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빨대 꽂았나... 국세청, KCC 특별세무조사 ‘내막’

KCC 정씨 일가가 위험하다. 사정당국의 칼날이 그들을 향하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가 이뤄졌다. 다른 사정기관도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과거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KCC와 삼성의 특수한 관계를 드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의 유탄을 맞았다는 것. KCC는 삼성의 백기사로 유명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삼성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KCC가 본 손해로 배임논란이 일기도 했다. KCC를 둘러싼 상황을 살펴본다.

(왼쪽부터) 정상영 KCC명예회장, 정몽진 KCC회장, 정몽익 KCC사장, 정몽열 KCC건설사장
(왼쪽부터) 정상영 KCC명예회장, 정몽진 KCC회장, 정몽익 KCC사장, 정몽열 KCC건설사장

KCC 겨누는 칼날
국세청이 최근 KCC에 이어 옛 KCC자원개발을 대상으로 강도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월 중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KCC 본사에 투입, 수개월간의 일정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청 조사4국은 지난해 12월 초 KCC 본사를 대상으로 한 특별(심층)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업계와 세정가에서는 KCC에 이어 KCC자원개발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에 대해 그 배경으로 KCC가 2011년 8월 고려시리카에서 KCC자원개발로 사명을 변경 후 2015년 11월 KCC자원개발을 흡수 합병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합병 전 KCC자원개발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준선위에 놓여 있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KCC자원개발의 매출에서 KCC와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79%, 2014년에는 82%를 차지했다.

KCC는 내부거래 비율을 낮추기 위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나는 KCC자원개발의 지배주주 정상영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율을 3% 이하로 낮추거나 내부거래비중을 30% 이하로 내리는 것. 그 중에 KCC자원개발을 흡수 합병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합병을 통해 KCC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평가다.

KCC는 지난 2011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으로부터 정기세무조사를 받았으며, 2013년에는 KCC건설이 조사1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서울청 조사4국에서 수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와 관련해 합병 전 자원개발 파트에 대한 조사인 지에 대해 KCC측은 “자원개발 건에 대한 세무조사가 별도 회사로 잡아서 하는 게 아니라 사업부문의 하나로 연장선에 있는 건”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세무조사가 2월에 끝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 의무 때문에 곤란하다”며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회사에 빨대 꽂은 오너 일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거 KCC 오너일가가 회사를 수익모델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 문제가 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합병 전 KCC자원개발은 사실상 정상영 명예회장의 큰 아들인 정몽진 KCC 회장의 개인회사였다. 정 회장 지분은 38.6%였지만 KCC가 60%를 갖고 있고 KCC최대 주주는 정 회장이었기 때문.

정 회장은 경기도 가평군 개곡리 일대 임야 70만4430㎡에 KCC자원개발을 설립했다. 이곳에 자리잡은 광산에서 유리의 주원료인 규사 및 카스마이트, 백운석 등을 제조한다. 이곳에서 선별된 고품질 규사는 KCC에서 생산하는 유리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부지가 정 회장 개인 소유라는 것. 정 회장은 회사로부터 광업권 수수료로 매년 30 억원 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합병 전 KCC자원개발의 배당성향은 50%에 육박했다. 정 회장은 광업권 수익에 배당금까지 챙긴 것이다. 해당 광산부지가 정 회장 소유의 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회사로부터 매년 수십억씩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KCC자원개발 매출의 80% 안팎을 KCC로부터 올렸다. 한마디로 정 회장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사례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 2013년 신설된 공정거래법상 ‘회사기회의 유용’에도 속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등 금지)에서는 기업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사업기회 유용행위 제한’이다.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정 회장은 KCC의 특수관계인이다. KCC가 매입했다면 회사에 더 이익이 됐을 광산을 회사가 매입하지 않고 정 회장에게 매입 기회를 제공했다면 사업기회 유용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 초KCC가 정상영 명예회장과 둘째 아들인 정몽익 사장에게 서울 이태원 토지를 헐값에 매각됐다는 의혹과 관련된 조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시 KCC가 해당 토지를 주변 시세보다 3.3㎡당 1000만원 가량 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KCC가 오너 일가에 특혜를 줬다는 시선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당시 KCC 측은 “유휴부지를 놀릴 수 없어 단독주택을 짓게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 백기사 KCC
다른 일각에선 삼성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에서 불똥이 튀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KCC는 지난 2011년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인수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삼성카드는 금융산업 구조개선 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지분율 25.64%를 5% 미만으로 낮춰야 했다.

KCC가 삼성에버랜드 주식 17%를 7741억원에 인수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삼성에버랜드는 2013년 말 제일모직 사업을 양수하고 2014년 7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14년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KCC가 보유한 제일모직 주식의 가치는 2015년 중반 2조4406억원으로 증가했다.

KCC는 이어 2015년 6월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5.96%)을 6979억원에 인수했다. 삼성물산 자사주를 확보한 KCC는 이어 7월에 열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삼성을 지원했다. 이에 힘입어 합병안이 통과됐고, 같은 해 9월 1일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든든한 우군이자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당시 주가는 17만8000원을 찍기도 했다.

처음 삼성의 백기사로 KCC가 나섰을 때 증권가에서는 KCC가 본전을 찾으려면 최소한 주가가 21만원선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통합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KCC가 보유했던 합병 이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의 가치는 3조570억원이었다.

2018년 3월15일 종가기준 삼성물산의 주가는 13만1500원이고 KCC는 8.97%를 보유하고 있다. 약 2조2370억원이다. 8천억원 이상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정몽진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인간관계 때문에 손해볼 위험을 감수 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만일 이러한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물산 백기사 역할을 자처한 KCC이사들은 법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KCC 정씨일가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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