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경기지사 후보전쟁... 당심은 전해철, 도심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선거 구도가 정리되고 있다. 한국당은 남경필 현 지사가 후보로 유력하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전해철 의원, 양기대 전 광명시장의 3파전 양상이다. 당심은 전 의원, 인지도는 이 전 시장이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 당내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라고 점치고 있다. 최근 전 의원은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3개월 남은 경기도 지사 선거, 특히 이재명과 전해철이 경기도청의 주인을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를 분석해본다.

막오른 민주당 경기도 지사 경선
지난 14일 이재명 시장은 퇴임식을 갖고 성남시장에서 물러났다. 경기도 지사 당내 경선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지사 선거 당내 최대 경쟁 상대인 전해철 의원을 “문재인 정부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역량 있고 뛰어난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 치켜세웠다. 이를 두고 ‘압도적인 대중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이 전 시장의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해철 의원도 덕담 대열에 합류했다.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의 외연을 확대하면서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분으로 특히 우리 당이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장점 많은 정치인”이라며 칭찬했다.

(왼쪽부터) 이재명 전 성남시장, 전해철 의원(안산상록갑).

하지만 가벼운 기싸움은 빠지지 않았다. 전 의원은 “이 시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지도가 꼭 지지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대의원과 당원의 의견까지 반영되는 경선 룰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경기도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며 “민심을 존중하는게 최고의 선거 전략이고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전해철 의원, 양기대 광명 시장과 함께 뛰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인지도로만 따지면 이 전 시장의 압승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SBS <동상이몽> 시즌2에 출연했다. 최초의 정치인 예능 출연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6년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경규가 간다’ 코너에 깜짝 출연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최초의 예능 고정 출연 정치인으로 ‘강성 이미지’ 희석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 내부로 시선을 돌리면 이 전 시장에 유리하지 않다. 최근 당심은 전 의원 쪽으로 기우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10일 수원시 아주대 체육관에서 열린 북콘서트는 친문계 핵심 전 의원의 조직력을 확인시켜줬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석현·박병석·문희상 의원 등 여당 국회의원 45명과 민주당 소속 경기도 의원 68명 중 61명이 참석해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인지도에 밀려 여론조사에서는 열세지만 당내 조직력에선 한층 앞선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지자 1만여 명이 몰려 준비한 책 2000권이 모두 동났다. 또한 전 의원과 함께 소위‘3철’로 불리는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대선 이후 처음으로 함께 모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어 지난 13일 경기도의회 민주당 의원 총 66명 중 53명이 전해철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14일에는 수원시의회 민주당 의원 16명 중 12명이 지지 선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능력있는 분이니, 도의원이)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지방의원들의 연이은 지지 선언도 마찬가지다”라고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공세 수위 높이는 全, 정면 돌파 나선 李
전 의원은 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전 의원이 경기도 지사 당내 경
선 후보인 양기대 전 광명시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형식이지만 이 전 성남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와 이재명 시장에게 제안한 도덕성 검증 요청을 수용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양기대 광명시장이 13일 제안한 ‘미투(Me Too) 검증’에 어떤 형식, 어떤 내용이 됐든 최대한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선 과정에서 정책, 자질, 도덕성 등을 충분히 검증하고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본선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전 의원의 수용은 이 전 시장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 인지도에서 이 전 시장에 비해 밀리는 전 의원이 이를 뒤집기 위해서 도덕성 검증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도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다. 배우 김부선씨가 밝힌 ‘성남 사는 가짜 총각’이 자신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주장의 당사자라는 의혹이 있었다. 하지만 김씨가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시장과는 아무 관계가 아니다”고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밖에도 과거 가족과의 분쟁 과정에서 형수에게 막말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전 시장은 이에 대해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휴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은 전선을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칫 진흙탕 싸움이 되기 쉬운 당내 경선보다도 본선에서 맞부딪히게 될 남 지사를 겨냥해 선명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이 전 시장과 남 지사는 경기도 공항버스 시외면허 추진을 놓고 지난 13일부터 ‘버스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시장은 16일 “남 지사가 추진하는 버스준공영제와 공항버스 시외면허 전환 등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해야한다”고 밝히며 “‘버스회사 퍼주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퍼주기 논란과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버스행정을 서두르는 남 지사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말로만 ‘신중’을 기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시행하도록 졸속 버스행정을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남 지사는 ‘경기도는 공항버스 요금을 반드시 내릴 것입니다’라는 반박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경기도는 공공요금 재조정의 성과 중 하나로 작년에 청소년 버스 요금이 연간 6만 원 이상 절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90만 도내 청소년의 버스비가 연간 500억원 절감되는 효과”라고 대응했다. 이어 남 지사는 “공항버스는 이미 일반 시외면허 버스업체보다 수익률이 개선되어 더는 한정면허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한정면허 유지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어주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6·13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규칙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는 권리당원 선거인단 조사 50%, 안심 번호를 통한 일반 국민 투표 50%를 반영해 결정된다.

일각에서는 경선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 경기도당의 한 권리당원은 “과거와 달리 당원들에게 누구를 찍으라고 해도 그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전 의원 측이 내세우는 ‘조직력’을 비판했다. 다른 권리당원은 “지금 권리당원들은 2016년 필리버스터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한 손 거들기 위해 입당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기존의 정치공학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당내 열세를 뚫고 이재명 전 시장이 승리할 경우 안 전 지사의 낙마 이후 안개 속에 빠진 민주당 차기 대권 후보군에서 선두로 치고 나오게 된다. 이 전 시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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