실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2016년 2월16일 최씨를 면담하면서 K스포츠재단에 가이드러너 사업 등을 논의하고 관련 문건을 SK에 전달한 사실이 인정됐다.

또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 및 안 전 수석의 진술과 면담 자료, 경제수석실이 작성한 말씀자료 등에 의하면 최 회장이 면담 자리에서 동생 가석방, 워커힐 면세점 특허취득, CJ헬로비전 M&A 등 현안 얘기한 사실도 인정됐다.

SK 현안과 그에 관해 SK가 박근혜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최 회장에게 가이드러너 사업 지원 요구한 이상 박근혜에게는 지원 요구가 직무집행과 대가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특히 재판부는 SK역시 지원 요구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다시 ‘감옥 라이프’를 보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뇌물죄가 유죄로 인정된 만큼 검찰의 칼날이 다시 최 회장을 겨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최 회장은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임시 국무회의에서 최 회장을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대상자로 확정했다.

신동빈 항소심도 ‘암울’
재판부는 “2016년 3월14일 단독 면담에서 피고인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 명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피고인과 신동빈 회장 사이에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재취득에 대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롯데그룹은 2016년 5월, 6개 계열사를 동원해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재판부는 지난 2월 13일 신동빈 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를 인정,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신 회장은 선고 직후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돼 있다.

재판부는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고, 2016년 3월 11일 신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오찬에서 면세점 관련 애로사항을 전한 것으로 보이며, 안 전 수석은 오찬 뒤 피고인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신동빈 회장과) 단독면담 시 K스포츠 재단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며“추가 출연 기업은 롯데그룹이 유일해, 신 회장도 롯데 현안에 대한 피고인의 직무상 영향력이 롯데에 유리한 방향으로 행사될 것이란 기대로 재단 지원을 결정했다”고 재판부가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면서“(국정농단 사건 관련) 2심을 차분히 준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롯데그룹의 총수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 장기화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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